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성 질환' 비유 아닌 현실로
시민들 신경성 위염·화병 호소
선고 이후 문제 지속될까 우려도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5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을 종결하고 한 달 가까이 심리를 이어가고 있다. 전례 없는 최장기 심리에 시민 피로도는 한계치에 다다랐다.

집회 현장에서 ‘내란성 질환’은 비유가 아니라 현실이다.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곧잘 참석하는 30대 창원시민 ㄱ 씨는 “비상계엄 사태로 말미암아 신경성 위염이 도져서 평소 즐기던 면요리도 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체포됐을 때 증세가 호전됐는데 최근 구속 취소돼 풀려나자 증세가 재발했다”고 덧붙였다.

40대 시민 김봉임 씨는 12.3 비상계엄 이후 ‘화병’이 났다. 김 씨는 21일 “일상에서 난데없이 격한 감정이 울컥울컥 일어나는데 최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심리 지연으로 최고조에 달했다”고 말했다. 없던 두통 증세도 생겼다. 김 씨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오후 5시께 각각 머리가 지끈거린다”고 말했다. ‘탄핵’이 떠오르는 순간마다 두통 증세가 일어난다는 뜻이다.

17일 창원시청광장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가 열렸다. 한 시민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구연 기자
17일 창원시청광장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가 열렸다. 한 시민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구연 기자

탄핵 광장 분위기도 이달 중순 이후 강도 높은 분노로 뒤덮이고 있다. 주된 구호는 이제 ‘파면 늑장 선고 헌재를 규탄한다’, ‘헌재는 하루빨리 윤석열을 파면하라’이다.

강연석 금속노조 경남지부 교육선전부장은 21일 창원시민대회 자유 발언자로 나서 “곧 신혼집에 들어가고자 짐을 싸야 하는데 달밤에 집회하고 늦은 시각 짐 싸려니 스트레스가 많다”며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느껴진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30대 청년도 22일 집회에서 “내란성 불면증, 내란통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며 “헌법재판소는 더는 시간 끌지 말고 무엇이 급하고 선행돼야 하는지를 똑바로 생각하고 판단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신들이 눈치 봐야 할 대상이 있다면 그것은 헌법 제1조 2항에 명시된 대한민국 주권자 국민뿐”이라고 덧붙였다.

빠른 탄핵심판 선고를 바라는 한편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ㄱ 씨는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가 많으니 사실 걱정은 그대로”라고 말했다.

법조계 우려 또한 마찬가지다. 임재성 변호사는 20일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변호사대회’에서 “피청구인 윤석열은 2월 4일 변론기일에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강변했지만 계엄의 밤, 전 국민이 받은 공포와 충격은 감히 단언하건대 1987년 민주화 이후 40여 년 중 한국사회에서 벌어진 그 어떠한 사건보다 깊고 잔인했다”며 “전 국민이 피해자”라고 대변했다.

탄핵 정국 시발점인 12.3 비상계엄은 최근 잇따르는 시민 불안감과 분열, 갈등 원인으로 지목된다. 문제는 탄핵 정국이 장기화해 갈등 수위도 높아졌다는 점이다. 헌법재판소가 신속하게 선고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는 까닭이다. 23일 기준으로 윤 대통령 탄핵소추는 100일을 맞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탄핵심판 변론이 끝나고 14일 만에,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는 11일 만에 선고가 났다. 숙고를 넘어 선고 지연이란 우려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앞서 헌정 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는 긴급 성명에서 “이 이상 지체하면 위기만 커지고 돌다리를 두들겨 건너려다 너무 두들겨 깨져버리면 건널 수조차 없게 된다”며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요구했다.

탄핵 집회를 관리하는 경찰도 피로를 호소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평일·주말 없이 대응했는데 탄핵 인용이든, 기각이든 여파 장기화가 불가피하다고 예상돼 경찰 부담도 더욱 커지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미뤄지는 탄핵 심판 선고 일정 속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만 괜찮아 보인다.

/최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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