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웅 경남 장애인 사이클팀 감독
“사비 들여가며 훈련·대회 참여”
공통 실비 외 매달 10만 원 전부
“고용 보장된 전문 지도자 필요”
“6년째 무보수로 감독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체육이 아무리 열악하다고 하더라도 한 종목 감독을 이렇게 대우해도 되는가요.”
홍미웅 경남 장애인 사이클팀 감독이 참아왔던 불만을 터트렸다. 그가 이끄는 경남 사이클팀은 올해 부산에서 열린 제4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6개, 동메달 4개 등 모두 13개 메달을 획득했다. 남자 트랙 독주 1㎞(C5) 종목에 나선 정재섭은 1분 11초 076을 기록하며 한국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 같은 선전 뒤에는 홍 감독의 희생이 있었다. 본업인 창원대 사이클부 감독직을 수행하면서 매주 1~2회 경남 사이클팀 선수들을 무료로 지도했다. 전국대회가 열리면 사비를 들여 선수들을 데리고 경기에 나섰다. 트랙이 아닌 도로 훈련 때는 자차를 몰고 나가기도 했다.
그는 “제 사비를 들여가면서 선수들을 발굴하고 훈련을 시켰는데 공통 지급되는 실비 외에는 감독 수당도 없고 급여도 나오지 않는다”면서 “봉사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6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처우가 그대로다 보니 지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처음으로 경남장애인체육회에서 한 달에 10만 원씩 10개월 동안 100만 원을 받았는데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다른 지방자치단체 경우 직원 형태로 고용해서 고정적으로 급여를 지급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실제 타 지자체에서는 장애인체육회에서 사이클 지도자를 고용해 선수 발굴부터 대회 지도까지 맡기고 있었다.
한 지자체 장애인 사이클팀 지도자 ㄱ 씨는 경남 사례를 두고 “일반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ㄱ 씨는 “요즘 시대에 감독 개인의 희생정신에 기대는 게 말이 되느냐”며 “예산 문제가 있겠지만, 안정적인 지도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대우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지자체 지도자 ㄴ 씨도 “체육회에 고용된 전문 지도자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며 “장애인 체육 특성상 선수층이 얇고 유지가 쉽지 않은데 전문 지도자가 있으면 그나마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장애인 사이클 선수들을 지도하는 일은 훨씬 더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며 “제대로 된 투자가 되지 않는다면 지역 내 사이클 선수 씨가 마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경남장애인체육화 관계자는 “한정된 예산 내에서 여러 종목을 지원하다 보니 부족한 부분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아무래도 예산이 넉넉한 지자체보다는 지원이 열악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있다”고 말했다.
홍 감독도 이러한 현실을 모르지 않는다. 돈이 걸린 문제다 보니 예민하다는 사실도 안다. 그럼에도 경남 장애인 사이클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공론화를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감독 처우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일을 하다가 나가면 안 좋은 선례로 남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선수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훈련하기 위해서라도 고용이 보장된 전문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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