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 음식과 데이트할까

지난 21일 마산 여성회관에서 열린 '추석 음식만들기'에 본사 박근철(33) 총각기자가 동행했다. 명절 때마다 어머니와 형수 음식 하는 일을 돕긴 했지만 직접 나서서 해보는 기회는 드물었던 그다. 20·30대 젊은 주부부터 50대 베테랑 주부들까지 약 40여명이 모인 틈바구니 속에서 추석음식도 손수 만들어보고 이런저런 얘기도 들었다. 총각기자의 추석음식 도전기를 동행 취재했다.

   
 
 
 

도전 요리는 중부지방에서 먹는다는 토란탕과 가을에 제 맛을 낸다는 새송이로 만든 새송이 산적, 먹기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오색의 화양적이다.

특히 쇠고기, 통도라지, 당근, 표고버섯, 오이, 달걀 등 재료 하나하나를 삶아 볶아서 꽂아야 하는 화양적은 정성이 없으면 힘든 음식.

"여기 와서 꼬치한번 끼워볼래요?"

박 기자가 소속된 조는 2조. 남성의 출연이 어색해서일까. 다른 조 주부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소탈한 성격의 유상희 씨가 아들 같다는 생각에 먼저 말을 걸었다. 이어 같은 조 안혜림 씨가 같이 하자고 권했다.

총각 9단 vs 주부 초단

오랜 직장생활을 끝내고 추석음식을 처음 만들어본다는 안혜림 씨. 가지런히 꼬지를 꽂는 박기자의 손놀림을 보고 놀라는 표정이다. 거들어주는 모습을 지켜보던 김영희 씨가 한마디 거들었다.

"난 딸만 둘이라 그런지 사위는 음식 잘했으면 좋겠어요. 요즘 남자여자 다 직장 생활하는데 여자만 음식 잘하라는 법 어디있어. 아무나 잘하는 사람이 하면 되고 도우면서 하면 되지. 참 잘하네 총각."

처음에는 머쓱해하던 박 기자였건만 어느덧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다. "이야 색깔 정말 예쁘네. 이거 남은 건데 하나씩 드셔보세요. 어머니."

     
 
 
 

박기자가 명절 때 주부들이 힘들어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어 한 주부가 '당연히 밥상 차리는 일이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손님 올 때마다 밥상 차리고 치우고 하다보면 명절이 다 가 버려요. 이번 추석은 또 얼마나 길어. 놀러가는 사람들은 좋을지 몰라도 난 밥상 차릴 것 생각하면 벌써 허리가 뻐근해요."

"추석때 사랑받겠네"

50대 주부들에 비해 젊은 주부들의 반응은 좀 다르다. 20대 한 주부는 남편이 음식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어려운 일 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랬던 남편이 명절만 되면 뒷걸음질을 치고 꼼짝을 안한다고 하자 주위에서 맞다며 웃음이 터져 나왔다.

명절은 요즘처럼 바쁘게 살 때는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날이라는 의미가 더 크다. 한 주부가 번거롭고 일 많고 먹을 것 없는 추석음식이라지만 가족이 그 맘을 이해해주고 도와주는 성의라도 보인다면 그런 맘도 가실 것 같다고 말하자 동감을 샀다.

     
 
 
 

직접 해보면 어려운 줄 알고 아까운 줄 안다고 했던가. 꼬치를 꼼꼼하게 꿰더니 박 기자가 남은 재료로 동그랑땡을 만들어도 괜찮겠다며 제안한다. "하면 늘게 돼 있다" "부인 될 사람 좋아하겠네" 등 옆에 있던 주부들이 한마디씩 쏟아낸다.

드디어 시식시간. 고생해서 만든 새송이 산적을 하나씩 쥐어먹자 순식간에 사라진다. 박 기자의 손이 머뭇거린다. 오색이 아름다운 화양적은 손을 대지 못한다.

"정성이 가득해서 먹기가 미안하네요. 어머니들 수고하셨습니다. 이번 추석 때 형수한테 보여주면 사랑 받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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