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상 이사가 추천하는 한비의 <세난>을 읽어가던 진왕은 연방 무릎을 쳐대며 감탄했다. 유세의 어려움을 적은 책이 <세난>인데 한비의 냉소적이고 역설적인 저술방법이 진왕에게는 다시없이 구미에 맞는다고 생각되었다.

진왕은 책의 한 대목에 눈이 갔다.

“여도지죄?”

위(偉)나라 군주 영공은 미자하(彌子瑕)를 그지없이 총애했다. 남자 치고는 너무나 미소년(美少年)이었기 때문이다.

영공은 후궁들과 살기 보다 미자하와 지내는 일을 제일의 행복으로 생각했다.

자신이 영공한테서 절대적으로 사랑받는다고 생각한 미자하는 그 교만함이 하늘 높은 줄 몰랐다.

그런 미자하가 집안의 심부름꾼한테서 급한 연락을 받았다.

“모친이 위독하십니다. 서둘러 가보셔야 임종을 하실 수가 있습니다.”

영공이 민심을 살피러 출타중이었으므로 궐내에는 없었다.

“어떡한다? 급한데 어쩔 수 없지 뭐. 군주의 명령이라 속이고 군주의 수레라도 타고 가야지!”

결국 미자하는 영공의 사두마차를 몰고는 집으로 달렸다.

며칠 후 영공이 돌아왔다. 조정이 들끓을 수 밖에 없었다.

“미자하를 벌주어야 합니다! 위나라 법에는 허가없이 군주의 수레를 탄 자는 월형(발꿈치를 자르는 형벌)에 처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러나 미자하의 발꿈치를 잘라 그의 아름다움을 손상시킬 수는 없었다. 영공은 오히려 신하들에게 사정을 했다.

“이렇게도 한 번 생각해 보시오. 미자하가 월형을 받을 걸 뻔히 알고서도 과인의 수레를 몰았던게 아니었겠소. 그런 행동을 취한 이유가 무엇이겠소. 바로 모친에 대한 효성 때문이 아니었겠소. 과인은 그가 월형을 감수하면서까지 효성을 다했으므로 오히려 그의 기특한 효심을 칭찬해 주고 싶단 말이오!”

그렇게 되어 미자하는 발꿈치 잘리는 형벌을 면하면서, 오히려 칭찬까지 들었다.

그의 영공에 대한 오만방자함은 끝이 없었다.

어느날 미자하는 군주의 과수원으로 들어갔다. 맛있게 보이는 복숭아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한 알 툭 따서는 베어먹어 보았다. 정말 맛이 있었다.

바로 그 때 저만치서 영공이 미소를 지으며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이쁜 아이야, 지금 무엇하고 있느냐?”

“복숭아 맛이 어떤가 해서 한 개 따 먹어보니까 정작 입안에서 살살 녹을 정도로 맛이 들었습니다. 너무 맛이 좋아 소인 혼자서는 먹을 수가 없습니다. 주군께서도 한 입 베어 잡숴 보시지요.”

그러면서 미자하는 제가 먹던 복숭아를 영공에게 내미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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