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재선충병 전국 확산…밀양 특별방제구역 지정
이상기후로 재선충 매개충 서식 조건 용이·병 활성화
올해 방제예산 지난해보다 감소, 내년에는 더 축소해
매년 반복 재난에 기존 방제 대책 실효성에 의문 제기
녹색연합 "기후변화 적응 차원 새로운 대응 전략 필요"
홍석환 교수 "죽은 소나무 그대로 둬 자연림으로 조성"
단풍인 줄 알았는데 말라죽은 소나무다.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려 노랗고 발갛게 변한 소나무가 경남을 비롯해 전국에 퍼지고 있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재선충병 확산으로 말라죽는 소나무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30여 년째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기후위기와 재선충병으로 소나무가 한반도 남쪽부터 사라질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기온 상승과 피해 확산 = 소나무재선충병은 소나무·해송·잣나무 등 단기간에 나무가 고사하는 시듦 병이다. 산불이나 산사태와 달리 ‘소나무-소나무재선충-매개충’처럼 생물 요인 간 상호관계로 소나무림이 파괴되는 산림재난이다.
소나무재선충은 크기 1㎜ 내외 실 같은 선충인데 매개충(솔수염하늘소·북방수염하늘소) 몸 안에 서식하다가 새순을 갉아먹을 때 상처부위를 통해 나무에 침입한다. 치료약이 없어 감염되면 100% 고사한다. 1988년 부산에서 처음 발생했고, 경남에선 1997년 함안군 칠원에서 처음 나타났다.
올해 유독 재선충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기온 상승 영향이다. 겨울철 가뭄과 봄철 고온 현상 등 기후변화는 재선충병을 활성화했다. 재선충은 4월 말에서 5월 초에 발생했는데 지난해 4월 중순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최근 10년간 재선충병 매개충이 성충이 되는 시기와 봄철 기온 상관관계를 분석해보니 기온 상승으로 약 10일 앞당겨졌다고 밝혔다.
녹색연합은 <소나무재선충병 극심 확산 지역 현장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로 재선충의 매개충인 하늘소가 서식하기 좋은 조건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특히 내륙보다 해안지역이 서식지 적합성이 높은데 2050년대에는 인천과 충청도의 서식지 적합성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한다는 예측이 나온다”고 밝혔다.
◇최근 3년간 99만 그루 베어 내 = 경남도는 피해목 제거, 중요지역 예방 나무주사, 집단피해지 수종 전환, 시군 책임 전담제 운영, 감염목·감염 우려목에 대한 미리 살피기·방제 강화 등 피해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내 시군은 지난해 10월부터 4월까지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렸거나 피해가 우려되는 나무 36만 1776그루를 벌목했다. 지난해에는 41만 1856그루, 2022년에는 21만 6768그루를 벴다.
밀양지역은 심각하다. 밀양 남포동·용평동·활성동·가곡동·부북면·무안면·상남면·초동면·하남읍·삼랑진읍 10개 읍면동은 ‘소나무재선충병 특별방제구역’으로 지정됐다. 밀양시는 지난해 11월 소나무재선충병이 퍼진 국도 25호선과 KTX 노선 중심으로 1700㏊ 9만여 그루에 대한 방제작업을 했다. 드론 방제와 집단 발생지 소나무를 모두 베어 내는 방법, 피해목 주변 건강한 소나무에 예방 주사를 놓는 방법을 모두 썼다.
최근 산림청 국정감사에서 소나무재선충병을 차단하는 근본 대책을 촉구하는 국회의원 질타가 이어졌다.
조경태(국민의힘·부산 사하구 을) 의원은 지난 16일 국감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며 “대구와 강원, 전남, 경남 등에서 소나무재선충병이 퍼지는데 완전히 박멸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해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에 투입된 예산이 805억 원인데 현장에서는 20~30% 정도 모자라 한 번에 제대로 된 방제작업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재정자립도가 낮은 비수도권 지역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남 기준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예산(당초 예산)은 △2020년 149억 2000만 원 △2021년 128억 8500만 원 △2022년 128억 4400만 원 △2023년 316억 9200만 원 △2024년 267억 9700만 원으로 2023년까지 늘었다 올해 다시 줄었다. 내년에는 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조 의원이 이번 국감에서 발표한 내년 광역자치단체별 예산 배분안에서 경남은 181억 8200만 원이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지난 18일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기후변화로 매개충 활동 범위가 넓어져 소나무재선충병이 급격히 확산한다며 국가 차원 대응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기존 대책 실효성은 = 임상섭 산림청장은 국감에서 “소나무재선충병이 심한 2014년에 217만 그루까지 감염됐지만 애써서 30만 그루까지 줄인 경험이 있다”며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는 지역 특성에 맞는 방제전략 수립과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밀양시는 최근 몇 년간 이상기후·산림 재해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급속히 증가해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보존해야 할 곳은 집중적으로 방제하고 나머지 지역은 수종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경남도는 지난 14일 산림청을 방문해 2025년 방제 사업비 추가 지원과 재선충병 특별방제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국가재난 차원으로 대응하기 위한 법령 개정, 집단피해지 수종 전환 대상지에 산주의 참여를 활성화할 조림 수종 확대를 요청했다.
민기식 도 환경산림국장은 “소나무재선충병 급증 추세에 대응해 18개 시군 전담제를 운영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피해 지역 방제를 강화하려면 추가 국고지원이 있는 특별재난지역 지정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녹색연합은 보고서에서 “밀양 감염 지대는 낙동강 건너 남쪽 도시인 김해시로 번져 밀양 삼랑진읍과 연접한 김해 생림면·상동면까지 감염 벨트가 넓어졌다”며 “구석구석 깊이 퍼져서 기존 방법으로 방제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 적응 차원에서 범정부적인 소나무 재선충병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병해충으로 변해가는 소나무숲의 생태계 변화 영향 연구, 재난 안전 대비책 준비, 또 다른 병해충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소나무를 그대로 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소나무가 죽으면 다른 나무가 자라 자연림을 조성하고, 이는 기온 하강과 매개충 이동을 축소해 소나무재선충병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소나무재선충병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막을 수 없지만 완화할 수 있는데 그대로 두면 된다”며 “산림청과 행정기관 방제처럼 나무를 베어내면 기온이 올라가고 곤충 활동 영역은 오히려 넓어져 재선충병이 확산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0년째 방제하지만 방제한 곳 발생빈도가 오히려 더 높다”며 “사실상 소나무를 내버려두는 일본처럼 자연복원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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