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수류화개' - 사천 '흙담'
아주 오래 전과 비교하면, 언제부터인가 맛집 경쟁은 다양한 양상으로 펼쳐진다. 맛 하나로 손님(고객)을 찾으려는 집도 드물어진다. 맛 이외에도 다양한 볼거리와 이색 이벤트 등으로 손님을 끌어들이려는 맛집들의 노력이 벌어진다. 생은 끝나지만, 추억은 남는다고 했던가. 지난날에 대한 기억은 오늘을 살아가는 힘이 된다. 오늘 소개할 집은 추억을 싣고 손님을 맞는 두 음식점이다.
추억 소품들의 집성체 '수류화개'-구들방에 흐르는 7080 노래 '흙담'
'수류화개(水流花開)'는 물이 흐르고 벌과 나비가 찾아온다는 의미로 손님이 많이 들기를 바라는 뜻이다. 차를 타고 마산시 구산파출소를 지나 조금 더 달리니 옛 영화 포스터를 담은 큰 간판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곳에서 꺾어 굽이굽이 좁은 길을 따라 들어갔다. 너와집 지붕 모양을 한 '수류화개'가 나왔다.
은행·떡·버섯·양파 등을 얹은 돼지고기를 시켜 구웠다. 돼지고기를 먹고서 된장찌개가 별미지만, 김치말이 국수(3500원)를 곁들일 수도 있다. 한가득 내놓은 나물 반찬들이 상을 메웠고, 창문 가를 장식한 이색 소품들은 추억의 이야깃거리를 전했다. 옛날 식기류·궤·장난감·우표·우체통 등 희귀하고 신기한 물건들이 실내 장식 전부를 차지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장사한 지 5년. 전시된 골동품은 김계송 사장이 십수 년 동안 모은 것이란다. 애초 박물관처럼 기획했으나 오랜 기간 고기 장사도 해온 터라 둘을 병행하는 아이디어를 고안했다. 김 사장은 부모들과 어린 아이들이 근대사 물품들을 함께 보며 옛 이야기로 공감한다면 좋을 거라고 말했다.
다양한 이색소품들로 장식된 수류화개의 벽면 | ||
가을날 황금 들녘을 지나 '흙담'에 닿았다. 건물 한가운데 배를 만지면 아들을 낳는다(?)는 좌상이 보였다. 출입문 옆 황토 기둥에 박힌 사기그릇도 눈에 띄었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7080 유행가들도 귓가에 스쳤다.
'흙담'은 오순도순 이야기 나누기에 알맞은 곳이다. 주말 저녁이라서 그런지 여기저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황토와 나무 등으로 장식된 내부는 16개 독립된 방으로 나뉘었다.
방마다 달린 사립문이 이채로웠다. 짚·대·나무 등을 엮어 창호지를 발라 만든 문을 열자 방마다 운치를 뽐냈다. 오래된 궤, 검정 고무신, 전화기, 표구한 액자, 지게, 나전칠기가 붙은 장롱, 재봉틀, 베틀, 함, 낡은 지폐 등 각양각색의 물건이 놓여 있었다.
바지락이 들어 있는 수제비는 얼근한 맛을 냈다. 호박·도라지·콩나물·고사리 등 여러 채소가 듬뿍 들어간 비빔밥도 쓱 비벼 한 숟가락 떴다. 밥을 먹는 내내 김광석이 노래하는 '사랑했지만', 빌리 조엘이 부른 'Just The Way You Are', 박인희의 '방랑자' 등 곡들을 들을 수 있었다. 1940~50년대 방의 모습과 7080 노래들이 어우러졌다.
지난 2001년 문을 열었지만, 김남진 사장이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가게를 이끌고 있다. 근처 백천사, 삼천포항, 삼천포대교 등과 가까워 유수의 경치도 만날 수 있다. 관광지로 가는 길목에 자리해 여행 속의 추억 여행을 즐기는 셈이다.
한글학회 진주지회로부터 아름다운 우리말 가게로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일요일을 뺀 매일 오후 8시께 2시간가량 라이브 무대도 펼쳐진다.
흙담수제비 6000원·흙담비빔밥 6000원. 사천시 신벽동 530번지. 055-835-0866.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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