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샌집'은 민물고기 토속 음식점이다. '조센진'이라는 말은 일본인이 식민지로 삼았던 한반도의 토착민을 제국주의적 우월감으로 비하해 불렀던 이름이다. '조샌집'이라고 하니 당연히 '조센진'이라는 말이 연상되었다.
십여 년 전 이 집의 어탕국수를 좋아하던 함양경찰서장이 주인에게 "식당 이름을 다른 이름으로 하는 게 어떠냐?"라고 했단다. 아마 경찰서장도 이런 이유에서 가게 이름 바꾸기를 권유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함양 '조샌집'의 식당 이름은 '조생원 집'의 경상도 사투리 발음이다. 우스갯소리이지만, 아마 이 집주인 조인협 씨가 학교 선생이었어도 '조샘집' 또는 '조샌집'이라고 했을 것 같다.
고기잡이는 큰아들에게 어탕국수는 며느리에게
경찰서장의 권유를 받은 이후 진미식당, 다음에는 모퉁이식당으로 가게 이름을 바꿨다. 하지만, '조샌집'이라는 이름으로 장사를 할 때보다 장사가 안 되었다고 했다.
10여 년 전, 맛 기행 글을 쓰고 있을 때였다. 함양 읍내에서 허름한 '모퉁이집'이라는 간판에 '구 조샌집'이라는 글을 보게 되었다. 당연히 이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의문이 들어 식당에 들어가 주인에게서 가게 이름에 대한 이런저런 사연을 듣게 되었다.
마침 이 집에는 11월께 서리가 내릴 때, 냇가에서 긴 대나무 장대 끝에 삼색 천(붉은 천, 검은 천, 흰 천)을 묶어 피라미 떼를 몰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하면, 피라미는 이것을 물오리(청둥오리)로 착각하여 도망하다가 반두(양쪽 끝에 가늘고 긴 막대로 손잡이를 만든 그물)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이를 떠내는 게 '서릿고기'다.
'조샌집'의 안주인 임명자(65) 씨는 밤낮없이 천렵(川獵, 냇물 고기잡이)을 즐기는 남편이 잡아들이는 물고기로 어탕국수를 끓여서 내놓다가 급기야 식당을 차리게 되었다고 한다.
임 씨는 "남편에다 아들까지 합세해 물고기도 모자라 사냥까지 다닌다"고 애증 담긴 한숨을 쉰다. 함께 지내기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30년이 되었다고 했다.
10여 년 전에 이 집을 찾을 때만 해도, 이 집 며느리인 김윤점(39) 씨는 시집온 지 불과 몇 년밖에 안 된 새댁이었다. 그러나 이후 김윤점 씨는 시어머니 임명자 씨에게서 어탕국수의 비법을 전수받기 시작했다.
전통적 방법으로 잡은 민물고기에 얼갈이배추 넣어 끓여내는 별미 비법 전수
이 '조샌집'에는 늦가을 양재기(양푼)에 '서릿고기'로 잡은 피라미를 산채로 무쳐 먹는 맛도 있지만, 어탕국수가 별미 중의 별미다.
어탕국수는 피라미, 붕어, 메기 등 민물 잡고기를 푹 고아 뼈를 추려내고서 갈아 얼갈이배추(늦가을이나 초겨울에 심어 가꾸는 배추)와 국수를 넣어 뚝배기에 내놓는다. 식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방아잎과 산초가루를 살짝 넣어 먹으면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어탕 밥 6000원, 어탕 국수 5000원. 함양군 함양읍 운림리 35-5번지(함양군청 근처 골목). 055-963-9860.
/김영복(경남대 산업대학원 식품공학과 초빙교수)
김영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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