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홍보를 위한 행사들을 앞다퉈 열고 있다.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특산물을 알리고 홍보의 효과와 수입의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일 수 있겠다.

그런데 문화행사의 일환으로 복숭아아가씨·고추아가씨·참외아가씨 등 각종 아가씨 선발대회가 약방의 감초처럼 열리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도 역사를 자랑하는 군항제 행사에서 벚꽃아가씨를 선발한다. 왜 꼭 아가씨여야 할까?

19세기 서구유럽의 여성들에게 제시되었던 이상미의 기준은 모성을 상징하는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 남성들의 한 팔에 안길 수 있을 만큼의 가녀린 허리였다.

그래서 여성들은 사회가 제시하는 이상미에 최대한 가까워지기 위해 잦은 현기증은 물론이요, 기절과 질식을 감수하면서도 코르셋을 이용해 자신의 육체를 압박하기까지 했다.

1980년대 이후 우리 사회도 소비자본주의가 본격 도입되고 대중매체와 이미지 산업의 비중이 커지면서 이미지와 소비형태가 서구화되어가고 여성의 외모에 대한 기준도 바비인형과 같은 서구형의 미인으로 대체된다.

사회가 제시한 기준에 맞추어지기 위한 여성들의 노력도 19세기 유럽 여성들의 가학적인 노력에 못지 않아서 성형마니아, 목숨을 건 다이어트가 심심찮은 화젯거리로 회자되고 있다.

아름답지 않은 여성은 남성으로부터 사랑받을 수 없음은 물론이요, 공적인 영역으로의 진입도 어렵다는 직·간접적인 메시지가 여성들의 주관적 가치기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다이어트 시장의 성장이나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성형관련 병·의원, 각종 미용관련산업에서도 충분히 대변되고 있다.

따라서 여성이 예뻐지기 위한 노력은 이미 한 여성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는 것은 명약관화해진다.

이렇게 사회전체가 ‘미인 지상주의’의 병리현상에 시달리고 있는데, 여성의 몸을 규격화하고 여성의 아름다움이란 곧 육체적 아름다움과 동일시하는 편협하고 불평등한 미의 기준을 제시하는 각종 미인대회는 그 사회적 영향력을 생각해서라도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

얼마전 전남 고창에선 지역특산물인 ‘주꾸미’를 홍보하기 위해 대머리 아저씨를 선발하는 대회를 개최하였다. 초로의 대머리 아저씨가 구수한 사투리를 섞어 ‘주꾸미’를 홍보하는 모습이 오히려 신선해 보였던건 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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