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읍면동 304곳 8만 여명 자유마을 가입
전광훈 영향력은 자유마을에서 나와
자유마을 중심으로 극우 세력 조직해
"혐오는 경계해야 하지만, 허용되지 않는 것은 확실히"
지난 23일 오후 창원광장에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한 중년 여성이 <자유일보>를 시민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자유일보>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발행하는 신문이다. 신문에는 '탄핵 무효' 네 글자가 크게 박혀 있었다. 3.1절 광화문 집회 참석을 독려하는 전 목사 인터뷰도 실렸다. 전 목사는 "윤 대통령을 지키고 나라를 살리려면 1000만 명을 조직해 국민저항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선생님도 자유마을에 가입하셨나요?"
여성에게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 휴대전화 화면에 있는 자유마을 초록색 아이콘을 보여줬다.
"저도 자유마을에 가입했어요."
여성의 얼굴이 환해졌다. 창원에 사는 이 여성은 부산 세계로교회에 다닌다고 했다. 그는 "창원에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여는 나라사랑연합회는 종교가 없는 사람들이 주로 활동하고, 자유마을에 가입된 사람들은 기독교 신도들이 많다"며 "이 집회에는 자유마을 회원이 많이 온다"고 말했다.
경남에서 열리는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도 자유마을 회원들이 참석한다. 이날 집회에서는 <자유일보>를 모자처럼 만들어 쓰고 다니거나 시민에게 나눠주는 참가자들이 눈에 띄었다.
개신교 극우 세력의 지도자로 급부상한 전 목사의 영향력은 자유마을에서 나온다. 자유마을은 극우 성향 주민을 모아내는 바닥 조직으로 2022년 만들어졌다. 자유마을 목표는 전국 3500여 개 읍면동에서 1000명 이상씩 회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자유마을 애플리케이션을 기준으로 경남 18개 시군 읍면동 304곳에 8만 4721명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회원 한 명이 두 지역에 등록할 수 있는 구조라 정확한 회원 수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도내 읍면동별 자유마을 회원 수는 적게는 7명(창녕 길곡면), 많게는 2182명(김해 삼안동)이다. 김해 삼안동에 이어 창원 의창구 봉림동(1925명), 김해 내외동(1906명), 진주 가호동(1785명), 양산 소주동(1708명) 순으로 많다.
자유마을은 다단계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역별로 총괄팀장이 있고 읍면동별로 실행위원이 있다. 그 아래 동대표가 있다. 경남지역 총괄팀장은 이강성 목사이며, 그는 자유통일당 경남도당 위원장이다. 실행위원은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 동대표는 회원 한 명이 12명을 추가로 모집하면 될 수 있다. 한 읍면동에 동대표가 3명 이상인 곳도 있다.
자유마을 회원들은 전 목사의 주장을 서로 전파하고 집회 일정을 공유한다. 자유통일당 당원으로 가입하거나, 전 목사가 운영하는 사업체 물건 구입을 권유받는다. 전 목사는 주기적으로 자유마을 회원 모임을 만들면서 회원 수 확대를 강조한다. 서로 경쟁하듯 회원 모집을 하는 구조다.
자유마을 회원들은 극우 세력으로 쉽게 조직된다. 회원들은 자유 통일과 주사파 척결을 주장하며,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추앙한다. 주민자치회와 마을공동체를 '좌파 서식지'로 규정하고 없앨 것을 주장한다. 이들은 12.3 계엄을 옹호하면서 같은 의견을 가진 극우 세력과 덩치를 불리고 있다.
강인철 한신대 종교문화학 교수는 논문 <한국 개신교와 보수적 시민운동>에서 "극우·혐오 정치가 개신교 우파 집단 내부의 통합이나 신자의 단단한 결집에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향한 배제와 마녀사냥식 정치는 개신교 신자들을 사회 분열과 적대를 조장하고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나쁜 시민'으로 만드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극우 세력이 영향력을 키워갈수록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극우 혐오가 뒤따를 수도 있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극우적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모두 싸잡아서 경멸하거나 증오해서는 안 된다"며 "타인의 존엄·공존 전제를 파괴하는 행위가 우리 사회에서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히 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결코 악마가 아니지만, 분명히 악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다수가 그런 극우적 사고와 행동에 분명히 반대하고, 우리 공동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해야만 사회가 존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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