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제154호로 함양읍 외곽을 둘러싸고, 온대 남부 낙엽 활엽수림의 성질과 상태를 지녀 학술상 가치가 높은 숲, 함양상림(咸陽上林). 이 부근에서 어탕국수로 2대를 이은 '조샌집'을 찾을 수 있다.

'조샌집'은 민물고기 토속 음식점이다. '조센진'이라는 말은 일본인이 식민지로 삼았던 한반도의 토착민을 제국주의적 우월감으로 비하해 불렀던 이름이다. '조샌집'이라고 하니 당연히 '조센진'이라는 말이 연상되었다.

십여 년 전 이 집의 어탕국수를 좋아하던 함양경찰서장이 주인에게 "식당 이름을 다른 이름으로 하는 게 어떠냐?"라고 했단다. 아마 경찰서장도 이런 이유에서 가게 이름 바꾸기를 권유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함양 '조샌집'의 식당 이름은 '조생원 집'의 경상도 사투리 발음이다. 우스갯소리이지만, 아마 이 집주인 조인협 씨가 학교 선생이었어도 '조샘집' 또는 '조샌집'이라고 했을 것 같다.

고기잡이는 큰아들에게 어탕국수는 며느리에게

경찰서장의 권유를 받은 이후 진미식당, 다음에는 모퉁이식당으로 가게 이름을 바꿨다. 하지만, '조샌집'이라는 이름으로 장사를 할 때보다 장사가 안 되었다고 했다.

10여 년 전, 맛 기행 글을 쓰고 있을 때였다. 함양 읍내에서 허름한 '모퉁이집'이라는 간판에 '구 조샌집'이라는 글을 보게 되었다. 당연히 이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의문이 들어 식당에 들어가 주인에게서 가게 이름에 대한 이런저런 사연을 듣게 되었다.

마침 이 집에는 11월께 서리가 내릴 때, 냇가에서 긴 대나무 장대 끝에 삼색 천(붉은 천, 검은 천, 흰 천)을 묶어 피라미 떼를 몰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하면, 피라미는 이것을 물오리(청둥오리)로 착각하여 도망하다가 반두(양쪽 끝에 가늘고 긴 막대로 손잡이를 만든 그물)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이를 떠내는 게 '서릿고기'다.

함양 조샌집 1대 임명자 할머니(왼쪽)와 2대 김윤점 며느리. /김영복 교수
'서릿고기'는 전래해온 민물고기를 잡는 방법으로 재미있다고 느꼈다. 이 때문에 '조샌집'은 신문 기사는 물론, 방송에도 소개되면서 전국적인 유명 별미집이 되었다.

'조샌집'의 안주인 임명자(65) 씨는 밤낮없이 천렵(川獵, 냇물 고기잡이)을 즐기는 남편이 잡아들이는 물고기로 어탕국수를 끓여서 내놓다가 급기야 식당을 차리게 되었다고 한다.

임 씨는 "남편에다 아들까지 합세해 물고기도 모자라 사냥까지 다닌다"고 애증 담긴 한숨을 쉰다. 함께 지내기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30년이 되었다고 했다.

10여 년 전에 이 집을 찾을 때만 해도, 이 집 며느리인 김윤점(39) 씨는 시집온 지 불과 몇 년밖에 안 된 새댁이었다. 그러나 이후 김윤점 씨는 시어머니 임명자 씨에게서 어탕국수의 비법을 전수받기 시작했다.

전통적 방법으로 잡은 민물고기에 얼갈이배추 넣어 끓여내는 별미 비법 전수

이 '조샌집'에는 늦가을 양재기(양푼)에 '서릿고기'로 잡은 피라미를 산채로 무쳐 먹는 맛도 있지만, 어탕국수가 별미 중의 별미다.

어탕국수는 피라미, 붕어, 메기 등 민물 잡고기를 푹 고아 뼈를 추려내고서 갈아 얼갈이배추(늦가을이나 초겨울에 심어 가꾸는 배추)와 국수를 넣어 뚝배기에 내놓는다. 식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방아잎과 산초가루를 살짝 넣어 먹으면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얼큰하고 시원한 맛이 좋은 함양 조샌집 어탕국수. /김영복 교수
'조샌집' 창업자인 임명자 할머니는 그동안 아들딸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모두 집 장만까지 해주고 이제는 큰며느리에게 맛을 대물림했다. '조샌집'과 함께 손맛을 물려주고는 이따금 가게에 나와 예전부터 찾아오는 단골손님들과 인사를 나누거나 며느리를 돕는다고 한다.

어탕 밥 6000원, 어탕 국수 5000원. 함양군 함양읍 운림리 35-5번지(함양군청 근처 골목). 055-963-9860.

/김영복(경남대 산업대학원 식품공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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