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찌븨이 지삐븨이 지삐븨이 티리리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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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 지저귀는 소리가 요란하다. 4월, 제비가 다시 찾아왔다. 내가 사는 산청 원지엔 제비들이 짝을 찾고, 둥지를 지어 알을 품으며 새 생명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요즘 출퇴근길에 제비들이 전깃줄에 앉아 예쁘게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면 나도 덩달아 흐뭇하다. 마을 하늘과 좁은 골목, 아파트 사이를 이리저리 미끄러지듯 날다가 먹이를 낚아채고, 강 위를 낮게 나는 제비를 보면 참 날렵하고 재주가 많은 녀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정도면 제비 연립주택(?)이라 해도 되지 않을까요?
◇우리와 친숙하고 길조로 여겼던 제비 = 제비는 다른 동물과는 달리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을 선택해서 같이 어울려 살아 왔다. 우리네 집에서 제비 둥지도 내어주고, 제비 새끼가 커가듯, 우리네 아기도 함께 자랐다. 제비는 음력 3월 3일 삼월삼짇날에 왔다가 음력 9월 9일 중양절에 간다고 했다. 가고 오는 날이 옛날부터 좋은 날이라 했는데 그래서 더욱 길조로 여겼다.

우리의 흥부전 이야기와 저 멀리 행복한 왕자 이야기에서 제비는 복을 가져다주고, 다른 이를 돕기 위해 온 정성을 다하는 모습으로 나온다. 옛날부터 참으로 사람들과 친숙한 새였다.

하지만 세상이 바쁘게 돌아가면서 어느 샌가 제비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초가집이 사라진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풀과 나무가 있던 자리에 도로가 뚫리고, 논밭엔 집과 공장이 들어섰다. 그러면서 제비는 둥지를 짓는 데 필요한 재료를 구하기 힘들어졌고, 환경 오염으로 먹잇감도 많이 줄어들었다. 삼짇날이면 찾아오던 제비를 반기는 사람도 점점 줄어들었다. 흥부에게 복을 가져다 준 고마운 제비는 이제 미끄러지듯 하늘을 누비며 날던 날을 그리워하며 높은 빌딩을 피해 이리저리 날아다녀야만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제비는 어떤 집을 가장 좋아할까? = 우리네 가옥 구조가 급격하게 바뀌면서 제비들은 우리네 삶에 맞춰 적응을 해서 살아가게 되었다. 제비는 어떤 집을 가장 좋아할까? 지난해 학교 아이들과 내가 사는
   
 
 
원지 마을의 집을 모두 살펴보면서 둥지 수를 세어 보았다. 그랬더니, 벽돌집을 제일 좋아한다. 사실 다른 시멘트 집은 한 개이고 목조 주택이나, 대리석, 시멘트로 된 집에는 찾아 볼 수 없었다. 벽돌집을 좋아하다 보니 어떤 벽돌집은 제비 연립주택을 연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많게는 한 집에 여섯, 일곱, 여덟 개의 둥지가 모여 있는 곳도 있다.

그럼 제비는 몇 층을 제일 좋아할까? 생각해 보면 옛날에는 일층밖에 없었으니 대부분 일층에 둥지를 짓겠지. 그런데 총 36개의 제비 둥지에서 일층에 있는 것은 27개, 이층에 8개, 삼층에 한 개 둥지가 있다. 이층에도 예상 외로 쉽게 볼 수 있다. 혹시 제비들도 차츰 적응해 가면서 높은 층에 더 많은 둥지를 앞으로 지을지도 모르겠다.

/오광석(산청 신안초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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