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위기가 다시 도래하고 있다. 외환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은 낮지만 불황이 심화될 조짐이다. 경제위기의 원인은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한국경제가 자본주의경제이기 때문에 경기변동은 불가피하지만 빈부격차와 독점이 심할수록 경제위기는 더욱 심해진다. 한국경제의 경우에도 IMF 관리체제하에서 고금리와 공적자금 투입에 의한 채권수익 보장과 예금 전액보장 등으로 금융자산 소유자들은 치부한 반면 노동자들은 실직과 비정규직 취업 증가로 빈곤해져 소득분배가 악화된 것이 최근 경제위기를 재촉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서 진보정당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오늘 한국사회에서 진보정당이 긴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빈부격차와 독점을 완화하여 경제위기를 완화하기 위해서이다. 진보정당이 발전해서 우리 사회의 역학관계를 변화시켜야만 부유층으로부터 조세징수를 늘리고 국방비를 감축하여 사회보장지출을 늘림으로써 국내소비를 확충하고 불황을 완화할 수 있다. 그리고 재벌체제를 해소하여 격심한 경제위기의 재발을 예방할 수 있다.



둘째, 노동자와 농민 등 기층 민중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해서이다. 경제위기가 가중되는 현재 상황 하에서 노동조합이나 농민회 등 대중조직만으로는 대중권익 옹호에 한계가 있다. 실업자들의 문제를 민주노총이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민중들의 정치적 힘이 미약하니 2001년부터 계획중인 논농업 직접지불액도 3000평당 25만원(한 가마당 4000원)으로 명목뿐이다. 경제정책기조를 바꾸고 재정을 투입하여 실업수당을 지급하고 직접지불액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누구에게서 세금을 거두어 누구에게 지출할 것인가는 정치적 힘관계에 의해서 좌우된다.



그런데 보수 여야당은 모두 자본가의 이익을 옹호하는 정당이다. 우선 1999년도 당의 수입에서 당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국민회의 3%·한나라당 5%에 불과했다. 민주당은 후원회 기부금으로 200억원을 조달했는데 이것은 주로 상위 주요 재벌들이 수십억원씩 낸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모두 재정적자 축소,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한 구조조정을 강조하는 데 이것은 초국적자본과 국내독점자본의 이익을 옹호하는 노선이다. 한농연과 전농은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씨를 지지했지만 대통령 당선 후에는 기대가 전혀 충족되지 못했다. 농민들의 쌓인 분노는 지난 21일의 고속도로 점거로 나타났다. 국민들도 보수 여야당에 실망하여 지난 총선 투표율이 57.2%로 극히 낮았다. 진보정당이 발전되어야만 국민들의 정치혐오감을 극복할 수 있다. 유럽각국은 좌우파 정당이 대결하는 구도이므로 투표율은 대체로 75% 전후로 높은 편이다.



셋째, 지역주의 정치를 종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정치 지형을 진보와 보수의 대결구도로 바꾸는 것이다. 지역주의 정당체제는 국가 재정을 어디에 더 많이 배정할 것인가가 중요한 개발시대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었다. 그러나 같은 지역 내에서도 기득권세력과 기층민중의 대립이 심해진 지금은 아무 근거가 없다. 경상도 노동자와 농민들은 김영삼정권을 창출하는데 앞장섰지만 생활이 나아졌는가. 대선때 전라도 노동자와 농민들 역시 김대중정권 창출에 노력했지만 결과는 무엇인가.



넷째, 올바른 방식의 남북관계 개선과 남북통일을 위해서이다. 재벌주도로 전개되는 남북경제협력은 문제를 안고 있다. 1998년부터 2000년 6월말까지 금강산 관광사업을 벌인 현대아산은 모두 2270억원의 적자를 냈다. 관광수입은 1861억원을 벌어들였지만 북한에 2970억원을 관광사업 대가로 지불하고 관광선 임차·운영비로 1161억원을 사용하는 등 4131억원을 지출했다. 이것이 현대건설 부실의 한 원인이 되었다. 현대그룹이 어려워지면 남북경제협력이 지장을 받는다는 것은 극히 불합리하다. 군축과 부유세 징수로 재원을 조달하여 대북 지원에 사용토록 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며, 이것은 진보정당이 발전하지 않고는 관철되기 어렵다. 진보정당은 오늘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데 핵심 열쇠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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