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수술 흔적 확인…‘가연성 물질’ 사용 의심
홍석환 부산대 교수 “불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
다른 전문가도 “노거수 구멍 등 노출하는 추세”
수령 900년 하동 옥종면 두양리 은행나무 산불 피해가 ‘인재’라는 주장이 학계 일부에서 제기됐다. 과거 나무 외과수술 과정에 사용된 우레탄 폼이 화를 키웠다는 의심이다.
1983년 경남도 기념물로 지정된 하동 옥종면 두양리 은행나무는 올해 3월 산청과 하동에서 발생한 산불로 줄기와 가지 등 80% 이상 타버렸다. 심미성뿐만 아니라 역사적 가치도 크게 손상돼 안타깝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최근 홍석환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는 누리소통망(SNS)에서 하동 두양리 은행나무를 언급하며 “외과수술에 사용된 우레탄 폼으로 불이 옮아 붙어 활활 타오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레탄 폼은 건축물 단열재 등 내장재로 널리 알려졌다. 특히, 나무에 난 큰 구멍(공동)을 채울 때도 주로 사용된다.
2009년 발표된 논문 <천연기념물 노거수 외과수술 문제점 및 보존 관리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1980년 이후 외과수술을 받은 전국 천연기념물 등 노거수 52그루 중 84.6%(44그루)에 충전물로 우레탄이 사용됐다. 우레탄 폼으로 채워진 구멍은 에폭시 같은 재료를 인공 나무껍질로 사용해 덮는다.
문제는 우레탄 폼이 가연성이 매우 크고 연소점이 낮다는 것이다. 2008년 40명 목숨을 앗아간 경기 이천시 냉동창고 화재도 전기 용접 불씨가 우레탄 폼에 옮겨붙어 발생했다. 홍 교수는 13일 전화 통화에서 “하동 두양리 은행나무에 외과수술 흔적을 확인했는데 우레탄 폼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요즘은 목재용 접착제와 톱밥을 섞어 구멍을 채우기도 하지만 불에 취약하다는 점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무가 스스로 치유한 상처를 다시 후벼 파 우레탄 폼으로 채우는 방식이 과하면 서서히 죽는다”며 “산림청 나무 외과수술 사업은 절실히 없애야 할 사업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우레탄 폼이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과 별개로 다른 전문가도 인위적인 노거수 외과수술은 지양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국나무의사협회 소속 나무의사 김재은 씨는 “산청·하동 산불 정도라면 우레탄 폼으로 채우지 않아도 구멍으로 유입된 공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크게 탔을 것”이라면서도 “천연기념물은 방부 처리만 하고 그대로 두는 등 노거수는 쓰러질 우려가 크지 않다면 구멍을 노출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우레탄 폼으로 구멍을 막으면 죽은 부위와 산 부위에 틈이 발생해 3년에 한 번 빈도로 재수술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반면, 구멍을 그대로 두면 나무 상태를 쉽게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살아있는 부위가 얇으면 불볕더위에 열상을 입을 수도 있지만, 노거수는 대체로 구멍을 그대로 노출하는 추세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박정기 곰솔조경 대표는 “한국은 나무 건강성을 중요하게 판단해 즉각 개입하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 미국이나 일본은 온전한 모양새를 강조한다”며 “우레탄 폼으로 구멍을 막는 식은 자제하는 것이 낫다”고 봤다.
/최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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