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바다의 땅' 통영에 문화·예술 바람이 분다. '2022 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가 3월 18일부터 5월 8일까지 52일간 통영에서 펼쳐진다. 주제는 '통영; 섬·바람(THE SEA, THE SEEDS)'이다.
트리엔날레(triennale)는 3년마다 열리는 국제 미술 전시회다. 행사 기간 통영 곳곳에서 △주제전 △기획전(공예 특별전, 전혁림 특별전, 옻칠 특별전) △섬 연계전 △지역 연계전 등 다양한 전시·공연 행사가 열린다.
◇트리엔날레로 여는 통영 르네상스 = 통영은 예향이다. 윤이상, 박경리, 김춘수, 김상옥, 전혁림, 이한우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많은 문화·예술인을 배출했다.
통영에는 전통과 현대, 자연과 문명이 공존한다. 조선시대 삼도수군통제영과 함께 시작된 12공방이 전통 공예 꽃을 피웠고 그 문화유산은 통영 땅에 뿌리내렸다. 통영국제트리엔날레는 이러한 문화유산과 미술·음악·무용·연극·미디어아트·융복합 예술 작품 등 다양한 장르의 현대 예술을 아우르는 통합형 전람회다.
이번 트리엔날레는 조선업 불황에 따른 인구 감소 등으로 침체한 상황에서 통영을 다시금 문화·예술 도시로 도약하게 할 '통영 르네상스(문예 부흥)'를 여는 서막이 될 전망이다.
통영시는 국제트리엔날레로 통영이 가진 잠재력과 역량을 선보이고, 통영 브랜드를 세계적 문화·예술 도시 반열에 올려 도시 재생과 지역 경제 도약을 꾀할 계획이다.
◇섬 연계·공간 재생형 트리엔날레 = 이번 행사는 섬이 많은 통영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한, 국내 최초로 섬을 연계한 트리엔날레다. 한산도·사량도·연화도 등 섬 3곳에서 전시가 이뤄지는 까닭이다.
공간 재생형 트리엔날레이기도 하다. 전시관을 새로 짓지 않고 한때 통영 조선업 상징이었던 옛 신아sb 조선소 건물을 재활용해 주제관을 조성했다. 폐조선소 건물을 미술관으로 탈바꿈해 다양한 문화·예술 혜택을 시민·관람객에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도시재생 관점에서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
18일부터 5월 8일까지 52일간
전통 문화·현대예술 아우르는
다양한 전시·프로그램 선보여
또 통영국제트리엔날레는 시민과 함께 지역 어메니티(어떤 지역 장소·환경·기후 따위가 주는 쾌적성)를 드러낸다. 어메니티는 아름다운 경관과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따뜻함을 포함하는 미(美), 감(感), 쾌(快), 청(靑)으로 표현할 수 있다.
통영국제트리엔날레 기간에 경남도교육청이 주관하는 통영 크레이티브 트리엔날레도 함께 열린다. 크레이티브 트리엔날레는 학생 중심 문화·예술 교육 축제다. 창작·체험 중심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예술 교육 기회를 지역 사회와 공유하고 다양하게 경험할 기회를 마련한다.
행사를 주최하는 통영시는 이번 트리엔날레 주제를 두고 '통영 바람은 소통과 생명의 상징'이라고 소개했다. 바람은 공간(섬)과 인간(예술가·시민), 시간(전통·미래) 사이를 순환하며 벽과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생명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트리엔날레는 예술의 '섬' 통영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다. 통영시 자체가 하나의 문화·예술관이며 각기 다른 예술과 문화가 모인 섬이 된다. 시민 공간에서 부는 바람은 '사람의 숨결'로, 오래된 산업 현장인 옛 신아sb 조선소에 닿은 바람은 자연을 의미하는 '바다'와 시작을 알리는 '씨앗'으로 전달된다는 게 주최 측 설명이다.
◇'TAKE YOUR TIME'과 '수작수작' = 트리엔날레 여러 행사 가운데 주제전은 테이크 유어 타임(TAKE YOUR TIME, 천천히 하세요)이라는 주제로 11개 나라 작가 35명이 참여해 회화, 조각, 설치, 영상, 사진 등 여러 장르 작품을 선보인다. 옛 신아sb 연구동을 활용해 건물 1층에서 6층까지 전 공간이 하나의 체험장으로 꾸며진다.
미디어아트 샛별인 프랑스 작가 주스틴 에마르(JUSTINE EMARD)와 '푸른 눈의 수행자'로 알려진 현각 스님, 세계적인 뉴미디어 아티스트 모리스 베나윤(MAURICE BENAYOUN)의 작품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바쁜 일상에 쫓겨 숨 가쁜 일상을 보내는 현대인에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전시다.
한산도·연화도·사량도 섬 연계
폐조선소 활용 주제관 조성 등
도시 전체 하나의 미술관으로
이번 트리엔날레 주제전 기획자인 큐레이터 다니엘 카펠리앙(Daniel Kapelian)은 "삶에서 시간은 흘러가기 마련이고 인간은 자신의 유한성을 지각할 수밖에 없다. 오늘 우리는 상황들의 일시적인 폭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이 전시를 통해 관람객이 자기 내면세계를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어 잠시나마 삶의 본질적인 의식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기억을 상기하고 숙고하고 자신과 재결합하는 경험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통영 12공방 장인들과 현대 공예 작가들 작품으로 구성된 공예 특별전은 '수작수작(手作秀作)'이라는 주제로 통영 공예를 선보인다. 통영 나전·대발·갓·소반·누비 등 통영 12공방 제작 과정에 초점을 두고 트리엔날레 기간 통영시립박물관에서 전시된다.
'한국의 피카소'로 불리는 전혁림 화백 특별전은 '통영 바다, 그리고 영혼의 빛'을 주제로 전혁림미술관에서 전시된다. 피카소 진품과 전혁림 작품을 함께 전시해 비교하면서 볼 수 있다.
'전통을 잇는 현대'를 주제로 통영옻칠미술관에서 특별전도 열린다. 한국 현대 옻칠 회화 선구자 김성수 작가 일대기를 시대별로 구분하고, 대형 연보를 파노라마식으로 연출한다. 국내외 대표 작가를 초대해 함께 전시해 옻칠 회화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섬에서 펼쳐지는 전시회도 = 한산도·연화도·사량도에서는 섬 연계전이 펼쳐진다.
한산도 제승당 입구에는 '두 개의 바다'라는 주제로 이순신 장군 <난중일기>를 기반으로 한 융복합 미디어아트 작품이 전시된다. 사량도 사량중학교에서는 바다·생태·환경을 주제로 사량도 주민들이 참여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선을 보인다. 연화도 연화사에서는 '바다 너머 피안'이라는 주제로 선화 대가 성각 스님 선화 작품 등 불교 미술 작품이 전시된다.
또 지역 연계 공모 사업으로 선정된 지역 예술 작가 작품이 '찾아가는 예술 섬 프로젝트', '통영 골목 트리엔날레' 등으로 지역 곳곳에 전시된다.
◇트리엔날레 기대 효과는 = 통영시는 이번 행사가 지역 문화·예술이 새롭게 도약하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트리엔날레 자산이 쌓이면 통영의 빼어난 자연환경과 관광 여건이 어우러져 문화·예술 관광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으리라 전망한다.
행사를 주관하는 (재)통영한산대첩문화재단 통영국제트리엔날레추진단은 "전통과 미래, 예술과 시민, 통영과 세계를 잇는 창조적인 순환으로 통영을 세계적인 예술의 섬으로 만들어 예술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통영으로 재창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석주 통영시장은 "통영국제트리엔날레 개최로 통영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과 역량을 선보이며 통영이라는 브랜드를 세계적 문화·예술 도시 반열에 올리고 도시 재생과 지역 경제 도약의 꿈을 이루고자 한다"며 "찬란했던 통영 전통 문화·예술의 제2 르네상스를 여는 힘찬 서막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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