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 시원하고 담백한 이 국물 아! 어머니…

보슬보슬 비가 내리는 날 창원시 상남동 ‘김고집 바지락 칼국수’ 집에서 이주영 경남도 정무부지사를 만났다.

정무부지사란 자리가 원래 도지사의 발길이 다 미치지 못하는 도민, 중앙부처, 국회, 정치권, 도의회, 시민단체와의 관계에서 교량역할을 하는 것이다 보니 만나는 이도 많다. 바쁘게 일상을 쪼개며 다니지만 하루 세끼 먹는 건 빼먹을 수 없잖은가? 이 부지사가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눠봤다.

   
 
 
어머니 말아주시던 국수 생각에 자주 먹어


평소 즐기는 음식이어야 한다며 추천을 청하니 이 부지사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칼국수를 택했다. 그는 어릴 적 “어머니가 멸치로 맛낸 국물에 부추를 넣어 국수를 말아주셨던 것이 참 맛있었다”고 추억했다. 말 그대로 촌국수인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면류는 다 좋아한다고 한다. 국회에 있을 때 자주 갔던 서울 성북동 칼국수 집도 맛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민적인 이미지로 칼국수를 즐겨 먹은 것을 감안해 칼국수를 즐기냐고 물으니 “가볍게 먹을 수 있어 간편할 뿐 아니라 담백하면서도 시원하고 어머니의 음식을 떠올리게 하는 그윽한 맛과 친구의 손맛 때문”이라고 답한다.

‘김고집 바지락 칼국수’ 김정호 사장과는 초등학교(마산완월초교) 동창이다. 음식을 손수 다 장만한다는 김사장이 칼국수를 직접 들고 나왔다. 가마솥처럼 큰 대야(?)에 기가 눌릴 듯한 순간 김사장이 익숙하게 칼국수를 덜어 담는다.

이 부지사는 먼저 나왔던 빨강 초록 고추가 예쁘게 고명으로 얹어진 생선전과 물만두에 먼저 젓가락을 뻗는다. 먹기 좋게 한입 크기로 잘라 먹는 손놀림이 차분하면서도 조용하다. 한입에 쏙 들어가는 물만두도 천천히 씹어 먹는 모습이 점잖은 양반 이미지다.

도민들을 많이 만나보니 어떤 걸 가장 원하더냐는 질문이 나오자마자 그는 ‘경제적 안정'이라고 바로 답한다. 이어서 “사정이 많이 어렵다고 알고 있으며 복지 쪽에 신경을 더 기울일 생각”이라고 밝혔다.

바지락이 빠그락 빠그락 소리를 내며 자기들끼리 엉켜 있는 것을 젓가락으로 똑 떼서 한입 두입 먹으며 그는 설명도 차근차근히 한다. 그렇게 천천히 꾸준히 먹으니 제일 먼저 그릇을 비우게 됐다. 그의 침착하고 온화한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된장찌개도 좋아해…“세끼 충실한 게 보약”

사법부 16년, 입법부 4년, 행정부 3개월로 자신의 이력을 간단히 말하는 이 부지사는 도지사 출마 의향은 없느냐고 물으니 “지금 김태호 지사와 호흡을 맞추며 일하는데 그에 맞서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다음 기회에 출마를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평소 어떤 음식을 잘 먹느냐고 묻자 가리는 음식 없이 다 잘 먹는 편인데 된장찌개, 참치김치찌개를 좋아한단다. 저녁에도 일정이 빡빡한지라 일주일에 한번도 가족과 저녁밥을 먹기 힘들지만 아내가 직접 담그거나 혹은 여기저기서 얻어 온 배추김치, 물김치, 백김치, 갓김치를 종류별로 상에 내놓으면 맛이 좋다며 웃음지었다. 생긴 모습처럼 한국 토종 입맛을 가진 듯하다. 여름철 몸을 보하기 위한 보양식도 따로 먹지 않을 정도로 일상적인 세끼 식단에 충실한 생활을 하는 그는 바쁘게 여기저기를 이동하느라 식사를 거르게 될 때는 간식이라도 챙겨 먹는데 그럴 때면 패스트푸드를 먹기도 한단다. “몸에 안 좋다고 해서 피하지만 햄버거 맛있지요~”라며 공항별로 패스트푸드점을 읊는 이 부지사를 보며 패스트푸드점 앞에서 주문하는 그의 모습을 상상하니 동안(童顔)만큼이나 아이같은 친근함에 웃음이 났다.

/글 박영희·사진 박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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