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월 무관의 한을 씻은 박세리(24·아스트라)가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99년 1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후 침묵을 거듭하며 ‘배가 불렀다’ ‘골프를 그만 두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비웃음과 우려를 한꺼번에 날린 쾌거는 373야드의 16번홀(파4)에서 확정지어졌다.



14번홀에서 행운의 칩샷 버디에 이어 15번홀 버디로 단독 선두에 나선 박세리는 페니 해멀(미국)에 단 1타 앞서 있어 우승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우승을 예감한 듯 자신감이 넘친 박세리는 16번홀에서 페어웨이 한 가운데로 정확하게 드라이브샷을 날린 뒤 신중하게 세컨드샷을 날렸다.



핀 오른쪽을 다소 지나치는 듯했던 공은 백스핀이 걸리면서 핀 1m옆에 바짝 붙었고 박세리는 숨을 고른 뒤 가볍게 침착하게 버디를 낚아 보기를 저지른 2위 해멀과의 간격을 3타차로 벌렸다.



버디를 낚아 보기를 저지른 2위 해멀과의 간격을 3타차로 벌렸다.



박세리와 한조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해멀은 박세리가 후반들어 자신보다 평균 30야드 이상 더 멀리 뻗어나가는 드라이브 티샷과 핀에 바짝 붙이는 아이언샷, 정교한 칩샷 등에 주눅이 들며 흔들린 때문.



16번홀 결과로 승부가 끝났다고 본 박세리는 그러나 17번홀과 18번홀에서도 공격적 플레이를 누그러 뜨리지 않았다.



17번홀 파에 이어 마지막홀(파4·384야드)에서 박세리는 세컨드샷이 핀과 다소멀게 떨어지자 실망스러운 표정이 역력했으며 버디 퍼팅이 홀컵에 바짝 붙은 채 멈추자 동반자들이 홀아웃을 기다렸다가 침착하게 챔피언 퍼팅을 홀에 떨궜다. 공을 집어든 박세리는 그간의 설움이 한순간에 가시는 듯 환한 미소로 갤러리들을 향해 한 손을 번쩍 치켜들며 환호했다.



심한 목감기로 프로암대회까지 불참하며 우승 기회를 넘보던 박세리.



그는 우승이 확정된 뒤 가진 인터뷰에서도 쉰 목소리가 여전했지만 “최종라운드를 앞두고 머리가 너무 아파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지만 우승하고 나니 아프다는 사실도 깨끗이 잊혀졌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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