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일보 의거에 감사드립니다

경남도민일보의 창간을 축하드립니다. 그러나 진정한 축하를 위해서 제가 좀 더 솔직해져야할 것 같습니다. 저는 몇 개월전 경남도민일보가 한창 창간 준비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심 '오죽 답답했으면 그런 생각을 다 했을까?'하는 생각과 함께 안쓰러운 마음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잘 아시겠습니다만, 우리의 언론 상황은 절망적입니다. 신문사를 경영하는 목적이 단지 돈벌이라거나 권력행사라거나 모기업의 방패 또는 로비의 용도라면 우리 언론상황을 가리켜 절망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러나 신문사를 경영하는 목적이 우리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아 공익을 수호하는데에 기여하는 것이라면 현 상황에 대해 절망을 수십번 한다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절망적인 언론상황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세상이 다 그런거지 뭐' 라고 생각하는 체념의 지혜를 터득한 걸까요? 그래서 신문에서 양심과 도덕을 찾겠다는 생각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신문을 일종의 몰가치적인 '소비상품' 으로 간주하게 된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언론개혁을 외치는 사람들은 그런 현실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언론개혁을 외치는 그 순간에도 절망감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 합니다.

그 체념의 지혜와 절망감이 쌓은 벽은 너무 두텁고 높기만 합니다. <한겨레>의 탄생을 가능케 했던 6월 항쟁과 같은 역사적 전환점을 이젠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됐거니와, 지방의 열악한 경제사정은 이른바 IMF사태로 더욱 큰 타격을 받아 양심과 도덕을 갖춘 신문의 탄생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경남도민일보의 창간 준비 소속에 안쓰러운 마음을 가졌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한가지 미처 생각하지 못한게 있었습니다. 경남도민일보 창간주체가 어떤 분들인지 그 점을 가볍게 지나친 겁니다. 저는 경남도민일보의 창간 과정에도 놀랐습니다만, 독자들에게 드리는 21가지 약속을 읽고선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세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그 약속은 그간 우리나라에서 나온 모든 언론개혁방안의 이상을 충실히 담고 있습니다. 둘째 그 약속은 언론개혁방안의 이상을 추상이 아닌 구체적 방침으로 제시하였습니다. 셋째 그 약속은 당위가 아닌 현실로서의 실천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갖게 만듭니다.

저는 그 21가지 약속에서 순수한 아마추어의 정열과 아울러 노련한 프로의 경륜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최문순 언노련위원장이 "4∙19를 이끈 3∙15의거라는 떳떳한 역사를 가진 마산에서 언론독립의 4∙19를 이루자"고 말씀하셨다죠? 그렇습니다. 4∙19가 왜 일어났겠습니까? 절망과 희망은 멀리 분리돼 있는게 아닙니다. 절망의 끝이 곧 희망입니다. 왜 우리가 지금과 같은 언론상황을 묵묵히 감내해야만 합니까?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는 한계에 이른 게 아닐까요?

경남도민일보는 이미 경남만의 신문이 아닙니다. 3.15의거가 마산만의 의거가 아니었듯이 말입니다. 경남도민일보의 창간취지와 정신은 뇌사 상태에 빠진 한국 언론을 구원할 수 있는 희망과도 같습니다. 한국 언론을 위해 반드시 크게 성공하셔야 합니다. 제가 너무 큰 부담을 드린 걸까요. 속된 말로 모든 분들이 목숨걸고 달려든다면 도대체 무엇이 어렵고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말씀하신 그대로, 힘센 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겐 따뜻한 신문이 돼 주십시오. 동종 언론사도 과감히 비판의 도마위에 올려주십시오. 크게 낙담해 있는 전국의 모든 언론개혁 세력이 그 바람을 맞고 당당히 일어설 것입니다. 저를 포함하여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경남도민일보의 창간에 대해 진정 드리고 싶은 말씀은 축하가  아니라 감사일 것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강준만 교수(전북대 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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