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계> 주최 토론회서 박진도 교수 '메가시티' 비판
"살고 있는 사람이 살기 좋은 곳 만드는 게 지역 과제"

22일  창원 이야기마당이 열린 경남도민일보 강당에서 박진도 교수(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22일 창원 이야기마당이 열린 경남도민일보 강당에서 박진도 교수(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메가시티, 행정통합, 5극 3특…. 경남·부산·울산을 한 권역으로 묶어 지역 발전 돌파구를 찾겠다는 구상은 그 얼개가 크게 다르지 않다. 수도권에 버금가는 경제·생활권을 만들어 인구와 자본을 분산하자는 것이다. 서울·수도권 쏠림을 완화해 지역 균형 발전을 성취하겠다는 시도는 당장 광역교통망 구축으로 이어진다. 대규모 SOC(사회 간접 자본) 사업 예고는 다 죽어가는 지역을 되살릴 기막힌 처방이 된다. 이 지점에서 박진도(㈔국민총행복전환포럼 이사장) 충남대 명예교수가 묻는다.

"그래서 그다음은?"

'〈사상계〉창원 이야기마당' 행사가 22일 경남도민일보 강당에서 열렸다. '지역의 유쾌한 반란'이라는 제목을 걸고 장원 〈사상계〉 편집인과 박진도 교수가 이야기 손님으로 앉았다. 진행은 〈사상계〉 편집위원인 김주완(전 경남도민일보 기자) 작가가 맡았다. 1970년 폐간된 〈사상계〉를 2025년 함양에서 재창간한 장 편집인과 〈강요된 소멸〉 저자인 박 교수는 '지방 소멸론'을 단호하게 부정한다는 점에서 합이 맞았다.

박 교수는 '지방 소멸'은 사실이 아닌 담론인 점을 먼저 강조했다. 사실에 해당하는 '지방 인구 감소'를 해석이 들어간 '지방 소멸'로 규정했다는 것이다. 모든 지표와 해석이 지역 소멸을 전제로 생산되면서 이를 정부와 언론, 기관이 확대하고 제도로 이어지는 과정부터 짚었다. 문제의식은 인구 감소는 소멸이 아니라는 점에서 출발한다.

박 교수는 "소멸 담론은 그 지역 주민 삶에 의문을 품게 하고 지역을 살 만하게 만들려는 이들을 바보로 만든다"며 "모든 지역을 살릴 수 없으니 살릴 것만 살리자는 계산이 메가시티 같은 정책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담론을 이길 수 있는 것은 담론"이라며 "소멸이 아닌 가능성을 담은 '전환 지역', '회복 지역' 같은 개념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광역생활권 정책 방향에 부정적이지만 인근 지역이 상생할 수 있는 고민은 필요하다는 점도 짚었다. 한 참석자가 경남·부산 통합 후 득실을 묻자 박 교수는 "단답식으로 답변하기 어렵지만 지금처럼 하면 부산이 훨씬 이득"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도시끼리 기능적으로 협력하고 연대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길 깔아서 광역생활권을 만들어놓고 보자는 방식은 명백히 경남이 손해"라고 강조했다.

지역 통합 효과는 분산 아니면 흡수(빨대 효과)인데 지역마다 기능이 담보되지 않은 채 진행하는 통합은 더 규모가 큰 도시로 흡수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통합 지역 내 심각한 불균형으로 이어진다는 진단도 덧붙였다. 

박 교수는 "광역철도가 들어서면 마산 사람이 부산에서 뭘 할 수 있겠다는 말은 하지만 부산 사람이 마산에서 할 수 있는 게 그려지지 않는다"며 "길이 뚫리면 어떻게든 된다는 무책임한 정책 구상에 막대한 재원을 쏟아부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22일 창원 이야기마당이 열린 경남도민일보 강당에서 장원  편집인(왼쪽)이 발언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22일 창원 이야기마당이 열린 경남도민일보 강당에서 장원 편집인(왼쪽)이 발언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박 교수는 현실적인 지역 불균형은 인정하면서도 중심 기능 분산을 강조했다. 중심지가 아우를 범위는 주변지역 상황에 직접 영향을 받는 선으로 제한했다. 이를테면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 상황에 아무 영향을 받지 않는 부산이 부산·경남권역을 아우르는 중심지가 되는 것은 지역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서 침체와 발전이 그대로 반영되는 범위가 창원이면 창원시, 마산회원구면 마산회원구가 중심지 역할을 해야 하고, 그런 중심지가 많아져야 한다는 개념이다.

박 교수는 "살고 있는 사람이 살기 좋은 곳에 사람들이 오게 돼 있다"며 "수요가 있는 곳에 재원이 투입될 수 있도록 지역 수요자가 정책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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