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 향 · 바다의 맛 삼계탕에 푹 빠졌다마산시 수성동 '금송' VS 창원시 안민동 '굴&삼계탕'

이날이면 닭 씨가 마른다? 얼마 전, 전남 화순에선 동네 닭이나 개 등을 마취하고서 훔친 혐의로 구속된 사람들이 있었다. '복날'을 맞아 닭이나 개 값이 오를 거라 대강 짐작하고, 일을 저지른 거였다. 경기가 어렵다지만, '복날'이 되면 닭 장사하는 이들은 기쁜 비명(?)을 지르게 된다. 그만큼 보신한답시고 닭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복날은 일 년 가운데 제일 더운 날이고, 이때 술과 먹을거리를 싸들고 마실 가는 풍습도 있었단다.

올해는 양력 7월 14일이 초복, 7월 24일은 중복, 8월 13일은 말복이다. 삼복(三伏)더위도 거뜬히 이겨내려면, 건강식으로 기를 채워야 하지 않을까. 기존 삼계탕 맛에 질렸다면, 다음 두 곳을 찾아가도 좋을 것 같다. 굴과 닭고기 육수가 어우러진 '굴삼계탕', 구아바의 구수한 향이 배어나는 '구아바삼계탕'을 각각 파는 집이다.

◇구수한 구아바 향이 나는 '구아바 삼계탕' = '구아바~ 구아바~ 망고를 유혹하네~' 한 때 이런 노랫말이 담긴 광고 음악이 유행했다. 가수 김C가 출연해 열대과일 주스를 알리는 거였다. 구아바를 열대과일로만 알고 있지만, 열매는 부산물이란다. 잎을 끓여 만드는 차(茶)가 오히려 주산물에 가깝다.

마산 수성동 '금송(金松)'은 구아바를 써서 삼계탕을 끓이는 곳이다. 임흥섭(62) 대표는 의령군에 구아바 농장도 두고 있다. 2002년 구아바삼계탕 발명 특허를 냈고, 5년째 팔고 있다. 삼계탕에 구아바를 접목한 건 남다른 애정이 있어서다.

"시대에 따라 맛도 변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토종닭은 그 자체로 맛이 있었는데, 양계장에서 나온 닭으로 옛 조리 방식을 따르니 제대로 된 맛이 안 나더라고요."

구아바 삼계탕
잡내를 없애고자 육수는 구아바 차를 써서 끓인다. 솔 향같이 구수한 향과 은근히 깊은 단맛이 국물과 닭고기에 배어 있다. 대추, 밤, 인삼, 은행 등도 들어간다. 탕 안에 든 구아바 잎은 먹어도 되지만, 질기다.

임 대표는 "잎에 10% 정도 함유된 폴리페놀 성분 때문에 잡내와 콜레스테롤 등을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폴리페놀은 당뇨와 고혈압 치료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밑반찬인 시원 달콤한 오이소박이와 시뻘건 깍두기도 나름 매력이 있다. 구아바 과일 얼린 걸 갈아서 깍두기를 담글 때 넣는다. 이걸 1년 이상 숙성시켜 내놓는다. 보통 깍두기는 오래되면 물러서 못 먹지만, '금송' 깍두기는 구아바를 곁들여 적당히 무른 상태로 빨리 쉬지도 않고 아삭함이 오래간단다.

구아바 열매가 발효해 얻은 진액은 오이소박이를 할 때 넣어준다. 먹어보니 조금 과장하자면, 오이를 과일로 만든 느낌이었다.

속리산 문장대 아래 금빛 소나무가 있는데, 귀하고 고고한 나무라서 '금송'이라고 칭한단다. "고려시대부터 전해왔다는 삼계탕도 귀하고 고고한 음식 아니겠습니까? (웃음)" 마산시 수성동 4-6번지. 남성지구대 30m 옆. 구아바삼계탕 1만 원. 055-242-9100, 243-0044.

◇바다와 육지의 만남 '굴 삼계탕' = 창원 안민동 '굴&삼계탕'에선 박출제(58) 사장 부부가 굴삼계탕을 팔고 있다. 굴삼계탕은 바다의 맛과 육지의 맛이 어우러진 데 비유된다. 굴이나 닭고기는 각각 씹힘과 그 맛이 살아 있고, 육수는 둘이 오묘하게 조화된 맛이다. 국물은 좀 더 맑고, 깔끔한 뒷맛이 있었다.

7시간 넘게 고은 육수엔 8가지 약재가 들어간다. 뚝배기 안에서 닭을 눌러 부숴 덜어 먹으면 된다. 박 사장은 국물이 보약이니 후루룩 남김없이 마시라고 권했다.

직접 만들어낸 깻잎무절임은 상큼한 맛으로 느끼함을 덜어준다. 탕이 나오기 전에 닭모래주머니(닭똥집)를 여기에 싸서 한 입 넣었다. 새콤달콤한 맛이 다소 느끼하거나 비린 맛을 잡아주는 듯했다. 단골들은 맛을 알아 탕과 함께 한 번에 보통 두세 접시 비워낸단다.

굴 삼계탕
밑반찬에는 새우를 갈아 넣었다는 극비의 천연 조미료만 쓴다. 삼계탕을 시키면, 따라나오는 술에 나름 사연이 있다. 홍삼과 인삼을 함께 넣어 만든 건데, 박 사장의 할머니 때부터 130년 넘게 이어온 장독에서 1년간 숙성된 것이다.

"홍삼을 넣어서 열이 많은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지예. 오래된 단지에 담가둬 독소를 빼냈다고도 추측합니다. 향긋하고, 아무리 마셔도 머리가 안 아프다고 하데예. (웃음)"

굴삼계탕을 팔기 시작한 건 3년 전이었다. 이전에 고깃집 등을 했지만, 일이 고단해 새로운 걸 해보기로 했다. 1년 정도 시행착오로 만들어낸 게 굴삼계탕이다. 전복, 낙지, 게 등 해물의 깊은맛과 조화를 이루려고 했으나 바닷물의 비릿한 냄새가 없으면서 절묘하게 섞인 건 굴이었다. 닭과 굴이 담백한 맛을 맞추는 데 궁합이 좋다는 것도 참고했다.

근처 공단에서 일하는 이들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굴&삼계탕'은 성주사역 옆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200m 남짓 언덕을 올라가면, 오른편에 있다. 창원시 안민동 한솔아파트 근처 한솔상가 김밥천국 맞은편. 굴삼계탕 1만 원. 055-282-9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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