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하동군 옥종면 두양리 은행나무 화마 피해
900년 된 아름드리 은행나무 상당 부분 불에 타 "안타깝다, 참담하다"
산청군 시천면 성화사 일부 건물 불에 타
산청군 등에서 대형 산불로 말미암은 피해가 확산하는 가운데 문화유산들도 화마를 피하지 못해 안타까운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24일 현재까지 산청과 하동지역 산불로 하동군 옥종면 은행나무와 두방재 부속 건물, 산청군 시천면에 있는 성화사 일부 건물 등이 불에 타는 등 기념물과 사찰 등이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하동 옥종면 두양리 두방재 인근에 있는 900년 된 은행나무는 23일 오전 화마에 휩싸였다. 이 불로 은행나무 상당 부분이 불에 타면서 굵은 나뭇가지 여러 곳이 부러졌다. 은행나무 가운데 부분은 불에 탄 흔적이 뚜렷할 정도로 시커멓게 변했다. 900년을 버텨온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위풍 당당했던 풍채를 한순간에 잃었다.
이 은행나무는 생태적 가치는 물론 역사문화적으로 가치가 높아 더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두양마을에서 오솔길을 따라 오르면 800m 지점에 자리한 은행나무는 높이 27m, 둘레 9.3m 규모를 자랑한다. 1018년 고려거란전쟁 당시 강감찬 장군의 부장으로 출전해 큰 공을 세운 은열공 강민첨 장군이 심은 것으로 전해진다. 마을 주민들은 강민첨 장군의 흔적이 서린 이 은행나무를 신성시 여겨왔다. 1983년 경남도 기념물로 지정돼 관리됐다. 인근에는 강민첨 장군의 영정을 모신 사당이 있다. 1983년 경남도 문화유산자료 제 81호로 지정된 두방재이다. 두방재는 일부 부속 건물이 불에 탔으나, 본체는 신속한 진압으로 화마를 비켜갔다.
이번 화마로 아름드리 풍채를 더는 볼수 없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은행나무를 아껴온 이들의 탄식 목소리가 각지에서 쏟아지고 있다.
10년 가까이 해마다 은행나무를 보려고 찾았다는 진홍곤(산청) 씨는 "대나무숲을 지나면 보이는 은행나무 자태와 기상에 반해서 지인과 함께 해마다 찾았다. 나무가 불에 탔다는 소식에 내 몸이 탄 것처럼 마음의 고통을 느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몇년 전 고향인 두양마을로 귀향한 최백림 씨는 은행나무로 향한 애듯한 마음을 시로 표현할 정도로 아꼈기에 상실감이 더 컸다. 최 씨는 "강 씨 문중 소유의 나무지만, 인근 주민들이 신성시 여기고 조상대대로 마을의 자랑이자 자부심이라고 여길 정도로 무척 아껴온 나무다. 많은 지인에게도 소개를 했는데, 다들 감탄할 정도였다. 화마 피해 소식에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상실감이 크다"고 말했다.
노거수 보존 활동에 앞장서 온 박정기 곰솔조경 대표는 "사진으로 봤을 때 가장자리와 뿌리가 살아 있어서 완전히 죽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 줄기와 가지를 잃어 관상 가치가 없어서 생물학적으로 살아 있다는 건 큰 의미가 없다. 고사했다고 봐야 한다"면서 "산불이 나면 그곳에 희귀 수종 등 보존할 나무가 있는지 확인을 해서 진화를 해야 하는데, 그런 매뉴얼 자체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산청군 시천면 신천리 성화사는 지난 22일 산불 피해를 입었다. 산골짜기에 있는 성화사는 대웅전과 선방, 산신각 등 목조건물 3채를 비롯해 부속 구조물 등이 불에 타고 주변 산도 화재 영향을 받았다. 일부 건물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잿더미가 돼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허귀용 기자
관련기사
잠깐! 7초만 투자해주세요.
경남도민일보가 뉴스레터 '보이소'를 발행합니다. 매일 아침 7시 30분 찾아뵙습니다.
이름과 이메일만 입력해주세요. 중요한 뉴스를 엄선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