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양념 육회에 파란 부추무침 슥삭슥삭 비벼서 한숟가락 ‘날름’

사실 육회는 아직 맛보지 못했다. 그래서 처음 육회밥이란 음식을 추천 받았을 때는 적잖게 망설여졌다. 양념한 소고기 생고기와 밥을 비벼 먹는다는 육회밥은 한번도 먹어보지 못했고 보지도 못했지만 육회란 왠지 조금 꺼림칙한 것으로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기도 그러했었으나 한번 먹어보고 반했노라는 강력한 추천에 힘입어(?) 결국, 그것도 늦은 밤에야 이 음식을 먹어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까다롭기로 소문난 이 추천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육회밥을 만드는 곳, 등나무산장을 찾았다.

일단 고즈넉하고 깔끔한, 전통적인 느낌의 실내 분위기가 편안했다. 육회밥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처음 접하는 음식에 대한 설렘과 긴장이 몰려왔다. 사실 맛도 맛이었지만 어떻게 생긴 음식일까 하는 것이 더 궁금했다. 그러면서 둥그런 냉면그릇이나 양푼이 같이 비벼먹기 좋은 널찍한 그릇에 담겨 나올 것을 상상했다. 그런데 얼마 뒤 상위에 올려진 육회밥은 넓은 흰 접시에 올려져 나왔다. 밥그릇을 엎어놓은 듯 둥그런 모양으로 올려진 붉은 색의 육회, 그리고 그 옆에 놓인 파릇파릇한 부추 무침. 아주 깔끔하면서도 입맛 돌게 하는 색의 조화였다.

따로 나온 밥 한 공기를 여기에 떠 넣고 부추무침, 양념된 육회와 슥슥 비벼놓으니 더 군침이 돌았다. 일단 예상(?)과 달리 육회밥은 참 먹음직스러운 음식이었다! 그리고 난 뒤 기대를 잔뜩 하면서 잘 비벼진 육회밥을 한 입 떠먹어 봤다. 육회의 양념 때문에 약간은 달착지근하고 매콤하면서도 고소했다. 입안에 퍼지는 고소한 참기름 냄새와 부추의 신선한 향이 잘 어우러졌다. 사각사각 씹히는 부추도 좋았다. 마치 무채를 썰 듯 가늘게 썬 덕분인지 고기의 육질은 전혀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았고 부드러우면서도 적당히 씹는 맛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함께 무친 배가 아삭아삭 씹혀 맛이 깔끔했다. 넘기기도 좋아 그냥 고추장에 슥슥 비빈 비빔밥처럼 술술 잘 넘어갔다. 누구도 쉽게 잘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한번 먹어본 사람이면 꼭 다시 찾게 된다는 등나무산장의 육회와 육회밥은 좋은 재료와 주문을 받고 바로 조리하는 신선함이 그 비결이라면 비결이겠다. 소고기는 물론이고 부추나 배, 그 밖의 갖은 양념 재료들도 제일 좋은 것만 쓴다고 하고, 고기나 부추, 배 같은 재료를 썰거나 고기를 양념에 무치거나 하는 조리과정도 손님이 주문한 다음에 그 자리에서 바로 한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맛 비결’은 약 18년 동안 육회를 만든 배위운(43)씨의 노력이고 손맛이다.

등나무산장은 마산에 있다 5년쯤 전에 창원으로 옮겨왔다. 그래도 그 때 손님들 대부분이 여기까지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여성들도, 아이들도, 누구든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좋아한다는 육회밥, 먹어보면 생각보다 깔끔한 맛에 반한다. 육회밥 1인분 1만2000원. (055)255-1385, 3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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