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직접 방어권 보장 호소
강혜경, 묵묵히 재판 참여 눈길
사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영선 전 국회의원과 '공익제보자' 강혜경 씨가 법정에서 처음 대면했다.
김 전 의원은 직접 방어권 보장을 호소하며 수차례 다른 사건과 병합을 요청했다. 국회의원 선거 공천 대가로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와 정치자금을 주고받았다는 이른바 '세비 반띵' 사건이다.
반면, 변호인단에 일임한 강 씨는 묵묵히 재판을 받아 김 전 의원 태도와 크게 대비됐다. 강 씨 측은 공소사실 일부는 인정하면서도 검찰이 공익제보한 자료로 오히려 기소했다며 수사 적법성을 문제 삼았다.
17일 창원지방법원 제2형사부(김성환 부장판사, 홍진국·고유정 판사)는 김 전 의원과 강 씨가 연루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과 사기 등 사건 첫 재판을 벌였다.
재판 시작 전, 강 씨는 방청석 첫째 줄에 앉아 변호인단과 대기했고 대각선 뒤로 멀찌감치 떨어진 자리에 앉은 김 전 의원은 변호인과 의견을 주고받는 일에 정신을 쏟았다.
재판이 시작되고 피고인석에 착석하는 과정에 김 전 의원이 한 차례 노려봤지만, 강 씨는 특별히 대응하지 않았다. 둘은 변호인 2명을 사이에 두고 최대한 거리를 둔 채 재판을 받았다.
첫 사건에는 김 전 의원과 강 씨, 안동 재력가 ㄱ 씨가 변호인과 함께 피고로 출석했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 김 전 의원이 법률자문비를 가장한 정치자금을 ㄱ 씨와 주고받았다는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이다.
강 씨가 회계책임자 때인 2022년과 2023년 정치자금 회계장부를 허위로 기재하거나 증빙서류를 갖추지 않았고, 김 전 의원은 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도 묶였다.
김 전 의원은 공판기일 첫 절차로 검사가 공소장 기소 요지를 진술하기 전 재판부에 창원지법 형사4부에서 진행 중인 정치자금법 사건과 병합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이중 기소된 사건으로 병합하지 않으면 인간적으로 수행하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사건 관련성이 있다면 동시에 심판할 수 있는데, 이때 피고 방어권 보장뿐만 아니라 형 경중에도 차이가 날 수 있다.
김 판사는 "원래 단독사건이었다가 사회적 주목, 관련 사건 균형 등을 고려해 다시 배당된 것"이라며 "곤란한 사정은 이해하지만 법원 판단이고 의견은 변호사를 통해 서면 제출해달라"고 설명했다.
이런 설명에도 김 전 의원은 재판 내내 발언을 시도했고, 그때마다 재판부 제지를 받았다. 재판 중 휴대전화를 끄지 않아 수신음도 한 차례 울려 지적을 받았다.
반대로 강 씨 측은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공소사실을 곧바로 인정했고 추가 발언은 따로 없었다.
이어진 두 번째 사건은 김 전 의원과 강 씨, 그리고 김 전 의원 동생 2명이 피고였다.
김 전 의원은 2023년 국회의원 시절 창원 신규 국가산업단지 후보지 정보를 누설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 동생 2명은 정보를 이용해 후보지 인근 부동산을 취득한 혐의(이해충돌방지법 위반)로 기소됐다.
강 씨는 김 전 의원과 함께 2023년 국회사무처를 속여 정책개발비를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기소됐다.
김 전 의원은 사기 사건도 명 씨와 기소된 정치자금법 사건과 병합해달라고 요청했다. 공무상 비밀누설 사건은 "별도 사건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아는데 그때까지 천천히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때까지 말을 아끼던 강 씨 변호인단도 사기 혐의에는 강한 어조로 대응했다.
이들은 "정치인 비위 진실을 밝혀달라는 취지로 공익제보자로서 자료를 모두 검찰에 제출했는데 강 씨 비위 사실로 보이는 정황을 털어서 수사해 기소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사 적법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고,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그런 판단이 어렵다"며 검찰 수사 서류 등 자료를 요청했다.
이날 재판부는 빠르게 진행하고자 내년 2월까지 공판일정을 미리 지정했다. 당장 다음 재판은 내달 29일 오전 10시로 예정됐다.
/최환석 기자
관련기사
잠깐! 7초만 투자해주세요.
경남도민일보가 뉴스레터 '보이소'를 발행합니다. 매일 아침 7시 30분 찾아뵙습니다.
이름과 이메일만 입력해주세요. 중요한 뉴스를 엄선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