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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쉼터]함양 화림동 계곡

김훤주 기자 pole@dominilbo.com 2001년 04월 12일 목요일
진주서 함양 가는 국도 3호선에는 꽃나무가 그리 많지 않다.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산골이어선지 가로수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 듯하다.

대신 볼품없는 버드나무가 많이 늘어서 있다. 마치 70년대 까까머리 중학생처럼, 삐죽삐죽 가지치기를 당한 게 억울하다는 듯 길 따라 줄지어 있다. 위쪽이 뭉툭한 방망이 모양의 거무튀튀한 나무뭉치는 어찌 보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4월을 지나 5월이 되면 뻗어나온 새 가지에 물오르고 잎이 솟을 것이다. 그러다 여름에 접어들면 늘어진 가지들은 바람 따라 흔들리며 차창을 두드리겠지.

골짜기로 들어서면 풍경이 달라진다. 벚꽃이나 매화 등 봄꽃은 아직 지지 않았고 산비탈에 심어진 복숭아나 배나무까지 꽃을 틔우고 있다. 여기다 연둣빛을 뽐내며 새록새록 솟아나는 나뭇잎까지 더하여 산이 온통 눈부시다.

함양 화림동 계곡. 함양에서 전주로 빠지는 예순 굽이 고개 육십령을 따라 오르는 길에 있다. 예전에는 팔담팔정(八潭八亭)이라 하여 여덟 곳 물웅덩이마다 정자가 서 있었다는데 지금은 거연정·군자정·동호정·농월정 네 개만 남아 있다.

옛날 선비들은 풍광이 좋은 데에 사방이 탁 트인 정자를 지어놓고 시문을 짓거나 술잔을 기울이며 풍류를 즐겼다. 함양은 신라시대 고운 최치원 이래 선비와 학문의 고장으로 이름 높았던 만큼 정자·누각이 많다. <함양군지>에 기록된 것만도 150개나 된다고 한다.

농월정(弄月亭)은 계곡 건너편 산쪽에 바짝 붙어 서 있다. 앞에 있는 월연암(月淵岩)이라는 커다란 너럭바위 전체를 바라볼 수 있도록 건축한 것이다. ‘달이 비치는 바위 못’을 바라보며 ‘달과 희롱하며 노니는 정자’라는 뜻이다. 계곡은 넓고 풍경은 시원스럽다. 바위를 타고 흐르는 물살은 소리를 내며 빠르게 흐른다.

정자가 있는 풍경은 그대로지만, 찾는 사람이 달라졌고 시설물도 많이 들어섰다. 그래서 처음 오는 사람은 농월정이 어디 있는지 헤매기도 한다. 정자는 골짝 깊숙이 있는 반면, 들머리에 바로 주차장이 있는데다 온갖 음식점과 매점·숙박업소가 늘비해 있기 때문이다.

주변도 소란하다. 싸들고 온 음식을 먹거나 술을 마시며 노래까지 부르는 소리가 곳곳에서 울린다. 한편에서는 스물 안팎의 젊은 패들이 웃고 떠들며 사진을 찍고 있다. 뒷짐을 지고 이리저리 돌아보면서 양쪽을 오가는 60줄로 보이는 부부도 있다.

월연암 바위를 골라잡아 양말을 벗고 탁족(濯足)을 할라치면 지금은 3분도 견디기 힘들다. 4월 초순인데다 흐르는 물이라 온도가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먼길을 온 데 따른 피로는 말끔히 가시고 머리까지 맑아진다.

나머지 정자 세 곳은 덜 시끄럽고 고즈넉하기까지 해 농월정 일대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정자뿐 아니라 한 눈에 들어오는 풍광들이 농월정보다 규모가 작기 때문일 것이다.

농월정에서 길 따라 올라가다 처음 만나는 동호정은 조용하기만 하다. 그 위쪽의 군자정에도 젊은 부부 한 쌍만이 다리를 쉬고 있다. 제일 위에 있는 거연정은 구름다리를 지나 우뚝 솟은 바위 위에 있다.

정자 위에는 중년 남녀들이 조용조용 담소를 나누고 있고 앞쪽 바위에 걸터앉은 30대들은 다리를 쭉 뻗은 채다. 뒤쪽 위태로운 바위 꼭지에 앉아 스님 한 분이 보살과 얘기를 나눈다. “이 바위틈에 있는 철쭉도 보기에는 아무 것도 아니지만 저기에 뿌리를 내리려면 얼마나 힘들고 고생했겠어요. 허투루 여길 것이 하나도 없어요.”


△찾아가는 길

진주에서 국도 3호선을 따라 가면 1시간 정도 걸린다. 빨리 가려면 대전~통영 고속도로를 타면 되는데 넉넉잡아 40분이면 닿는다.

국도로 갈 때는 함양읍내로 들어가지 말고 곧장 가면 도로 이쪽저쪽으로 농월정 안내 표지판이 나온다. 안내에 따라 왼쪽으로 틀면 전주방면으로 그다지 가파르지 않은 육십령 고갯길로 이어진다. 3km쯤 오르면 농월정, 다시 4km 정도 가면 동호정에 가 닿는다. 다시 1.5km를 오르면 거연정이 눈에 들어오는데 그 바로 아래쪽에 군자정이 있다.

마산·창원에서 출발한다면 동마산IC를 통해 남해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진주IC에서 대전-통영 고속도로로 빠지면 된다. 1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길거리에 펼쳐지는 봄 풍경을 즐기며 가려면 동마산IC를 지나 의령으로 빠져 국도 20호선을 따라 가면 산청 단성면에서 국도 3호선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 안좋은 점이다.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함양 가는 버스는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5분마다 있으니까 함양읍에서 내려 다시 시내버스나 택시를 타고 화림동으로 갈 수 있다. 아니면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까지 30분마다 있는 거창 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 안의에서 내리면 된다.

마산시외버스터미널은 교통편이 좋지 않다. 거창행 버스는 오전 9시 18분 첫차부터 오후 3시 54분 막차까지 8대밖에 없다. 함양행은 오전 6시 30분이 첫차고 막차는 오후 5시 10분에 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사이에는 1시간에 1대밖에 없으며 나머지 시간대는 평균 3대씩 배차된다. 버스를 이용하려면 마산에서 진주까지 가서 다시 함양이나 거창행 버스로 갈아타는 편이 낫다.

△화림동 맛보기

화림동은 함양군 안의면 바로 위에 있다. 안의는 아담하고 오래된 시골 마을이다. 지금은 일개 면이지만 조선시대만 해도 현감이 다스리는 독립된 현이었다.

안의초등학교 근처에는 민속자료 207호로 지정된 ‘허삼둘 가옥’이라는 조선 말기 부잣집이 남아 있다. 또 향교도 있고 광풍루라는 높다란 누대도 있는데 일두 정여창 선생이 안의현감을 지낼 때 선화루를 고쳐 짓고 새로 붙인 이름이다.

안의초등학교에는 ‘연암선생 박지원 사적비’가 서있다. 연암이 1792년부터 5년동안 안의현감을 지냈기 때문이다.

안의에는 개천을 따라 고목이 된 갯버들이 줄지어 있고 소담스런 돌담길이 군데군데 남아 있으므로 작지도 크지도 않은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색다른 느낌을 준다. 5일과 10일마다 열리는 안의 장날에 맞출 수 있다면 인근에서 나오는 물산도 만날 수 있다.

화림동과 맞닿아 있는 황석산성을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동호정 맞은편으로 산길을 따라 오르면 나오는데 1597년 정유재란 때 커다란 싸움이 있었던 곳이다.

산성은 호남과 영남을 잇는 육십령을 지키는 전략 요충지로서 삼국시대부터 있었다. 왜군은 고전 끝에 성을 함락시키고 닥치는 대로 사람을 베었다고 한다. 지금도 당시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피바위가 남아 있다.

산성에서 좀더 오르면 높이 1190m의 황석산 꼭대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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