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소추 73일 만에 변론 종결, 국회 측 대리인 파면 정당성 짚어
최종 진술 나선 윤 대통령 "계엄 형식 빌린 대국민 호소" 주장

정치·행정 현안을 시간선(timeline)을 따라 다양한 시선과 경남도민일보 관점으로 정리합니다.

탄핵 심판 변론이 25일 마무리됐습니다. 12.3 내란 사태 이후 84일 만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73일 만입니다.

이날 11차 변론은 증거조사, 양측 종합변론, 청구인·피청구인 최종 진술 순서로 진행됐습니다. 청구인은 국회, 피청구인은 윤 대통령입니다. 오후 2시에 시작한 변론이 끝난 시각은 오후 10시 14분입니다. 이제 헌법재판관 판단만 남았습니다. 

'시간선'에서는 윤 대통령 최종 진술과 국회 측 종합변론 내용을 간추려 정리합니다. 변호사 9명이 나선 국회 측 종합변론에는 12.3 내란에 대한 규정, 내란이 공동체에 미친 해악, 헌법재판소 역할, 내란 극복 방향 등이 두루 담겨 있습니다. 내란에 맞선 우리 사회 역량을 눌러담은 변론입니다.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11차 변론에 헌법재판관들이 입장해 있다.  /연합뉴스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11차 변론에 헌법재판관들이 입장해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마지막 카드 '간첩' = 윤 대통령 처지에서 10차에 걸친 변론 과정이 얼마나 득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윤 대통령 측 신청 증인은 허술한 진술과 침묵으로 책잡히곤 했습니다. 반면 국회 측 신청 증인 진술은 종종 윤 대통령을 곤란하게 했습니다. 최종 진술에서 윤 대통령에게 반전은 절실했습니다. 그 '마지막 한 방'이 간첩과 개헌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시작부터 이번 계엄을 '계엄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고 규정했습니다. 또 자신과 정부에 대한 비판, 장관 탄핵, 예산안 삭감 배경으로 안보 위협과 이를 실행하는 간첩을 언급했습니다. 윤 대통령 진술에서 '간첩'은 25회 나옵니다.

◇국회 측 대리인 9명 "파면은 정당" = 윤 대통령 최종 진술에 앞서 진행된 국회 측 종합변론에는 변호사 9명이 차례로 등장합니다. 역할을 분담해 각자 주제를 정한 변호사들은 12.3 내란을 규정하고 윤 대통령 파면 정당성을 호소했습니다.

이광범 변호사는 "국민이 피와 목숨을 바쳐 지킨 민주 헌정질서를 무참하게 짓밟았다"며 "신속한 파면만이 답"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계엄을 선포했던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 사례를 언급하며 이들이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던 역사를 되짚었습니다. 

이 변호사는 "자신의 지시 한마디가 헌법이 되는 세상을 만들고 국가를 사유화하고 대한민국 헌법 위에 군림하고자 했다"며 "우리는 이것을 '독재'라고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두 번째 대리인으로 나온 이금규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탄핵 사건에서 보여준 태도와 거짓말을 짚었습니다. 10차까지 변론 과정에서 윤 대통령 진술 가운데 맞지 않는 대목들을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더 인상적인 발언은 따로 있습니다.

이 변호사는 "12월 3일 밤 군에 가 있는 아들이 생각나 국회로 달려갔다"며 "비상계엄도 무섭지만 내 아이가 계엄군이 되는 것은 더욱 끔찍한 일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청구인 대리인이기에 앞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아들을 계엄군으로 만들려고 했던 윤 대통령에게 말할 수 없는 분노와 배신감, 두려움을 느낀다"고 덧붙였습니다.

세 번째 대리인으로 발언대에 선 김선휴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 군대에 미친 해악을 정리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파면 결정은 윤 대통령이 무너뜨린 군의 정치적 중립과 훼손된 군의 명예, 군인과 가족들이 받은 상처를 치유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군은 하루 쓰기 위해 십 년을 키워야 한다는 '양병십년(養兵十年) 용병일일(用兵一日)'을 언급하며 "윤 대통령이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으로 군인 개개인 삶을 파괴했을 뿐 아니라 국가가 키워낸 소중한 인적자원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고 나무랐습니다. 

네 번째 대리인으로 나선 이원재 변호사는 12.3 내란 이후 도는 부정선거론을 반박했습니다. 부정선거론 확산 시발점이 된 지난해 12월 12일 대국민 담화 내용을 언급하며 부당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 시스템은 충분히 조사받았고 △'가짜 투표지 논란'은 대법원 판결로 정리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부정선거 음모론이 얼마나 근거 없는 것인지를 판단해서 선거제도와 대의제도의 신뢰성, 그리고 선관위와 수많은 투·개표 사무원, 참관인들 명예와 자긍심을 회복시켜 주기 바란다"고 호소했습니다.

황영민 변호사는 다섯 번째 대리인으로 발언대에 섰습니다. 그는 12.3 내란 사태를 바라보는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하겠다며 변론을 이어갔습니다. 

황 변호사는 "평화로웠던 그날 왜 비상계엄을 선포했는지 지금까지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설명이 불가능하다"며 "아이들은 이번 비상계엄을 어떻게 기억하고 피청구인 행위를 무엇으로 배우고 자라나야 하나"고 되물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헌재 결정은 대한민국을 살아갈 우리 아이들의 배움과 사고를 결정지을 것"이라며 "피청구인 행동과 인식에 대한 헌재 평가가 아이들이 배우고 자라날 역사의 진실을, 그리고 내일의 대한민국이 어떠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섯 번째 대리인으로 나선 장순욱 변호사는 피청구인이 오염시킨 헌법의 말을 통해 왜곡된 헌법 인식을 살펴보겠다며 변론을 이어갔습니다.

장 변호사는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면서 헌법 수호를 내세운 사례, 야당을 '적대적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한 사례, 우리 사회가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로 갈라졌다고 규정한 사례 등을 언급했습니다. 또 정치적 견해가 다른 야당 척결을 '자유헌정질서 수호'라고 강변한 대목도 짚었습니다.

변론 중 헌법 수호자로서 책임을 자임한 국민을 따로 언급한 대목이 인상 깊습니다.

장 변호사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 권력자의 헌정 파괴 시도를 저지하고자 많은 시민이 국회로 달려왔다"며 "그 모습은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헌법 제1조가 현실에서 작동하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감동적인 장면"이라고 말했습니다.

장 변호사가 좋아하는 노랫말이라며 언급한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부분은 이번 11차 변론에서 울림이 컸던 발언 중 하나로 꼽혔습니다.

장 변호사는 "국민과 함께한 이 사건 탄핵 결정문에서 피청구인이 오염시킨 헌법의 말과 헌법의 풍경이 제자리를 찾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진한 변호사는 권력자나 국가기관을 압도하는 힘이 없는 헌법재판소가 지닌 힘은 '질문'에서 나온다고 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헌법재판소는 자의적인 권력으로부터 국민을 지켜주는 가장 최후의 기관"이라며 "만일 헌법재판소에 대한 신뢰마저도 흔들어 무너뜨린다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미움과 혐오, 그리고 중단 없고 한계 없는 최악의 갈등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민주주의를 파괴한 자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헌법재판소가 내릴 판단은 우리 민주주의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여덟 번째 대리인으로 나선 김이수 변호사는 '신뢰'를 강조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으로 정치적 반대자를 척결하고자 했다"며 "주권자를 보호하는 데 사용해야 할 헌법상 권력을 주권자를 공격하는 도구로 사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변론 내용과 별개로 윤 대통령에 대한 총평은 흥미롭습니다.

김 변호사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지만 충성만을 받고자 했던 인물, 상식을 뛰어넘는 언동으로 일방통행만을 일삼았던 인물, 손에 왕(王) 자를 새기고 나타난 인물,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즐기며 역대 독재자 대통령들을 찬양한 인물, 헌법을 준수하거나 수호하기는커녕 파괴한 인물"이라며 "그가 대통령이 된 후 부끄러움은 온전히 국민의 몫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 대리인으로 변론에 나선 송두환 변호사는 "비상계엄 선포와 내란 행위의 위헌·위법성을 분명하게 공권적으로 확인하고, 피청구인을 대통령직에서 확정적으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송 변호사는 "탄핵 심판은 단순히 피청구인 대통령직 유지 여부를 가리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며 "우리 헌법 존엄을 지키고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며 입헌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헌정질서와 법치주의 장래를 결정짓는 중대한 재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시간선의 시선 = 국회 측 대리인 9명이 이어간 변론을 한 줄로 이렇게 요약하겠습니다. '무모하고 무례한 권력에 맞선 시민의 자존심.'

윤 대통령 측 대리인 종합변론은 따로 정리하지 않습니다. 윤 대통령 최종 진술에 맞선 국회 측 최종 진술도 뺐으니 얼추 균형은 맞지 싶습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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