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맛 ‘장작 통 삼겹살’

장작개비가 쌓여 있다. 한쪽에는 지게도 보인다. 장작이 타기까지 최소 40분은 기다려야 한다. 모든 것은 불씨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장작이 타오르자 은박지로 감춰진 무언가가 장작 위 긴 철통 서랍으로 쏙 들어간다.

 아무리 물어도 주인은 말이 없다. 1시간쯤 지나자 순식간에 눈이 동그래질 정도로‘희한한 식탁’이 차려진다. 장작이 한창 불꽃을 피우자 어디선가 고기 덩어리가 턱하니 나온다. 통 삼겹살이 다른 장작에서 초벌구이 돼 온 것이다.

   
 
 
개인 접시는 나이테가 선명하게 보이는 납작한 나무토막이고, 고기 담을 그릇은 금방 도끼로 ‘툭’쳐낸 긴 나무조각이다. 위쪽은 1년 묵은 김치를 놓을 그릇이고 양쪽은 다 익은 고기를 얹는 그릇이다. 순식간에 불이 올라 얼음방 같던 비닐하우스 실내가 찜질방이 됐다.

‘석양 겨울이야기’ 주인 강일구(45)씨가 자신이 개발한 양념을 버무리더니 뜨거운 장작불에 재벌구이를 한다. 도톰한 고기가 살짝 더 익을 무렵 순식간에 간단한 ‘불쇼’도 보여준다.

기다린 보람이 있다. 솔나무 연기를 품은 고기라 담백하다. 아직 아삭함이 남아있는 1년 묵은 김치는 고기 맛을 돋운다.

냉장고와 온수기가 없어도 시원한 음료수와 따뜻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장작 위 찌그러진 작은 주전자에 담긴 물이 온수기고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는 물이 담긴 철통이 음료수를 항상 ‘최고의 온도’로 유지해 주는 냉장고다.

고기가 다 익고 나서야 주인 강일구씨가 말문을 튼다. 그는 장작불에 밥을 해주시던 어머니를 생각하며 아이디어를 얻어 3년 전부터 이 고깃집을 운영하게 됐다.

“나무에 따라 밥이 탈 수도 설익을 수도 있습니다. 좋은 나무는 40분이면 불이 오르지만 물을 머금은 나무는 4시간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성격 급한 손님들한테 욕이란 욕을 다 들어봤습니다. 오기로 끝까지 기다렸다 음식을 먹고 간 손님은 하나같이 단골이 되더군요.”

장작으로 구워낸 진득한 맛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면 어느새 얘깃거리가 풍성해지고 팍팍했던 마음도 든든해진다.

잠깐, 마지막에 은박지에 싸여 철통에 들어갔던 놈의 정체가 밝혀진다. 생각지 못한 훈훈한 ‘정’이 숨어있다. 오후 4시 30분부터 5시까지는 석양이 바다에 몸을 숨기는 모습도 볼 수 있다.

   
 
 
△ 위치 : 마산시 구산면 내포리 51번지.

△ 간판 : (겨울에는) 석양 겨울이야기, (봄여름가을에는) 석양 봄여름가을이야기

△ 전화 : (055)221-8519

△ 주요메뉴 : 삼겹살 서너 명 2만3000원, 새우·조개 서너 명 2만5000원.

△ 영업시간 : 낮 12시부터 손님이 가실 때까지

△ 주차 : 여유 만만

△ 쉬는 날 : 매주 월·화요일 중 주인 맘대로

△ 카드 : 모든 카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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