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댐 건설, 일제도 하려 했었다

한민족의 영산 지리산. 어머니의 산 지리산. 지리산이 울고 있다. 수천년의 역사와 민족의 한을 고스란히 품에 안고 서럽게 울고 있는 것이다. 일제 36년의 한 맺힌 고통과 6·25 전쟁의 한 민족에 번민과 서러움을 모두 가슴에 안은 채 남겨야 될 흔적들은 남겨두고, 지워야 할 사연들은 역사에 묻어둔 채 서럽고 서러운 심정으로 우리들 곁에 묵묵히 서 있는 것이다.

일제 강압 시절 대한민국의 기(氣)와 한민족의 정신을 없애려고 쇠말뚝을 천왕봉에 박고 칠선계곡과 한신계곡 언저리인 문정에 물을 막아서 영원히 한민족의 모든 것을 묻어 버리려 했던 것이다.(댐 건설을 검토한 일제 시대 기록도 있다.)

문정댐 예정지에서 바라본 용유담은 지리산에서 으뜸으로 꼽히는 명승이다.
어디 그것뿐이랴! 제국주의 일본 통치 시절에 어리석은 한 목재소 사장은 지리산에 수천년 역사와 함께 버텨온 나무와 희귀목들을 무차별 간벌하고 채취하여 일본 땅으로(일본국으로) 바쳤다.

그 이후, 3·1운동과 함께 모든 대한민국 국민이 일제히 일어나 대한 독립 만세를 목이 터져라 외쳤고, 지겹고 고통스러운 36년간의 일본군 통치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독립선언과 함께 잃었던 이 나라를 되찾은 것이다. 그런데 어리석은 이 인간은 자신이 저지른 행동이 밝혀질까봐 겁이 나서 지리산에 불을 질렀다. 자신의 어머니 치맛자락에 말이다.

지금까지 묵묵히 서 있는 지리산 제석봉 고사목이 한이 맺혀 죽으려야 죽을 수 없고 살려야 살 수도 없어 그냥 그렇게 흐르는 세월을 뒤로 하고 대한민국의 기(氣)와 정신을 바로잡기 위하여 지금까지 눈·비·바람을 견뎌내며 말없이 서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여 깨어나라! 두 번 다시 나라를 잃는 일과, 같은 동족끼리 다투는 일이 없도록 한 민족의 정신과 혼을 일깨워 영원히 지키도록 하여라! 내 한 몸 불살라 지리산 제석봉 고사목이 되어서…….'

함양군수에게 바란다

어리석은 인간들이여! 어찌하여 자신들을 지켜준 부모를 돈과 바꾸려 하는가? 함양군 천사령 군수에게 말한다. 즉각 지리산 댐(문정댐)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라! 한민족과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당신이 생각하는 문정댐이 아니라 신이 빚어낸 듯한 이 신비롭고 아름다운 강산을 지키고 가꾸는 것이다.

몇 년을 호강하며 살자고 댐을 건설하려 하는가? 수천년 수만년을 견뎌 온 대자연이 우리에게 베푸는 은혜는 앞으로 수천 년 수만 년을 지키고 보호하며 살아도 못다 갚을 정도다. 인간들의 과욕 때문에 빚을 지고 있는 자연 생태계변화, 루사, 매미와 같은 집중호우, 열대화 현상을 왜 당신은 외면하려 하는가? 일본놈들이 우리를 무참하게 짓밟고 한민족의 혼과 정신을 물 속에 수장시키려 했던 그 일을 왜 당신이 하려 하는가?

인간이면 인간답게 가슴에 손을 얹고 근본을 생각한다면 진작 지켜야 할 일은 무엇이며 개발해야 할 일들은 무엇인지 초등학생도 다 알고 있는 문제를 왜 댐을 추진하는 당신들은 모르고 있는가? 참으로 안타깝고 서러워서 한민족의 기와 정신을 담고, 이 지역 주민들의 분노와 갈등, 대자연의 위대한 힘의 능력으로 감히 경고한다.

지금 계획대로 문정댐이 들어서게 되면 먼저 칠선계곡 들머리 일대가 물에 잠기게 된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용유담도 물에 잠겨 다시는 볼 수 없게 된다. 이 곳은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지난해 우리가 꼭 지켜야 할 자연문화유산 아홉 군데 가운데 으뜸으로 꼽은 곳이다.

두 번 다시 지리산 댐 거론하지 말라. 진실한 마음으로 환경을 살리고, 신이 빚어낸 듯한 지리산 칠선계곡과 한신계곡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보존하겠다고 약속하라.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려면 자연 생태와 함께 공생공존하며 천년만년 꿈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자연 친화적 개발을 해야 함을 명백하게 인정하라.

그리고 국민과 면민을 위해서라면 명예와 권력, 인기 위주의 발언을 삼가며 마음과 몸으로 군민과 면민을 대할 것을 약속하라!

마천면 주민들이문정댐을 반대하는 이유

댐이 이 지역에 건설되면 다른 댐 건설 지역에서 이미 확인된 바와 마찬가지로 자연환경 생태계가 변화되게 마련이다.

이에 따른 지역 주민의 실질적 손해는 안개가 끼거나 한낮을 빼놓고 온종일 습한 공기 때문에 특히 좁은 산악지대 여건상 인체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다.

게다가 우리 지역에서 현재 생산하고 있는 마천 옻나무, 마천 곶감, 토봉은 물론 그밖에 다른 모든 농사에도 작지 않은 피해가 생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생산한다해도 지금과는 달리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없게 마련이고 이는 생계 유지에 큰 타격이 될 것이다.

댐을 지으면 이를 관리하기 위한 우회도로도 건설해야 한다. 그러면 여러가지 철구조물이 들어서게 되고 그러면 자연경관이 파괴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또 지역주민들이 자유롭게 농사를 지을 수 없도록 수변지역으로 지정돼 법률에 따른 규제를 받는다.

마천면에 사는 약 2500명(1150 가구)이 절반 이상 줄어 들 것이며, 또 우회도로가 있다 해도 계곡을 따라 흩어져 살아가는 생활권에 비추어 보면 마천면은 면 단위로 제 구실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수몰 지역 사람들은 고향을 잃고 곳곳으로 떠돌며 사지로 내몰려 어렵게 살아가야 하는 번민에 빠진다.

문정댐을 건설하려는 지역은 지리산을 중심으로 자연 경관이 아주 훌륭하고 빼어나 경남 제일 관광장소로 손색이 없다. 해마다 늘어나는 관광객과 탐방객을 바탕삼아 점차적으로 성장해 감으로써 미래에 희망과 꿈을 실현시키며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곳에 댐이 건설된다면 이 모든 희망과 꿈이 사라진다.

고향을 잃은 애달픔과 설움을 그 누가 알아줄 것인가? 두 번 다시 환생하거나 되돌릴 수 없는 훌륭한 자연경관을 망가뜨려 놓고 그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우리 분신과 같은 고향산천을 댐과 바꿀 순 없다.

/선시영(함양 마천면 추성마을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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