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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쉼터]고성 장백마을 목섬

김훤주 기자 pole@dominilbo.com 2001년 03월 29일 목요일
나는 하늘 아래 있고/ 나는 바람 속에 있고/ 나는 바다 가운데 있다// 나는 지도 위에 있기도 하고/ 나는 지도 위에 없기도 하다(전봉건, ‘섬’).

그것은 섬이기도 하고 섬이 아니기도 했다. 고성군 삼산면 장백마을. 마을 앞에 떠 있는 ‘목섬’은 물이 빠지면 100여m에 이르는 자갈길을 드문드문 내보이며 뭍과 이어졌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자란도 방향으로도 200m 가량 물이 빠지며 시커먼 바위와 뻘이 모습을 드러낸다.

섬은 그다지 크지 않다. 원래는 집이 한 채 있어서 사람이 살았으나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다. 섬 한가운데 대밭 뒤로는 농사를 지었던 흔적이 남아 있다.

바위를 타고 올라가 얼마 되지 않는 솔숲을 헤치고 들어가면 가로세로 50m쯤 되는 묵정밭이 있는데 지금은 쑥대와 잡초가 우거져 있다. 적당하게 그늘이 져 있어서 자리를 깔고 쉴 수도 있다.

30분쯤이면 섬을 한 바퀴 둘러볼 수 있다. 물이 찼을 때 찾아가면 아마도 바위가 험해 바닷가를 따라 돌기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물이 빠지면 편평한 바위며 군데군데 자갈이나 진흙이 엎드려 있는 질펀한 갯벌이 펼쳐진다.

‘목섬’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 멀리서 보면 마산 앞바다의 돝섬을 그대로 줄여놓은 듯 왼쪽과 오른쪽이 볼록 솟아올라 있을 뿐이다. 물길이 열려 들어가 봐도 몇 그루 진달래뿐, 아름다운 꽃도, 소나무 말고 별스럽게 생긴 나무도 없다.

따라서 이곳을 찾는 발걸음은 드물다. 어쩌면 이것이 유일한 장점인지도 모른다. 일상의 번잡함을 벗어나 한 가족이 조용하게 놀다 쉬다 오려 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

주말 오후, 아이들 손잡고 부부가 함께 나서면 좋은 길이다. 밀물 썰물에 따라 100여m 바다가 열리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놀라움이다.

게다가 작은 소라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제법 큼지막한 게도 물 속과 바위 틈새로 기어다니고 모종삽으로 뻘밭을 파면 크지 않은 조개들도 만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바위를 뒤집고 준비한 통에다 소라·게·조개 따위를 채우는 데는 반나절이면 족하다.

다만 허드레로 쓸 장갑과 통, 또 장화가 있다면 미리 챙겨들고 나서면 좋겠다. 씻을 물이 마땅치 않으므로 한말들이 통에다 물을 넣어가는 것도 잊지 않도록.

돌아오는 길에는 곧바로 고성읍 쪽으로 방향을 잡지 말고 하일·하이면 쪽까지 바닷가 도로를 달리는 것도 좋다.

가다가 임포마을을 만나면 상족암 반대편으로 간다. 2km쯤 가면 학동마을이 나온다. 최씨 집성촌으로 알려진 이곳에는 경남도 지정 문화재 178호인 최영덕씨 고가를 비롯해 옛집들이 남아 있다. 최씨 집은 문이 잠겨 있는데, 93년 올렸다는 상량문 기록에 비춰, 문을 따고 들어가 볼 필요는 없을 듯하다.

동네 개짖는 소리를 꼬리에 달고 느린 걸음으로 동네를 한 바퀴 도는 것은 어떨까?

골목골목 이어지는 길은 예전과 달리 아스팔트로 포장돼 버렸다. 하지만 웬만한 동네서는 자취를 감춘 바깥마당도 볼 수 있어 옛날 시골서 놀던 얘기를 아이한테 들려줄 수도 있겠다. 무너진 데가 가끔씩 있기는 하나 돌담·흙담도 느낌이 새롭다. 10분 남짓이면 ‘동네 한 바퀴’를 할 수 있다.

마을 어귀에는 커다란 나무가 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 담 안쪽에도 집집마다 나무들이 꽂혀 있는데, 아직까지 꽃을 피운 나무는 많지 않다. 아마 양반 마을이라서 꽃나무보다는 과일나무나 상록수가 많은 것 아닌지 모르겠다.

고성 하이면 끝은 공룡 발자국으로 이름난 상족암. 바닷가 바위를 거니는 재미는 어디 못지 않지만, 아이들은 쉬 재미를 놓친다. 공룡 발자국을 보고 공룡의 움직임을 실감나게 떠올리는 상상력을, 아이들이 잇달아 작동시키기는 무리이기 때문일까.



△찾아가는 길

고성군 삼산면 장백마을 가는 길은 남해안을 따라가는 멋진 드라이브 코스이기도 하다. 출발 지점은 고성군청. 창원·마산에서 국도 14호선을 타고 가다 고성경찰서에서 우회전해 올라가면 군청이 나온다.

군청을 끼고 좌회전해 들어가면 삼산면으로 가는 일방통행도로. 이 길을 따라 천천히 달리면 된다. 빨리 몰면 그만큼 봄 풍경을 많이 놓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산길로 접어들면 길가에 심어놓은 동백들이 마지막 꽃잎을 펼쳐들고 있다. 산허리로 눈을 주면 그늘진 데부터 먼저 핀다는 진달래가 연분홍빛을 채색 번지듯 뿌리고 있다. 겨우내 이파리를 떨구고 벌거숭이로 서 있던 나무에서 묻어나는 봄물도 새롭고 막 피어나는 연둣빛 잎눈은 꽃보다 싱그럽다.

바다로 눈길을 돌리면 흐릿한 하늘 아래 흐릿한 섬들이 점점이 나타난다. 고깃배는 한가로이 오가고 추위를 뚫고 나온 푸른 보리밭은 상큼하다. 김 채취를 위해 꽂아놓은 나무 막대기의 거무튀튀함은, 이같은 봄빛을 오히려 돋보이게 하고 있다.

출발지점에서 16km쯤 되는 곳에 왼쪽으로 장백마을 들머리가 있다. 그런데 표지석이 제대로 있지 않아 찾기가 어렵다. 하지만 걱정할 것은 없다. 왜냐, 길을 놓쳤다면 1km도 채 못가 부포로 빠지는 ‘중촌삼거리’가 나타나니까 여기서 잽싸게 차머리를 돌려도 그리 늦지는 않으리라.


△가볼만한 곳

바닷가로 가려면 먼저 물때를 꼭 알아야 한다. 밀물 썰물에 따라 할 수 있는 일과 볼 수 있는 풍경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갯벌을 거닐며 바위라도 뒤집어 보려면 썰물 때가 좋고 바위낚시를 즐기려면 물이 차오르는 밀물 때를 맞춰야 한다.

군청 문화관광과(전화 (055) 670-2270)나 당항포 국민관광지(전화 (055) 670-2430) 또는 상족암 군립공원(전화 (055) 670-2491)에 알아보면 자세하게 알려준다.

고성의 자랑거리는 굴과 생선회다. 특히 자란도가 있는 삼산·하일면 일대 자란만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해마다 오염도를 조사하는 청정해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 굴이 미국으로 수출되기 때문이다.

이밖에 가을이 제철인 왕새우도 알아준다. ‘오도리’라는 일본말로 더 자주 부르는 왕새우는 지금도 냉동된 상태에서 kg 단위로 판매되고 있다.

길 가다가 눈에 띄는 횟집이나 음식점에 들어가면 쉽게 접할 수 있다. 돈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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