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창원광장 찾은 안윤서 학생
눈물 흘리며 전화하는 모습 사진에 담겨
야구장 같은 집회 현장서 민주주의 배워
"헌재에서 인용될 때까지 집회 나갈 것"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던 순간 창원시청광장 또한 들썩였다. 시민들은 서로 얼싸안고 환호했다. 그 순간 광장 제일 앞줄에 있던 안윤서(14·진해여자중학교 2학년) 학생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아빠, 아빠.”

그는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탄핵안 통과 소식을 전했다. 이 모습은 <경남도민일보>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어떤 마음으로 부모에게 전화했을까. 20일 창원시 진해구 한 카페에서 안윤서 학생을 만났다.

“엄마, 아빠도 탄핵을 원하고 있었거든요. 그날은 함께 하지 못했는데, 탄핵안이 통과되자마자 알려주고 싶었어요. 아빠가 ‘그래 잘됐네’라고 하면서 데리러 온다고 하더라고요.”

안윤서 학생이 지난 14일 윤석열 탄핵 가결 소식을 가족에게 전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안윤서 학생이 지난 14일 윤석열 탄핵 가결 소식을 가족에게 전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윤서 학생은 탄핵안 통과 순간이 여전히 선명하게 떠오른다면서 그날 기억을 들려줬다. 그에게 탄핵안 통과가 기쁨으로 기억됐다면 비상계엄이 선포되던 날 밤은 공포로 남았다.

“다음날이 시험 마지막 날이라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있었어요. 오후 11시쯤 됐을 때 친구가 비상계엄이 터졌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당연히 장난일 거로 생각했는데 뉴스에 진짜 그 내용이 나오더라고요. 그 뒤로 공부도 눈에 안 들어오고 바로 집에 갔어요.”

윤서 학생에게 비상계엄은 영화 <1987>이나 <서울의봄>에 나오는 것처럼 군인들이 총·칼로 시민을 때려잡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당황했고 나중에는 화가 났어요. 만약 국회의원들이 담을 넘지 못했다면, 시민들이 군인들에게 끌려갔다면 어땠을지 상상하니까 끔찍했어요.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정말로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비상계엄 이후 뉴스를 달고 살던 윤서 학생은 지난 7일 탄핵안이 국민의힘 의원들 반대로 부결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는 종이 상자에 보관해 둔 아미(방탄소년단 팬덤) 응원봉을 꺼냈다. 코로나19로 열린 비대면 콘서트 때 딱 한 번 썼던 응원봉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두 달 동안 용돈을 모아 샀어요. 아직 콘서트장에서도 못 써봤는데 집회에 들고 나갈 줄은 상상도 못 했지요. 광장에서 아미 응원봉 들고 있는 분들을 만나면 더 반갑더라고요.”

안윤서 학생이 지난 20일 창원시 진해구 한 카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박신 기자
안윤서 학생이 지난 20일 창원시 진해구 한 카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박신 기자

그는 처음 가본 집회 현장에서 낯섬을 느꼈다. 평소 생각했던 거칠고 위험한 집회와 달랐기 때문이다. 광장에 모인 이들은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윤서 학생은 그 모습을 보고 야구장을 떠올렸다.

“올해 초부터 NC다이노스를 응원하게 됐는데 한목소리로 응원하고 춤추는 게 야구장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신나게 외치고 왔어요. 주변에서 안 춥냐고들 하는데 추운지도 모르고 매일 나갔어요.”

윤서 학생에게 광장은 좌절의 공간이자 승리의 공간이었다. 탄핵안이 부결됐을 때는 절망을 느꼈고, 통과 순간에는 펄쩍 뛸 듯 기뻐했다. 그는 누구보다 완벽한 승리를 바란다.

“요즘은 책에서만 배웠던 민주주의가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거를 매 순간 느껴요. 어찌 보면 시민들 힘으로 탄핵안 통과가 된 건데 제가 그 현장에 있었다는 게 좋았어요.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될 때까지는 집회에 계속 나갈 생각이에요.”

윤서 학생은 마지막으로 투표권을 둔 어른들에게 할 말이 있다며 바람을 전했다.

“이번에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어요. 우리 동네 국회의원은 처음 탄핵안 표결 때 도망갔어요. 부끄러움은 시민 몫이었어요. 누구를 뽑기 전에 조금 신중하게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요. 권리가 있으면 그에 따르는 책임도 있는 거잖아요.”

/박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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