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수에 빠진 쫀득한 반죽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마산 반월시장 깡통골목. 세월의 흔적이 녹록하게 남아있는 골목 한쪽에 통나무의 숨결이 느껴지는 아담한 식당이 삐죽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큰 창문을 살포시 보듬고 있는 하얀 커튼, 문을 열면 '삑∼'하는 소리가 정다운 통나무 대문, 마치 시장통에서 웃음 짓고 있는 어린아이와 같다. '어떻게 어디까지 왔냐'고 묻고싶을 정도로 이색적인 분위기를 풍기지만 어색하지만은 않다. 15년 넘게 이 곳에 살아온 식당주인이 있기 때문이다.

   
 
 
"4년 전 가게가 나가지 않아 빈 채로 남아있었어요. 비어 있으니까 안타까워 안되겠더라고요.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 작은 식당을 차리게 됐죠."

주인은 어릴 때부터 수제비를 좋아했던 덕에 틈만 나면 창원, 진해 등 맛있는 수제비집을 찾아다녔다. 그래서 수제비만은 자신 있었다. 반죽은 어느 정도 숙성시켜야 맛있다는 것도, 육수는 어느 정도 걸쭉해야 입안에 착 감돈다는 것도 느끼고 있었다.

가게 문을 열면 집에 있는 싱크대가 놓여있는 주방이 보인다. 집에 온 듯해 믿음이 간다. 아이들에게 해주던 그대로 맛을 보여주자는 생각에 시작했기에 인테리어도 그 분위기에 맞췄다.

"최대한 집에 온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커피숍 같다는 손님들도 많은 편이죠. 오시는 손님들도 단골손님이 대부분입니다."

국물의 끈기가 제법 강한 편이다. 첫 맛이 진하게 넘어가는 대신 뒷맛은 깔끔하다. 면은 주인의 손길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바로 찢어 넣어 입안에 넣으면 부드럽게 착 감긴다. 아삭하고 새콤한 무 김치는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이 모든 음식의 맛은 육수에 있다.

"예전부터 조미료는 따로 쓰지 않았어요. 대신 항상 미리 만들어 둔 육수로 맛을 냈습니다. 참, 우리집은 육수가 떨어지면 장사를 하지 않아요. 그래서 저녁쯤에 오려면 미리 전화를 해야 합니다. 괜히 헛걸음 하시면 안되잖아요."

식사 후엔 맛있는 원두커피도 준비된다. 따뜻한 차 한잔의 여유와 집 같은 푸근한 분위기가 있어 엉덩이가 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으니 시간은 여유있게.

   
 
 
△위치 : 마산시 신창동 1-3번지 22통 3반 '밀'

△전화 : (055)241-3619

△주요메뉴 : 수제비·칼국수 4000원, 유부초밥·주먹밥 3000원

△영업시간 : 오전 10시부터 육수 떨어질 때까지

△주차 : 불가능

△카드 :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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