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기관 마비·정치인 체포 정황 밝혀
비상계엄 내포 내란 혐의 뚜렷이 증명
김용현 전 장관 선관위 군 재투입 지시
"의원 끌어내라"는 대통령 지시도 확인
4일 새벽 '2차 계엄' 모의 흔적 밝혀 내
윤석열 등 핵심 증인 못 세운 한계 명확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내란 국정조사 특위)가 지난달 28일 마지막 회의를 열어 결과보고서를 채택하고 60일간 활동을 모두 마쳤습니다. 강제구인 권한이 없는 탓에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수괴들 불출석과 주요 가담자 증언 거부 등 한계를 보였지만 주요 증인들에게서 핵심 증언을 이끌어내며 소기의 성과도 달성했습니다.

12.3 비상계엄이 ‘내란’인 핵심 사유는 헌법기관인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마비시키고, 주요 정치인을 체포·구금하려 한 점이다. 계엄군의 국회와 선관위 침탈은 온 국민이 지켜봤기에 부정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사망자가 없는 ‘평화로운 계엄’이라고 강변했지만 내란 국정조사 특위는 이 주장을 탄핵할 계획의 구체성과 폭력성을 입증했다.

국회 계엄해제 결의안 의결 당시 계엄군의 국회 본청 단전 시도가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12월 12일 담화에서 단전 지시는 없었다고 했지만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계엄군이 국회 본청 지하 1층에서 단전을 시도한 정황이 확인됐다. 당시 계엄군이 어두운 지역 작전에 쓸 4구 야간 투시경까지 장착한 점은 이 같은 정황에 힘을 싣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여의도 국회의사당 방향으로 헬기가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여의도 국회의사당 방향으로 헬기가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관위에 미련 못 놓은 김용현 = 계엄군은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선관위 과천청사·관악청사·수원연수원 등에 600여 명의 방첩사·특전사·정보사 인원을 보내거나 투입 대기시켰다. 특히 정보사 인원들은 민간인 신분인 노상원 전 사령관이 11월 9일 선관위 전산 자료를 확보하고 직원을 체포·감금해 부정선거를 입증하라는 구체적인 임무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는 문상호 당시 정보사령관에 의해 김용현 국방부 장관 지시로 이해했다고 밝혔다. 노상원은 진급을 미끼로 인원 선발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문 사령관이 지시했고, 작두 등 선관위에 들고 간 장비 또한 문 사령관이 물품 구매 비용을 지급했다. 계엄군은 상부 지시에 따라 선관위 시설을 점거했으나 12월 4일 새벽 1시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하자 철수 명령을 받고 이를 수행했다. 하지만 김용현 전 장관은 새벽 2시 13분께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에게 선관위에 병력을 재투입할 수 있는지 물었다. 곽 전 사령관은 이에 불가능하다고 답했다고 증언했다.

◇정치인 체포·구금 지시 정황 밝혀 = 정치인 체포·구금 지시는 핵심 당사자들 증언과 증거 없이 입증이 어렵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1차 청문회 진술이 실마리를 풀었다. 홍 전 차장은 지난해 12월 3일 밤 윤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이번에 다 잡아들여서 싹 다 정리해”라며 “국정원에 대공수사권을 줄 테니 이번에 일단 국군방첩사령부를 적극적으로 지원해라, 방첩사에 자금이면 자금, 인원이면 인원 무조건 지원하라”고 지시했음을 증언했다. 이후 육군사관학교 후배인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통화해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이 포함된 체포 명단과 함께, 이들 위치추적을 요청받았다. 여 전 사령관에게 이들을 방첩사 내 구금시설에서 조사할 예정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테러대책위원회에 참석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테러대책위원회에 참석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군에서도 고백이 이어졌다. 김대우 전 방첩사 수사단장은 여 전 사령관에게 정치인 14명을 신속하게 잡아서 수도방위사령부 B1 구금시설로 이송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정치인 체포 대상 14명은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들었다고도 진술했다. 김대우 단장과 구민회 수사조정과장은 방첩사가 정치인 체포와 구금 전 과정을 주도한 점을 부인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곽 전 사령관도 대통령으로부터 체포·구금 지시를 분명하게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국회 본회의장에 의원들이 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을 하려 집결 중이던 12월 4일 0시 30~40분 사이 윤 대통령으로부터 “아직 국회 내 의결 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국회 안으로 가서 의사당에 있는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여당은 홍 전 차장과 곽 전 사령관 증언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더불어민주당 회유 의혹 등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는 계엄 당시 현장에 출동했거나 작전 지휘에 참여한 군 참모 등에 의해 일축됐다. 계엄 당시 부대를 이끌고 출동한 이상현 특전사 제1공수여단장은 청문회에서 곽 전 사령관에게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대통령 지시를 전달받았다고 증언했다. 현장과 특전사 지휘통제실에 있었던 참모들도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고 한결같이 진술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 /연합뉴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 /연합뉴스

◇‘2차 계엄’에 떨었을 수도 = 내란 국정조사 특위에서는 경찰이 12월 4일 오전 1시 30분부터 수원 선거연수원을 봉쇄했고, 해당 경력이 계엄 해제 30분 뒤인 오전 3시 30분 다른 임무를 수행하려 이동한 상황을 놓고 ‘2차 계엄’ 준비·대비 의혹이 제기됐다. 특전사 제9공수여단 탄약수송용 트럭이 결의안 가결 후 50분이 지난 오전 1시 52분 신월~여의 지하차도를 지나고 있었던 점도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제시됐다.

홍 전 차장도 2월 6일 국회 정보위원장실에서 2차 계엄 또는 군사 개입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는 권영환 전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 발언으로 구체화했다. 권 전 과장이 국회 계엄해제 의결 이후 계엄을 즉시 해제해야 하는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이 ‘일이 되게끔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권 전 과장은 이를 계엄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박 전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일머리가 없다’는 질책을 세 차례 받았다고도 했다. 특히 계엄 해제 이후 12월 4일 오전 3시 육군본부에서 계엄상황실로 34명을 태운 버스가 출발했다. 이는 박 전 사령관이 지시했다는 증언과 함께 해당 버스가 출발할 당시 박 전 사령관이 출발 여부를 확인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내란 국정조사 특위는 보고서에 계엄 해제 이후에도 계엄사령관이 합참 계엄과장에게 ‘일이 되게끔 하라’고 지시한 점, 계엄 해제 이후 시각인 새벽 3시 육군본부로부터 인원을 출발시킨 점 등을 언급하며 2차 계엄 준비 혐의를 지적했다.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마지막 전체회의가 끝난 뒤 안규백 위원장과 야당 의원들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마지막 전체회의가 끝난 뒤 안규백 위원장과 야당 의원들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란 국정조사 한계도 명확 = 특위는 결과보고서 채택과 함께 윤 대통령·김 전 장관을 비롯해 7명을 불출석을 이유로, 조태용 국정원장·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김현태 707특임단장은 위증 혐의로 고발을 의결했다. 이들 핵심 증인은 출석을 하지 않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등은 자신의 수사나 형사 재판을 이유로 증언을 거부했다.

안규백 특위 위원장은 “핵심 증인들에게 동행명령장을 수차례 발부했음에도 강제구인권이 없어 끝내 국민 앞에 세우지 못한 점은 아쉽다”며 “허위 증언도 위증죄 고발 외에 다른 방안이 없어 제도적 한계를 실감했다”고 토로했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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