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바람 추워도 몸이 간지럽습니다. 저 안에서 불려나오는 봄의 온기가 산으로 내달리라 부채질하는 봄날입니다.

이때쯤이면 이미 마음은 무학산·광려산·정병산·대암산… 어디 어디쯤 그 숲 속 바위 밑 피고 지던 그 꽃들 올해도 피었겠지? 깽깽이풀은 제법 꽃대가 섰을 것이고 복수초는 이미 피고 졌을 거야. 노루귀가 벌써 씨앗 맺은 걸 보면.

몸은 바빠서 동분서주하는 도시의 나날 속에서도 문득 문득 마음이 혼자 내달음칩니다.

괭이눈. 가운데가 꽃처럼 보이지만 잎이다.
광려산에 노루귀·바람꽃이 한창이라는 꽃소식이 연일 날아듭니다. 지난해 봄꽃 찾아 나섰다가 계곡 바위틈에 가득히 돋아 있던 애기괭이눈을 만났던 감동이 나를 더 봄바람 나게 합니다.

범의귓과의 괭이눈은 이른 봄 산지 그늘 습지에서 싹이 돋아나는데요. 먼저 돋은 풀잎이 샛노란 색깔로 변하여 마치 꽃이 핀 듯 보입니다. 그래서 괭이눈의 속잎을 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요. 동그랗게 돌려 모여 있는 잎이 마치 고양이가 눈을 크게 뜨고 있는 모습 같다 하여 괭이눈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합니다.

깊고 호젓한 숲 계곡가에서 무리지어 피어 있는 괭이눈의 샛노란 모습을 보면 골짝이 환해집니다. 정작 꽃은 4~5월에 아주 작은 황록색 꽃들이 보일 듯 말 듯 꽃잎도 없이 핀답니다. 꽃보다 아름다운 잎을 가진 괭이눈이랍니다.

우리 지역에는 주로 일반 괭이눈이 많이 자라는데 몇몇 산에는 애기괭이눈이 자생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일반 괭이눈에 비해 그 크기가 아주 작은 것은 애기괭이눈이고 줄기에 긴 털이 나 있으며 꽃줄기가 옆으로 뻗으면서 가지가 갈라지는 것은 가지괭이눈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대극이나 등대풀과 비슷한 모양을 지녀 대극과로 오해하기 쉬우나 괭이눈은 범의귓과로 식용과 약용으로 쓰이는 풀입니다. 이른 봄에 연한 순을 따서 나물해서 먹거나 약용으로 썼다는데 그 효능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별로 없습니다.

대극과의 풀들도 약용으로 쓰나 그 독성이 강해서 피부염이나 복통·설사유발하지만 괭이눈은 독성이 약합니다. 그러므로 괭이눈은 이른 봄에 난 것을 먹는 것이 좋습니다. 3월 중순이면 대극이 많이 나오는
   
 
 
데 괭이눈과 혼동하여 나물로 채취하면 위험합니다. 나물로 식용할 때는 약간 독성이 있으므로 데친 후에 물에 우려서 먹는 것이 안전합니다. 또 나물로 무칠 때 참기름을 넣는 것은 그 독성을 약화시키고 여러 균의 침입을 막는다고 합니다.

양지쪽 언덕에는 벌써 꽃다지와 광대나물은 꽃이 한창이라 봄나물로 먹기는 늦어 버렸으며 냉이도 꽃대가 오릅니다. 꽃이 피거나 꽃대가 생기면 풀 자체에서 자기보호장치로 독성을 갖기 때문에 위험할 뿐만 아니라 맛도 없습니다. 지금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봄나물들은 쑥·취나물·원추리·버드생이나물·질경이·쑥부쟁이 새순 등이 있습니다. 한 번쯤 밖으로 나가 겨우내 도시 생활에 지친 심신을 봄바람에 위로 받고, 상큼한 봄나물로 생기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박덕선(경남환경교육문화센터 운영위원장·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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