경남 람사르 총회 이후 1년 한국은 어디로 가고 있나?

경남 창원시에서 람사르협약 제10차당사국총회(COP10)가 개최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사상 최대 규모였던 습지 축제에 걸맞게 협약의 회원국들은 습지의 청사진으로 평가되는 "인류복지와 습지에 관한 창원선언문"(결의문 X.3)을 채택하였다. 그리고 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위해 제안된 33개의 결의문 중 32개를 채택하였다.

하지만 한국에서 개최된 람사르총회 1년을 회고해 보면 한국 정부가 습지의 미래와 초록빛 청사진으로 세운 계획은 "한반도 운하"였거나"4대강 사업"밖에 없다. 한국의 습지에 미래가 있어도 초록빛 청사진은 분명코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 개막 연설에서 한국은 "람사르 협약 총회를 계기로 습지보호구역과 람사르협약 등록 습지를 지속적으로 늘려 나갈 것이며, 람사르 협약의 모범국가가 되겠다"고 했다. /경남도민일보DB
이명박 대통령은 람사르총회 개막 연설에서 한국은 "람사르 협약 총회를 계기로 습지보호구역과 람사르협약 등록 습지를 지속적으로 늘려 나갈 것이며, 람사르 협약의 모범국가가 되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람사르총회 직전인 지난 해 10월에 세 곳의 습지(총 면적 0.648㎢)를 람사르습지로 지정한 이후 1년이 지나도록 람사르습지는 추가로 지정하지 않았다.

람사르총회 이후 습지보호구역은 지난 10월 1일에 두 곳(제주도의 '1100고지 습지'와 '물장오리 오름 습지')이 지정되었으나 이 가운데 물장오리 오름 습지는 지난해 10월에 이미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곳이기 때문에 실제로 보호지역에 추가된 습지는 제주도에 있는 0.126㎢ 면적의 작은 '1100고지 습지' 한 곳뿐이다.

게다가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비하고 하천 생태계를 되살린다는 명목으로 2012년까지 한강과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 20개 이상의 댐을 건설하고, 5.7억㎥를 준설하며, 377km의 제방을 보강하겠다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거대한 토목 사업이 진행되면 각종 물새와 민물고기를 비롯한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도래지인 4대강의 주요 하천습지가 사라지거나 크게 훼손될 것이다.

4대강 사업과는 별도로 경인운하와 서울시의 한강 르네상스, 경기도의 한강 잇기 6대 사업과 연계하여 신곡 수중보를 약 14km 하류로 옮기는 계획은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중요한 습지인 한강하구를 위협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로 갯벌을 파괴하는 새만금 간척사업은 애초의 농지 조성이라는 목적을 상실한 채 진행 중이지만 수질 악화 같은 환경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도 송도갯벌처럼 국제적으로 중요한 갯벌이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로 매립될 예정이다. 게다가 또 다른 연안 매립 계획이 지금도 검토 중이다.

한국 최대의 철새도래지로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낙동강 하구의 문화재구역 면적을 절반으로 줄이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제주도의 강정마을 연안은 희귀한 연산호 군락이 발달한 곳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에도 인접한 곳이지만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매립이 추진 중이다.

인천만조력발전사업은 장봉도 갯벌 습지보호지역을, 강화조력발전사업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강화도 갯벌과 저어새 번식지를 위협하고 있다. 멸종위기야생동물 II급인 물범의 서식지는 우리나라에서 단 두 곳밖에 없지만, 이 가운데 하나인 가로림만이 조력 발전 탓에 훼손될 위기에 처해 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국가 기본 발전전략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채택하였지만 녹색성장이라는 이름 하에 오히려 수많은 습지 파괴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람사르총회가 끝난 후에 습지 보전정책이 나아지는 것은 없고 반면 전국의 많은 습지가 사라지거나 훼손될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이 이런 지경인 반면, 세계적으로는 사상 최대의 습지대회에 걸맞게 작년 12월 이후 람사르 습지로 추가 등록된 곳이 41개(146만9543헥타르)나 된다. 현재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곳은 총 1869 곳으로 그 면적은 1억8368만1110헥타르이다. 한국은 1년 사이 0.126㎢(제주도 '1100고지 습지')밖에 추가되지 않아 총회 개최국 면모가 서지 않을 정도이다.

반면 4대강 사업과 경인운하 등 습지 지역을 대상으로 한 개발사업은 최단기간에 걸쳐 중요한 습지생태계를 인공적으로 변형시키거나 크게 훼손할 전망이다. 그 결과 정부 스스로 만든 국가적으로 중요한 습지 130여 곳도 망가지게 생겼다.

우리와 반대로 일본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아와세 갯벌의 인공섬 조성사업 공사 중지는 물론이거니와 매립과 개발사업으로 낭비될 예산을 교육에 투자하는 과감한 녹색정책을 선보이고 있다. 유럽에서는 500km, 63만헥타르에 걸친 강 하천습지인 홍수림, 하중도, 둔치, 모래톱으로 이루어진 자연·문화 경관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될 전망이어서 강 하천습지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제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공허한 '녹색성장'의 구호를 접고, 진정 실현가능한 녹색경제와 녹색 일자리를 따라야 할 때다. 인천과 강화, 충남 가로림만의 대규모 조력발전소 건설, 4대강의 건설 공사 종합 선물 세트 등 단기간의 회색 일자리에 환호하는 시대는 과거로 돌려야 마땅하다. 우리 습지의 미래가 보다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청사진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과감하게 재고하는 정책적 선택이 필요한 때다.

/지찬혁(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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