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의장 직속 미래 개헌 자문위 발족
대한민국헌정회 '분권 국가' 개헌안 발표
대통령 4년 중임, 지역 대표형 상원 도입
제왕적 권력 국회와 지방 분산 목표로 해
정부-국회-국민 모두 만족할 방안 찾아야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분출하고 있다. 19일 우원식 의장 직속 ‘국민 미래 개헌 자문위원회’가 발족했다. 27일에는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가 개헌 토론회를 열어 논의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고 있다.
대한민국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실제적인 규범적 지배력을 가지는 헌법 개정은 다른 지엽적인 의제보다 중요하다. 1987년 민주항쟁 열매로 9차 개헌이 이뤄졌지만 대통령 직선제와 5년 단임제 같은 군사독재 체제를 종식할 권력 구조 개편에만 치중했다. 이 체제가 37년을 이어오면서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영역에서 민주공화헌정을 높은 수준에서 달성하기 어려운 문제점도 생겼다.
우 의장은 자문위원 위촉식에서 “헌법은 한 나라의 정체성과 운영 원리를 담는 국가 최고 규범으로, 말하자면 ‘길’과 같다”며 “37년 전 ‘민주화’라는 전국민적 열망을 담아 새로운 길을 만든 이후, 개헌을 하지 못한 채 저출생·고령화, 양극화, 디지털·인공지능(AI) 발전, 기후위기 등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는데, 새로운 헌법으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우리 사회가 다음 단계로 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중임제, 양원제 도입한 ‘분권 국가’ = 헌정회는 개헌을 ‘분권 국가’를 지향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헌정회는 27일 오후 국회박물관에서 열린 ‘정치 선진화를 위한 헌법 개정 대토론회’를 열었다. 대통령 권한을 국회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폭 배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헌안을 제시했다. 제왕적 대통령제로 불리는 현행 5년 단임제를 4년 1차 중임제로 바꾸고 국회에 ‘지역 대표형’ 상원을 둬 대통령이 고위 공무원을 임용할 때 동의권을 부여해 독주를 견제한다. 자치단체장에게는 자치규정 제정 범위를 확대한다.
정대철 헌정회장은 “헌정회 개헌안은 기본적으로 분권적 국가를 지향한다”며 “대통령 권한을 국회와 지역에 분산하는 분권형 대통령 중심제와 분권형 국회 양원제, 지방분권·균형발전 강화, 저출생·고령화 대응 국가 책무 부여가 핵심 내용”이라고 밝혔다.
국회 양원제 도입과 ‘지역 대표형 상원제’를 두고 헌정회는 △국회 내 자율조정 통제 기능 부여로 단원제 국회 입법 품질 제고 △국회와 정부 간 대립 시 상원 중재 조정 역할 △국회 상원에 정부 고위인사 임용 동의권 부여로 의정 간 소통·타협 유도 △지방분권·균형발전 담보 보루 역할 △남북 통일 대비 등 긍정적 효과를 보일 것으로 봤다.
양원 규모와 권한은 △하원(민의원)은 200인 이상으로 하되 예산·경제·국내 관련 정책 최종 결정권을 부여 △상원(참의원)은 시도별 균등배분 원칙에 따라 80인 이하로 하되 외교, 국방·안보, 지역균형발전 관련 정책 최종 결정권과 정부 고위 공무원 임용 동의권 부여 △나머지 정책은 양원 모두에 부여하되 양원 의결 내용이 다를 때는 부결 처리하는 것으로 정했다.
그러면서 지역 대표형 상원제를 할 때 ‘총량 불변의 법칙’ 적용을 제안했다. 현 정수 300명 범위 내에서 상·하원 의원 정수를 배분하는 ‘총원 불변’이나, 300명 초과 시 현 300명 관련 총 예산 범위에서 상·하원을 나누어 예산을 배분하는 ‘총액 불변’을 적용하는 등 국민 정서를 고려한다는 생각이다. 아울러 대통령과 상·하원 의원 선거를 점진적으로 같은 날 하도록 해 여소야대 현상을 줄여 국정을 안정시키자는 내용도 담았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도모하고자 지방자치 규정 제정 권한을 ‘법령의 범위 내’에서 ‘법률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로 상향 확대했다. 또한 국가에 지방자치·균형발전 지원 책무를 부여하는 대신 자치단체장에게 건전 운영 관련 선언적 책임도 함께 주는 내용도 포함했다. 아울러 국가에 저출생·고령화 대응 책무를 부여해 정부가 인구 급감, 지방소멸 등 국가적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도록 했다.
◇효율적인 양원제 운영과 보완점 = 헌법학자인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은 “헌정회 안대로면 내각이 국회 신임으로 정립된 위상이 강화되고 정치적 책임도 분명해지지만 일상적 국가 집행권을 지닌 국무총리 불신임권을 국회가 지니는 점에서 국회가 더 강화되는 형태를 띤다”며 “이 문제를 해소하고자 건설적인 불신임제를 채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상적인 국정은 국회 신임에 기초한 국무총리(내각)을 중심으로 하되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의 실질적 권한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 양원제를 두고는 “되도록 지금의 의원 정수 300명을 넘지 않도록 하고, 광역자치단체는 초광역화 해 하원은 인구비례 다수대표제, 상원은 광역자치단체 중심 대선거구 비례대표제로 가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면서 “이에 경남·부산·울산, 경북·대구, 전남·광주, 충남·대전·세종, 경기·인천을 통폐합 해 강력한 자치 조직을 가지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밝혔다.
한국행정연구원장을 지낸 안성호 대전대 석좌교수는 지역 대표형 상원제를 효과적으로 운영되려면 △균등한 권한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구성 △구성원으로부터 정당성을 인정받는 상원이 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안 교수는 “균등한 권한을 갖는 양원 간 이견을 좁히고자 왕복 독회, 양원합동회의, 조정위원회 등 이견조정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며 “상원과 하원이 복사판이 되지 않도록 예컨대 하원은 소선거구 다수선거제로, 상원은 시도별 중대선거구 비례대표제로 구성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상원이 제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직접 선출, 숙론, 입법활동과 행정부 견제에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정당성을 높일 장치를 많이 둬야 한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스위스가 운영하는 ‘1~2% 직접참정’으로 헌정혁신을 이룰 필요성도 강조했다. 준직접민주제 나라인 스위스는 전체 입법 건수의 1~2%를 시민이 직접 입법한다.
그는 “1~2% 직접참정은 스위스 대의민주정치를 국민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합의민주정치’로 일신시켰다”면서 “예컨대 의정갈등 같은 중요한 국정난제를 국민적 숙론으로 해결을 촉진하고 대다수 국민의 직접참정 염원에 부응하며 대의민주제를 더 대의적으로 만들고, 다른 헌정혁신을 추진하는 지렛대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의회 입법 독점이 사라지고, 정치계급의 엘리트 카르텔과 이전투구 권력투쟁도 자취를 감췄다”고 강조했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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