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시사철 꽃을 보고 산다. 그 수많은 꽃 중에는 매화와 국화같이 곧은 지조를 높이 평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것이 있는가 하면 담장 밑이나 깊은 산 속에서 홀로 피었다가 지는 이름 모를 꽃들도 많다.

그 많은 꽃들 가운데서 밖으로 드러나지 않고 짙은 향기를 머금은 연꽃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 할 수 있다. 그래서 붓깨나 만지는 선비들로부터 늘 예사롭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특히 산중 사람들은 그 고매한 인품을 높이 받들어 수양의 상징으로 삼았으며 중생교화에도 그 이름이 빠지지 않았다.

이처럼 연꽃을 꽃 중의 꽃으로 받드는 것은 흐르는 물에서는 자라지 않고 진흙탕에 뿌리를 내리고 살지만 흙탕물 한 방울 물들이지 않는 그 고귀한 자태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선조들이 연꽃을 도덕화(道德花), 수도화(修道花)라고 격찬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고매한 인품의 상징 연꽃

불교에서는 연꽃을 수련을 상징하는 우발라화, 부처님께서 열반에 들자 하늘에서 뿌려졌다고 하는 구물두화,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붉은 색인 파두마화, 극락세계의 꽃으로 알려진 분타리화, 관세음보살이 가지고 있는 대자대비의 상징적인 니노발라화 등 다섯 종류라 한다.

연꽃은 더러운 펄 속에서 자라지만 항상 맑고 깨끗하다. 그래도 향기는 어느 꽃보다 진하다. 연꽃은 꽃이 핌과 동시에 열매를 맺는데 이것은 원인이 있으면 즉시 결과가 따르기 마련이라는 것을 몸소 실천해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 선악의 행위에는 반드시 업보가 따르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인과의 도리를 말할 때 곧잘 연꽃이 등장하는 것도 이와 같은 연유에서다. 그 봉오리는 부처님을 향해 합장한 불자의 모습을 닮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아름다움이 불교의 꽃이 된 것이라 한다.

유교에서는 군자의 청빈과 고고함의 상징이었고 도교에서는 팔신선(八神仙)중의 하나인 하선고(何仙姑)가 지니는 선계(仙界)의 꽃으로 사랑을 받아왔다. 중국의 주돈이는“진흙에서 나왔으나 깨끗하고 맑고 출렁이는 물에 씻겼으나 요염하지 않으며 속은 비었고 밖은 곧으며, 덩굴은 뻗지 않고 가지를 치지 아니하며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다. 물 속에 서 있어 멀리서 바라 볼 수 있으나 함부로 가지고 놀 수 없는 연꽃을 사랑한다”고 칭송했다.

이처럼 연꽃은 고여있는 더러운 물에서 자신은 물들지 않는다. 나아가서는 더러운 물을 천천히 깨끗하게 만들어 낸다. 그래서 연꽃은 새물의 유입이 없어도 많은 생명들을 품고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올 5월은 가정의 달이자 부처님 오신 달이기도 하다. 우리는 가정의 달을 맞아 한번쯤 연꽃의 아름다움을 실천해보면 어떨까.

세상에는 희망을 찾고, 희망을 만들고, 희망을 키우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삶에 여유가 있는 자가 이들에게 마음이든 물질이든 한줌씩 보태자. 내가 잘 사는 것은 자연과 이웃의 덕택이다. 따지고 보면 사람이 숨을 쉬는 그 순간부터 자연에게 빚을 지고 울음소리를 내는 그 순간부터 사람에게 빚을 지는 셈이다. 아무리 풍요한 세상이지만 내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을 때 라면 한 봉지도 못 먹는 사람이 있다. 내가 즐거울때 고통스러운 사람이 있다.

편히 쉬고 있을 때 힘든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내 것이 많다는 것은 남이 가져야 할 몫까지 가졌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세상의 빚이다. 사는 동안에 그 많은 사람들에게 진 빚을 줄여 나가야 한다. 세상에 내 것은 없다. 잠깐 빌려 쓰는 것이다. 그러니 움켜만 쥐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무리하게 경쟁하여 천하를 쥔들 그 영광은 결코 오래 가지 않는다.

세상에 내것은 없다

성공은 돈이 아니다 자신을 낮추고 베푸는 자의 것이다. 그 교훈은 물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오직 아래로 만을 외치며 몸을 낮춘 결과 강을 만들고 바다를 만들어 냈다. 긴 여정에서 세상의 온갖 더러움도 다 보듬어 안았다. 그 힘은 천년이 가고 만년이 가도 흩어지지 않는다.

몸을 낮추고 베푸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 바로 부자요 성공이다. 그것은 바로 사람을 존중하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것이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부족한 것이 있다. 가정의 달과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꼭 필요한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을 나누고 부족한 사람에게는 부족한 것을 채워주자. 연꽃의 자비사상을 가슴깊이 새기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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