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절기상으로 곡우가 든 달이고, 햇차가 나오는 달이기도 하다. 특히 곡우를 전후해서 얻어지는 녹차 잎은 곡우차라는 이름으로 차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에겐 여간 귀한 마실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지리산이나 전남의 보성 등지에서는 차 재배농이나 애호가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진다.

겨우내 눈보라와 추위를 견디고 자란 연둣빛 찻잎을 정성스레 따서 잘 덖고 찌거나 손질해서 최상급의 차로 만들어 내놓게 된다. 물론 그와 같은 제다 과정은 차 농가의 소득증대에도 커다란 이익을 가져다 줄 터이지만, 음차애호가들에겐 하나의 문화적 행사로까지 이어지곤 한다. 왜냐하면 차 생활이 단순한 마실거리 이상의 격조와 철학을 담고 있기 때문에 그러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사람들은 격조 높은 차 생활을 일컬어 ‘다도’라고 이름하는지도 모른다. 차가 문화로 되기 위해선 도식적인 일본식 다도와 긴 역사만큼 오랜세월 차 생활을 이어온 중국식 차법까지 망라한, 그래서 우리네 의식다례 중심이 된 현대적인 차 생활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면서 다반사로 열심히 마시고 마시다 보면 서양 음료를 대표하는 커피문화를 능가하는 녹차 문화가 이땅에 꽃피리라. 그렇게 되면 차 생산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고, 중국이나 일본과는 다른 훨씬 깊이 있고 무게있는 차의 정신문화가 형성되리라 본다.

그런 전 단계로 최근에 우리고장에서 어린이 차 생활 예절 경연이라든지 ㅈ여고에서 실시하는 주부들을 위한 다례의식같은 일련의 의식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고무할만한 일이다.

벗이여. 차나 한 잔 하고 가게. 4월 봄기운이 그득한 날에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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