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참여 동물병원 고시 위반 확인
문제 제기 시민 상대 명예훼손 고소
밀양시 "사업 중단하고 재모집" 해명

밀양시 길고양이 중성화수술 지원 사업에 참여한 동물병원이 행정규칙을 따르지 않고 수술한 개체를 일찍 방사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불거졌다.

최근 밀양시 누리집 ‘시민의소리’ 게시판에 길고양이 중성화수술 개체 방사 문제를 지적하는 글이 게시됐다. 글쓴이인 ㄱ 씨는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 등록 정보 기준으로 지난 3월 2일부터 5월 23일까지 밀양지역에서 중성화수술을 받은 암컷 길고양이 62마리 중 87%(54마리)가 72시간 전에 방사됐다고 주장했다.

행정규칙인 농림축산식품부 고시는 암컷 고양이를 중성화 수술하면 72시간 이후 포획한 장소에 방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길고양이 상태나 날씨 등 여건을 고려해 보호 기간을 늘릴 수는 있지만, 일찍 방사할 수 있는 근거는 따로 없다.

ㄱ 씨는 ‘경남 밀양시 암컷 TNR 실태 조사’라는 제목으로 결과를 정리해 밀양시에 민원을 제기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했다. 자료에는 중성화수술을 한 동물병원 4곳 이름과 수술 정보가 기재됐다. 이름이 거론된 동물병원 측은 즉각 ㄱ 씨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밀양경찰서에 고소했다. 이들은 ‘지침상 암컷은 72시간 이후 방사해야 하는 의무사항이 있지 않다’는 취지로 ㄱ 씨 주장이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등록된 한 암컷 길고양이 사진. 밀양 한 동물병원에서 3월 10일 오후 9시 중성화수술을 받아 3월 13일 오후 3시에 방사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고시에서 암컷 고양이를 중성화 수술하면 72시간 이후 포획한 장소에 방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

농림축산식품부와 대한수의사회가 마련한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가이드라인(이하 지침)’에 재량권이 언급됐다는 것이 동물병원 측 주장이다. 지침에는 실제로 ‘수의사가 수술한 개체 상태를 고려해 방사 시기를 결정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서 중성화수술을 받은 길고양이 세부 처리방법을 위임한 고시가 지침에 우선한다는 것이 법조계와 행정당국의 해석이다. 지침에도 법적 준수사항이 아니라 권고사항이라고 적혀 있다. 황미숙 사회적협동조합 전국길고양이 보호단체연합 이사장은 “고시에 암컷 72시간, 수컷 24시간 이상 사후 관리가 의무로 규정됐는데도 밀양시 수탁사업자인 수의사들이 이를 숙지하지 못한 채 고소까지 강행한 것은 명백히 부적절하다”며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밀양시가 지침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탓도 크고, 결과적으로 사업 운영 전반의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은 앞서 한 길고양이 임시보호자가 조기 방사된 개체의 피해를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5월 한 임시보호자가 밀양 한 동물병원에서 중성화한 암컷 길고양이 3마리를 일찍 인계받아 보호하던 중, 1마리의 수술 부위 실밥이 터지면서 심각한 건강 이상이 발생했다. 창원 한 동물병원으로 옮겨 재수술했지만, 400만 원 가까이 치료비가 발생했다는 것이 임시보호자 측 주장이다.

임시보호자는 애초 봉합에 문제가 있었고, 최소 보호기간 전에 방사된 점을 지적하는 글을 온라인에 게시했다. 동물병원 측은 법률사무소를 통해 악의적 비방이라는 주장을 담은 통지서를 임시보호자에게 발송했다. 중성화수술 과정에 과실이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마치 과실이 있었던 것처럼 글을 작성했다며 반박했다.

임시보호자가 누리소통망(SNS)에 게시한 글을 본 ㄱ 씨가 추가로 문제를 제기했다가 결국 법적 다툼까지 이어졌다. ㄱ 씨는 “임시보호자가 올린 수술 부작용 사례를 보고 분노해 같이 목소리를 낸 것뿐이고, 공익적 취지로 추가 조사해 결과를 게재한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밀양시는 논란이 불거지자 기존 중성화 사업을 중단한 뒤, 새로 수탁사업자를 모집했다고 밝혔다. 밀양시 축산과 관계자는 “재모집할 때 가이드라인이 아닌 고시 규정을 따를 수 있는 동물병원만 신청하라고 공고했다”며 “민원이 발생할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ㄱ 씨를 고소한 밀양 한 동물병원 측은 취재 요청에 “법적인 문의는 법률사무소로 연락하라”며 대답을 거부했다.

지난해 4월에도 밀양시가 위탁한 유기견 보호소에서 유기견 37마리가 안락사돼 논란이 일었다. 안락사 과정에서 수의사가 유기견을 마취하지 않고,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안락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안병구 밀양시장이 “동물복지 향상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중성화 길고양이 방사 논란으로 미흡한 관리·감독이 재차 도마에 올랐다.

/최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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