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아침엔 '밥'

다른 맞벌이 부부처럼 우리 부부의 아침도 상쾌함과 새로움과는 거리가 멀다. '어떻게 하면 엄마 아빠와 더 놀아볼까.' 내려오는 눈꺼풀을 부둥켜 잡으며 밤새 뛰놀던 4살 난 아이는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잠과 하나가 돼 꼼짝도 하지 않는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청소는 미룰 대로 미뤄 집은 말 그대로 도둑이 왔다간 듯 하다. 아이를 차에 태워 보내면 어느새 출근시간. 우리 부부의 아침은 한마디로 시간과 사투를 벌이는 전쟁터다.

그래도 난 누가 뭐라 해도 투철한 한국인이다. 어떤 것도 안된다. 아침은 꼭 먹어야 하고 그리고 종류는 꼭 밥이어야 한다. 어릴적 엄마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침에 잠이 덜 깼든 다 깼든 아랑곳 않고 나를 밥상에 앉혔다. 종소리만 들으면 침을 흘린다는 '파블로프의 이론'이 적용된 것일까. 아침에 밥을 먹지 않으면 하루 일과를 시작할 수가 없다.

"촌스럽기는…. 난 간단하게 빵 먹어도 되거든. 답답한 사람이 차리기다."

남편은 대학 때부터 자취생활과 잦은 배낭여행에 빵의 편리함을 안다. 그래서 아침은 항상 내 몫이고 대신 저녁은 남편 몫이다. 아침 주식은 주로 전날 밤 먹다 남은 찌개와 밥.

문제는 둘 다 준비되는 날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밥이 있으면 찌개가 없고, 찌개가 있으면 밥이 없다. 아님 먹을 시간이 없다. 그래서 뚫었다. 1000원의 행복, 김밥집이다. 아침부터 목이 '퀙퀙' 막히는 김밥이 뭐가 맛있겠냐만은 늦게 일어나 아침밥을 준비하지 못한 미안함에 맘에 없는 말을 연거푸 해댄다.

"이상하게 김밥이 먹고 싶네. 오늘은 그냥 나가는 길에 김밥 먹자."

"또 밥 없지. 김밥 지겨운데…. 빵 먹을까?"

"그냥 김밥 먹자."

빵 먹겠다는 사람을 못 먹게 하는 건 내 심보다. 아무리 출근하면서 허겁지겁 먹는 김밥이지만 혼자 먹으면 맛없다. 아침에 전쟁을 치른 탓일까. 김밥집 간판을 보면 배가 더 고파온다. 김밥 하나 한 입에 넣자 하루가 시작되는 기분이다.

"아∼ 이제 좀 살 것 같다."

"오늘 김밥은 왜 이리 짜냐. 정말 이젠 김밥 안 먹고 싶다…."

"그래, 내일은 웬만하면 밥 먹지 뭐."

하지만 내일 돼 봐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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