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의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외환위기를 벗어났지만 우리사회는 양극화라는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사람 사는 곳에 빈부의 격차는 없을 수는 없지만 그 정도가 생각보다 훨씬 깊다는데 문제가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도시와 농촌 등 사회 전반에서 갈등의 원인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양극화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현상으로 모든 나라가 이 문제 해결에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모두가 함께 잘 사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꿈이지만 꿈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것은 역사가 잘 말해주고 있다.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하여 선진국이나 후진국 할 것 없이 끝없이 고민 하고 있지만 산업이 발달하면서 격차는 더 커졌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빈부 격차는 최근 더 심각해 졌다는데 있다. 이미 심한 양극화의 중병은 웬만한 처방으로는 고치기 어렵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우리사회가 20대 80의 사회로 고착화되면서 생활고로 인한 자살과 끔찍한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러다가는 우리사회의 통합기반마저 흔들어 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많다.

정치권에서도 뒤늦게 목소리를 높이면서 야단이 났다. 한쪽에서는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 세금을 올리면 죽어나는 것은 월급쟁이뿐이다. 우리나라의 소득과 경제수준을 감안 할 때 국민들의 조세 부담률은 결코 낮은 것이 아니다.

뾰족한 해결책없는 ‘양극화’

또 한편에서는 빈부의 해결은 백가지 대책 보다는 하나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낫다. 그러기 위해서는 규제를 과감히 풀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성장이 있어야 떡 고물이라도 떨어진다는 논리다. 여기에 반론도 만만찮다. 현대 산업 구조상 성장은 첨단 산업에만 집중되게 돼 있어 성장률을 끌어 올린다고 더 이상 고용은 늘어나지 않는다. 한마디로 어느 정도의 고용창출 효과는 있겠지만 70~80년대 굴뚝 산업처럼 경기 전반에 파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발등을 다 찍히고 난 다음에야 정치권에서 그 해결 방법을 놓고 갑론을박 하며 부산을 떨고 있는 모습을 보면 한마디로 안타깝다. 정부도 양극화 해소라는 말만 번지르르하게 할 것이 아니라 구호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정책을 찾아야 한다.

이처럼 우리사회의 양극화가 모든 사람이 우려할 정도로 심각하게 된 것은 경기 순환과정에서 오는 불경기 현상쯤으로 여겨 경기가 살아나면 자연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소극적인 대응이 더욱 화를 키웠다는 것이다. 지금의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것은 세금을 많이 걷어 푸는 방식으로는 해결 할 수 없다.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에서부터 사람들의 심리까지 정책은 문제가 없는지 사회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

단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면 우리는 지금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이라고 자랑스럽게 떠벌리고 있지만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04년 한해 우리나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1만2000여명으로 하루 30명꼴이라고 한다. 여기에 40~50대 남성이 많다.이러한 세계 최상위 오명은 경제적 불안과 생활고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생활고 악순환은 계속되고

40대가 되면 자녀들이 한창 돈 들어 갈 나이인데 회사에서는 퇴물 취급을 받고 쫓겨나게 되고 막상 나와서 할일을 찾아도 할 것이 없다. 먹고 살기위해서 조그만 구멍가게라도 내어 새로운 희망을 쏘아보지만 너도 나도 쉽게 시작하는 일이 장사다 보니 잘 될 리가 없다.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는데 그 마저도 대형할인점이 들어와 밥그릇을 빼앗아 버린다.

대형할인점 하나에 그 인근 재래시장과 구멍가게의 초토화는 말할 것도 없이 도시 전체의 상권이 휘청거린다. 수많은 영세상인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줄줄이 문을 닫는다. 그 폐해가 엄청나게 크지만 대형할인점은 계속 세워지고 있다. 수 만 명을 울리고 수 십 명이 웃는 정책을 펴는 한 우리사회의 양극화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정책이 곧 빈민을 양성하는 주범이라는 것이다.

또 있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아파트 값, 그리고 고금리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문턱 높은 은행, 서민들이 돈 빌릴 곳이 없어 사채시장으로 내몰리는 이러한 체제를 놔두고는 빈부의 격차를 해결할 길은 없다. 분명한 것은 돈 많은 사람이 구멍가게 할 일 없고 은행 돈 쓸 일 없다. 없는 사람이 남의 돈 쓰고 이자를 문다는 사실이다. 하나를 위해 열사람 밥그릇 뺏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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