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는 제주도서 왔다는 갯기름나물 어린 순을 한 소쿠리 사서 나물 무쳤는데 강한 향 때문에 작은 아이는 이맛살을 찌푸렸고 남편은 안 먹어 본 나물이라 겁난다고 망설여서 혼자 포식했습니다. 몇 년 전 제주도 여행지 일출봉 바닷가에서 나물 따던 할머니에게 사와 무쳤던 그 화하고 아릿한 향이 온 식탁을 행복감으로 채웠는데요. 바닷가 언덕이랑 벼랑 바위 틈에서 나풀나풀 자라는 어린 순을 생으로 따서 먹기도 하며 야생의 추억을 만들었었습니다.
경남 지역에는 거제도나 섬지방의 산골짝 바위틈이나 산기슭에서 주로 자라나는 귀한 식물인 이 갯기름나물은 미나릿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방향성이며 6~8월에 하얀색 꽃이 피는데 한 꽃대에 여러 가지가 나와 그 위에 수백송이의 작은 꽃이 막대사탕처럼 모여서 핍니다. 제주도나 남부 지역 바닷가에서 주로 자라며 방풍의 한 종류입니다. 석방풍이라고도 부르며, 뿌리는 목방풍이라 하여 주로 약재로 썼습니다. 어린 순은 삼사월에 채취하여 나물로 먹는데 그 향이 아주 강해서 입맛을 돋우고 비타민과 섬유질이 풍부하여 봄 보양식으로도 으뜸입니다.
원래 '방풍'이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중풍을 방지한다'는 의미에서 지어졌다고 합니다. 그 의미처럼 갯기름나물은 고혈압·중풍을 예방하고 풍질·거풍에 좋은 약효를 발휘하며 관절염이나 협심증의 심장 수축을 억제하는 작용도 있다고 합니다.
한방이나 민간에서는 뿌리를 물에 달여 아침저녁으로 복용하였다고 합니다.
현대 한방의학에서 중요한 약용식물로 연구되고 있으며 항바이러스·항균·항알레르기·항궤양 작용도 뛰어나다고 합니다.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여러 문명병에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어서 부가가치가 높은 우리 약용 식물입니다.
도시의 삶은 공해와의 전쟁이고 자연이 사라진 공간 속에서 수많은 문명병을 앓고 사는 날들입니다. 봄비가 흠뻑 내리고 난 후면 산과 들로 나가 숲의 가슴에 한 번쯤 안겨 자연이 들려주는 원초적 냄새와 소리에서 지친 몸을 위로받고 건강한 생태리듬을 회복하시기 바랍니다. 이번 주에는 갯기름나물의 꽃대가 올라 세어버리기 전에 한 소쿠리 사다가 맛있게 무쳐 드시고 건강한 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박덕선(경남환경교육문화센터 운영위원장)
박덕선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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