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인생관 담아 검소한 구조로 설계
떠들썩한 세상 마음 두고 출입구는 뒤로
문학 지주·원천인 고향 산천·추억 함께
볕 잘 드는 곳 소박하게 자리 잡은 묘소

박경리기념관 전시관 내부.
박경리기념관 전시관 내부.

 

‘박경리 선생의 숨결을 느끼다’

박경리기념관은 박물관이라는 단어에 들어맞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의미를 담고 있고, 또 시민들 사랑을 받고 있다.

박경리기념관은 통영시 산양읍 한적한 도로변에 자리하고 있다. 2010년 5월 개관했다. 지상 2층 규모이며 전시실·영상실·자료실·다목적실, 그리고 동상과 묘소(추모의 공간)로 이뤄져 있다.

바같에서 본 박경리기념관. 출입구가 뒤에 있는 이유가 있다.
바같에서 본 박경리기념관. 출입구가 뒤에 있는 이유가 있다.

 

마음을 비우고 그를 만나다

박경리기념관 설계자는 건축가 류춘수 씨다. 그는 강원도 원주 박경리(1926~2008년) 선생 집을 설계했던 이다. 박경리기념관 건물 구조는 독특하다. 우선 박 선생 인생관을 담아 최대한 검소하게 설계됐다. 특히 기념관 출입구는 뒤쪽에 있다.

건물 밑을 지나 뒤로 돌아가게끔 하는 누하진입 방식이다. 사찰·전시문화 공간에서 많이 쓰는 기법이다. 허정도 건축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박경리 선생을 만나기에 앞서, 바깥 떠들썩한 세상을 뒤로하고, 마음 정리할 시간을 두라는 의미다.”

건물 벽은 통영의 섬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바닥은 자연과 생명을 사랑한 박 선생을 기려 흙·풀·새싹을 이미지화했다.

방문객은 전시관에 들어서기에 앞서 너른 마당에서 박 선생 동상을 만날 수 있다. 아래에는 이러한 글귀가 적혀 있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박경리기념관에 전시된 박 선생 자필 원고.
박경리기념관에 전시된 박 선생 자필 원고.

 

고향 통영과 작품 세계

박 선생은 생전 고향 통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자연이 아름다운 것은 작가에게 큰 충격을 준다. 통영은 예술가를 배출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진 곳이다. … 고향이란 인간사와 풍물과 산천, 삶의 모든 것의 추억이 묻혀 있는 곳이다. 고향은 내 인생의 모든 자산이며 30여 년간 내 문학의 지주요, 원천이었다.”

박 선생은 여러 작품에서 서문고개 등 통영 곳곳의 모습을 담았다. 전시관은 통영을 고향으로 둔 박 선생을 잘 담고 있다. 내부는 △작가와의 만남 △작가 연보와 생애 △작가와의 대화 △작품 전시 및 설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곳은 1926년부터 2008년까지 박 선생 삶의 발자취와 작품을 하나하나 담고 있다. 그의 젊은 시절 사진은 낯설면서도 낯익게 다가온다.

전시관에는 박 선생이 평소 집필하던 강원도 원주 서재도 재현해 놓았다. 특히 그의 숨결이 느껴지는 <토지> 등의 자필 원고를 전시해 놓았다. 박 선생의 문학적 고뇌를 담은 글도 보인다.

‘동기와 소설의 도입부 …… 문학에 있어서 동기는 잠복기를 거쳐서 발동한다. 잠복기는 감성에 유도된다.’

전시관은 소설 <김약국의 딸들> 모든 배경이었던 통영 옛 모습도 모형으로 담고 있다.

박경리기념관에서 묘소 가는 길.
박경리기념관에서 묘소 가는 길.

 

묘소 가는 길에서 만나는 사연

이제 건물을 나와 박 선생 묘소로 갈 시간이다. 묘소는 나올 듯 말 듯 꽤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가다 보면 한쪽 편에서 뜬금없는 건물을 마주하게 된다. 농원이자 펜션 건물이다.

그런데 사연을 담고 있다. 이곳 운영자는 박경리기념관 일대 땅 소유주였다. 그는 박 선생 작품을 거의 다 섭렵할 정도였다. 그는 2007년 12월 박 선생을 자신의 펜션에 모시기도 했다.

그는 박 선생 타계 이후 양지바른 땅 800평을 통영시에 조건 없이 기부했다. 그 땅은 박 선생 안식처가 됐다. 그는 주변 땅도 통영시에 매각해 지금의 기념관을 만들 수 있게 했다.

이 내용은 묘소 가는 길 한쪽 비석에 잘 담겨 있다. 이 비석은 뜻있는 시민들 정성으로 세워졌다.

박경리 선생 묘소는 볕 잘 드는 곳에 소박하게 자리하고 있다. 묘소를 오갈 때 숨이 차다면, 잠시 벤치에 앉아 저 너머 바다에 시선을 두는 것도 좋겠다.

박경리기념관 인근에 있는 묘소.
박경리기념관 인근에 있는 묘소.

 

주소: 통영시 산양중앙로 173

전화: 055-650-2541~4

관람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휴관일: 매주 월요일, 법정 공휴일 다음 날

입장료: 무료

누리집: https://www.tongyeong.go.kr/pkn.w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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