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무제한 규정에 혐오 표현 쏟아져
정당 펼침막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
전문가 “기성정당 기득권 내려놓아야”

14일 창원시 의창구 도계광장에 이재명 대통령과 김현지 대통령 제1부속실장 사진이 담긴 펼침막이 내걸렸다. /김구연 기자
14일 창원시 의창구 도계광장에 이재명 대통령과 김현지 대통령 제1부속실장 사진이 담긴 펼침막이 내걸렸다. /김구연 기자

‘혐오’, ‘왜곡’, ‘거짓선동’…. 정당 펼침막이 선을 넘었다.

최근 창원시 의창구 도계광장에 내걸린 한 펼침막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현지 대통령 제1부속실장 얼굴 사진에 눈을 가렸지만 두 사람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두 사람 사진 사이에 ‘무슨 관계??’라고 적혔다. 이 대통령 얼굴에는 ‘선관위가 만들어준 대통령 CHINA LEE(차이나 리)’, 김 부속실장 얼굴에는 ‘애지중지현지’라는 문구도 적혔다.

김 부속실장은 이 대통령을 오래 보좌한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신상정보가 알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정치권 등 일각에서 ‘그림자 실세’ 논란을 확산시키고 있다.

펼침막은 내일로미래로라는 정당에서 내걸었다. 2022년 옥외광고물법이 개정돼 정당이 정치 활동 목적으로 내거는 펼침막은 제약을 받지 않는다. 함부로 철거하거나 훼손하면 처벌될 수 있다.

이 펼침막에는 ‘훼손·철거 시 정당법으로 처벌되며 협박 전화·문자는 경찰, 국정원 신고 및 공론화됩니다’는 경고가 적혀 있다. 표시 기간인 이달 24일까지 지방자치단체도 철거할 수 없다.

창원시 건축경관과 관계자는 “정당 펼침막은 손댈 수 없고 기간 내 철거도 할 수 없다”며 “옥외광고물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14일 창원시 성산구 사파동 창원지방법원 근처에 내일로미래로 정당 펼침막이 내걸렸다. /최환석 기자
14일 창원시 성산구 사파동 창원지방법원 근처에 내일로미래로 정당 펼침막이 내걸렸다. /최환석 기자

내일로미래로 펼침막은 전국적으로 논란거리다. 최근 내일로미래로는 광주시청 인근에 제주 4.3사건이 공산당 폭동으로 일어났다는 취지 펼침막을 내걸어 비판을 받았다.

창원시 성산구 사파동 창원지방법원 근처에도 내일로미래로 펼침막이 내걸렸다. 특정집단 명예훼손 등 처벌을 규정하는 형법 개정안 발의를 겨냥한 펼침막이다.

‘반중(중국 반대)’하면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 문구가 적혔고 한쪽에 개재된 정보무늬(QR코드)로 접속하면 김진 채널A 앵커가 이 법안을 설명하는 유튜브 영상으로 연결된다.

유튜브 채널은 ‘탈북민 지문, 홍재 수집하는 중국’, ‘1위 찍은 편의점 아이스크림 알고보니 중국산’, ‘우리 왕궁에 X싸는 중국인들’ 같은 자극적인 영상을 게시했는데, 조회수는 10만~40만이다.

내일로미래로 펼침막에는 ‘애국 현수막’이라는 누리집 이름도 적혀 있다. 한 개인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누리집으로 누구나 펼침막을 구입해 설치할 수 있다. 지금은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다.

정당 펼침막이 ‘돈벌이’로 전락한 셈이다. 내일로미래로 대표 등은 불특정 다수에게 후원을 받아 정당 펼침막을 내걸면서 미신고 계좌로 2억 9000만 원가량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고발됐다.

‘혐오’ 표현이 버젓이 쓰이고 ‘펼침막 장사’까지 등장하자 이 대통령도 제도 개선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정당 현수막 제도가 본래 취지와 달리 혐오와 허위 조작을 확산하는 수단으로 변질했다면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정치가 이권사업으로 변질했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사회 통합에 앞장서야 할 거대 정당이 혐오를 부추겨 자기 이익을 실현하니까, 꼭 망둥이가 뛰니 꼴뚜기도 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조재욱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성정당도 제한을 받을 테니 옥외광고물법 개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둬서 더더욱 그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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