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장이 있으면 경주마가 있어야 된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러면 경주마는 어디서 들여오느냐가 문제다. 한국마사회는 경남.부산 공동경마장 착공과 동시에 제기된 말공급 시스템과 관련, 아예 경남을 대상 범주에도 넣고 있지 않다고 한다. 멀리에서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현재 주요공급처인 제주도에서 상당량을 공급하고 전남.북 일원에 종마 육성단지를 조성한 후 여기에서 일부량을 보충할 계획을 갖고 있는 듯 하다.
마사회가 왜 굳이 멀리 호남지방에 말 육성단지를 조성하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적당한 부지, 즉 말을 키우고 개량하자면 30만평 정도가 필요한데 경남에는 적지가 없다는 것이지만 그것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평야가 많은 호남쪽보다 산지가 많은 경남 내륙 및 북부지역이 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을 그들이 모를리 없다. 특히 밀양은 벌써부터 종마단지 후보로서 내외의 관심을 끌어 왔다. 마사회가 경남을 배제하는 명분으로 규모를 들이댄다면 그것도 넌센스다. 선진 공급처인 일본이나 캐나다 등지에는 10만평 수준의 종마장이 얼마든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마사회가 딴전을 부리고 있는 이유에 대해 우리 나름대로의 해석은 이렇다. 경마장은 주되 종마장은 못주겠다는 것이다. 그것을 지역안배라는 정치적 시각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럴 일이 따로 있지 이 경우에 적용해서 효과를 얻을 성질의 것은 아니다. 상식적으로도 경마장이 있으면 종마육성지는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밀양을 최적지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밀양은 일찍부터 양잠이 발달했을 뿐만 아니라 축산 전반에 걸쳐 전국적 선진지로서의 역할을 해오고 있는 곳이다. 가축 증식이나 개량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를 말 산업 쪽에 쏟아 붓는다면 효율성은 배가될 것이다. 밀양시가 이같은 지역 장점을 살려 지난해부터 단장면 일대에 종마 목장을 조성할 만반의 준비를 했으나 농수산부와 마사회가 객관적 타당성보다는 여러 가지 행정적 요인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듯한 반응을 보임으로써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연고성.지형성 외에 또 하나 경남에 종마단지가 있어야 하는 이유는 말주인들을 위해서다. 지난 93년부터 마주제가 시행되면서 각각의 경주마는 주인이 있기 때문에 마주들의 말 관리와 이동의 편의성을 위해 가까운 밀양이 종마단지의 적지로서 평가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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