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유급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의 국회통과가 사실상 좌절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임기중인 지방의원들이 대상인 유급제를 실시하기가 어렵다는 반응이다.

지난 27일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지방의원 유급제를 철회하면서 주민자치센터와 주민자치위원회를 동시에 둘 수 있다는 애매한 타협책을 제시하였다. 민주당은 최고위원 경선 과정에서 나온 지방의원들의 요구를 수렴한다는 명목으로 지방의원 유급제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것은 지구당 대의원들의 표를 얻기 위한 선거용 관심 끌기가 아니었냐는 비난을 벗기 어렵다. 이런 비난을 의식한 때문인지 주민자치위원회를 새로이 설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최고위원회에서 결정하였다. 하지만 지방의원의 유급제와 지방행정체계는 뿌리가 다른 듯 하면서도 서로 밀접히 연관된다는 사실을 민주당 최고위원회가 애써 외면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초와 광역의원의 자질시비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지방의원 유급제를 통해 전문 직업인으로서 정치인을 양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도적으로 마련해 달라는 지방의회의 요구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기존의 행정기초조직이 대동제로 개편된 이유는 공무원 조직에 대한 구조조정일 것이다. 게다가 행정부의 전횡을 막기 위한 주민자치 운영제의 핵심은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보장하는 주민발의·투표·소환제도로 이루어진다. 즉 기초단체에서 행정과 의회활동은 유기적으로 통합되면서도 상호 감시가 가능하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주민 참여가 전제된 가운데 유급제 논의가 나와야할 뿐만 아니라, 주민자치위원회의 신설이 이전의 동제로 회귀하는 듯한 인상을 풍겨서는 곤란하다.

올 12월에 행정자치부는 지방자치제도의 개선을 위한 워크숍과 대토론회를 열 계획이라 한다. 이 자리에서 아무쪼록 건설적인 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하지만 국민을 위한다는 원칙은 지켜주기를 바란다. 지방의회 역시 기초·광역 의원 전부를 유급제로 하자는 주장보다 광역의원 유급제의 절박성만이라도 국민들에게 설득하려면 주민소환제는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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