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미국 산불 항공 방재 체계
공중진화자원 운용 NIFC-민간-군 유기적 협력
한국은 낡고 담수력 적은 헬기 위주 진화 ‘한계’
고정익 도입 더해 공중진화 체계 통합 고민해야
초대형 산불 이후 국내에서 제기된 산불 예방과 진화 관련 쟁점을 정리합니다. 아울러 한국에 앞서 초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본 유럽과 북미지역의 선진 통합 산불 대응 거버넌스의 작동 과정과 현장을 8차례에 걸쳐 정리합니다.
3월 영남권 초대형 산불에서 취약점을 드러낸 것이 헬기를 이용한 공중진화체계였다. 경북에서는 산불이 초속 25㎧ 강풍을 타고 안동 등 내륙 도시지역에서 동해안으로 뻗어나갔다. 강풍에 더해 적은 담수 능력, 노후화한 기체 영향 탓에 국내 산불 대응에 유일한 공중 자원이 소방헬기 활용이 극도로 제한적이었다.
항공 방재 취약점 드러낸 한국
경북 산불 진화 당시 산림청 소속 헬기는 50대였는데 기령이 20년 넘은 헬기가 88%(44대)에 달했다. 소방청 소속 헬기는 총 32대로 이 가운데 8대만 2000~4000ℓ 담수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총 81대 임차 헬기를 민간항공업체로부터 빌려 사용하고 있지만 이 역시 기령 20년 이상이 74대에 달한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군 단위 자치단체는 임차조차 어렵다.
산림청-자치단체-소방청으로 이원화한 산불 지휘체계는 가용 헬기 자원을 계획적으로 투입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더구나 산림청 소속 헬기는 50대 중 35대만 현장에 투입될 수 있었다. 러시아제 8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부품 수입이 끊겨 운용이 불가능했고, 7대는 1980~1990년대 도입한 600ℓ급 소형 헬기라 대형 산불 현장에 투입할 수 없었다.
야간에는 ‘항공안전법상’ 안전 규정에 따라 ‘주간부터 해당 지역 지형·장애물을 숙지한 때’에만 회전익항공기을 이용한 진화가 허용된다. 결국 낮 시간 동안 이미 하늘에서 불과 사투를 벌인 조종사가 밤에도 운항을 해야 하는데 이 또한 노동 안전상 문제를 부른다.
올해 3월 26일 경북 의성발 산불을 진화하던 헬기가 추락해 70대 조종사가 사망한 사고는 이들 문제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강풍, 1200ℓ의 많지 않은 담수 능력, 30년된 노후 기종, 민간항공업체 임차, 조종 인력 부족에 따른 고령 조종사의 장시간 노동 등이다.
미국 항공과 지상 연계 인상적
미국 NIFC는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대형 산불에 대응할 공중진화자원을 전략적으로 조정·지원한다. 항공기에 장착된 적외선 스캐너(Infrared Scanner)로 수집한 열점과 잔불 확산 상황을 토대로 대형 산불의 전체 모습을 확인한 후 적재적소에 공중진화자원을 투입한다.
NIFC 항공 자원은 대개 고정익을 운용한다. 대부분 민간 계약 체계로 계약 기간 동안 항공기와 조종사가 연중 상시 대기 체계를 유지한다. 특히 물로 직접 불을 끄기보다 내화제(Phos-Chek) 싣고 불의 띠를 확인한 후 확산 경로를 차단에 집중한다. 분홍빛 내화제는 온도를 낮추고 산소 접촉을 줄여 연소를 늦춘다.
정비와 운항도 계약한 조종사가 직접 맡는다. NIFC 현장에서 만난 민간 조종사는 “여객기 하부를 에어탱크로 개조해 운영한다”며 “운항과 수리를 모두 직접 맡고 있어 부품만 확보되면 70년도 더 사용가능하다”고 말했다.
NIFC는 이들 민간 항공기 뿐만 아니라 군 수송기도 산불 진화에 동원한다. C-130같은 공군 수송기에 MAFFS(Modular Airborne Fire Fighting System) 장비를 장착해 출동 대기한다. 탈착식 탱크는 짧은 시간에 대량의 물과 내화제를 살포할 수 있다.
항공 방재가 이뤄지면 산불 진화에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미국 산림청 소속 ‘스모크 점퍼’(Smoke jumper)들이 지상에서 방화선을 연결해 방제 전술을 펼친다. 이들은 비행기에서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기에 산불 확산 속도와 방향을 미리 인지한 뒤 현장에 투입된다. 낙하 후 불길 근처에서 방화선을 만들고 연료를 제거하는 동시에 작은 불길은 직접 진화한다.
진화 인력 대부분을 차지하는 6개월~1년 기간제 산불예방진화대가 산불 확산 속도와 방향도 모르고, 불길이 덮치면 1600도가 넘는 임도를 오가며 진화 작업을 펼치는 국내 현실과 천지 차이다. 산청에서는 창녕군청 소속 예방진화대원 3명이 잔불 진화를 하다 급변한 바람 방향에 다시 타오른 불길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산불 진화 헬기 통합 운용 고려를
국내 산불 헬기 진화율이 80%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변화가 필요한 지점이다. 산림청 산림항공본부장을 지낸 고기연 한국산불학회장은 “초대형화 하는 한국 산불을 진화하는 데 있어 대용량 주야간 진화가 가능한 C-130같은 고정익 화물기와 V-Bat 같은 산불 조기 발견을 도울 고성능 무인기 도입은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산불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내년부처 군 헬기 41대를 언제든 산불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즉응전력으로 편성하기로 했다. 2027년부터는 담수용량이 크고 기상 악화 시에도 투입 가능한 군 고정익 항공기를 산불 진화용으로 시범 운영한다. 산림청 헬기는 70대로 늘리고 소형 헬기는 중대형 헬기로 교체한다. 신고 접수 이후 물 투하에 50분 걸리던 것을 30분까지 단축하는 게 목표다. 고 회장은 “장비 확충과 함께 미국의 경험을 토대로 산림청·소방청·자치단체 공중진화자원을 통합 운용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불 진화 순직자를 향한 예우
7월 방문한 미국 아이다호주 보이시 소재 NIFC 한 켠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산불 진화 작업 도중에 순직한 이들을 기리는 추모공원이다. 하늘에서보면 리본 모양으로 된 길이 만들어져 있다. 길을 따라 걷다보면 공원 중간 지점에 산불을 진화하는 소방 대원, 일반 주민, 스모크 점퍼 들 활약을 형성화한 동상도 세워져 있다.
길 옆으로는 임무 중 순직한 소방관과 스모크 점퍼 등 350명 하나하나 이름을 새긴 비석들이 놓여져 있다. 각자 이름 옆에는 생전 그들이 좋아했던 술이나 음료, 귀중품, 가족들과 추억이 담긴 용품 등이 놓여 있었다. 먼저 간 이를 그리워하는 편지와 사진도 눈에 띄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한국의 ‘노란 리본’처럼, 미국인들은 이들을 ‘보라색 리본’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리본을 단 깃발은 점점 더 늘고 있다. 이 350여 개 리본은 기억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미국이 산불과 싸워 온 긴 시간의 흔적이기도 하다. 이렇듯 재앙에 맞서 공공의 안전과 안녕을 지키려 노력한 이들의 숭고한 정신을 NIFC 구성원과 보이시 주민들은 함께 기억하고 있었다.
안드레아 굿(Andrea Good) 토지관리국 소속 NIFC 홍보담당자는 “정부는 산불을 진화하다 최대한 예우를 해주고 있다”면서 “유족들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도 있어 남은 가족들을 위한 모금 행사로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보면서 3월 영남권 산불로 마음이 옮아갔다. 당시 전국적으로 33명이 산불로 목숨을 잃었다. 그 중에서도 산청 산불을 진화를 도우러 간 창녕군청 소속 예방진화대원과 공무원 등 3명, 강풍 속 하늘에서 경북 의성 산불을 진화하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70대 산불진화헬기 조종사 사연은 특히 국민들 가슴을 아프게 했다. 산불이 일어난지 8개월. 지금 우리는 이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예우하고 있을까.
/김두천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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