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 노사가 인력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에 전격 합의함으로써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던 대우차는 일단 회생의 전기를 마련했다. 대우차 노조가 이를 감수하고 합의에 이르게 된 까닭은 더 이상 버티다가는 대우차가 회생할 수 있는 길이 전혀 없고 청산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정부와 채권단은 노조에 압력의 강도를 높여가며 구조조정에 동의할 것을 요구해 왔다. 구조조정만이 대우차가 회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양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했다. 김대중 대통령도 “실업을 회피하려다 기업이 망하면 모두 실업자가 되는 만큼 일시적 고통은 감수해야 한다”며 직접 대우차의 철저한 구조조정을 촉구했다. 아무튼 대우차는 노사가 정책당국자의 의도대로 이달안에 채권단의 자금지원과 인력감축을 포함한 자체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구조조정은 대우차뿐 아니라 전산업 전 부문에 걸쳐 필요하다. 그동안 고도성장 과정에서 만연되어온 비효율을 걷어내고 우리 경제를 근본적으로 수술하겠다는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하지만 구조조정의 내용이 문제이다.

구조조정의 핵심은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비효율적인 경제구조를 뜯어 고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런데 대우차 구조조정은 고용인력을 줄여 비용을 낮추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결국 대우차의 구조조정이 성공하더라도 최대의 피해자는 일터에서 쫓겨나는 노동자가 될 것이다. 물론 구조조정이 늦어져 모두가 일터를 잃는 어리석음보다는 소수의 인원감축을 통해 기업을 살리고 다수가 안정된 일터를 갖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으로 퇴출되는 소수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나머지만 더욱 잘살게 하는 구조조정은 안된다. 또한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회사돈 빼돌려 편안하게 잘사는 그런 구조조정이라면 더욱 동의할 수 없다. 대우차 못지 않은 누적부실로 인해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영국의 로버자동차 회사는 3만명의 노동인력을 5500명으로 줄였다. 로버의 노동자들이 이렇게 대규모 인원조정에 쉽게 동의했던 것은 퇴직 노동자들에 대해 당국과 회사쪽이 재교육·재취업을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위로금 등 적절한 보상을 해 줬기 때문이다. 향후 정부당국의 대우차 처리도 로버사의 예를 교훈삼아야 한다. 인원감축으로 얻어지는 비용절감분은 물론이고 구조조정으로 얻어지는 과실은 모두 퇴직노동자를 위해 써야 한다. 구조조정으로 더 이상 노동자만 희생시켜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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