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행정통합 무산, 홍준표 대구시장 제안했다 번복
주민 동의 없는 행정통합 실패 사례…지역사회 비판 거세

경남 후유증 여전…통합 창원시 주민조사 진해구 소외감 커
사천군-삼천시 통합 상처도…진주시 행정통합 논의 일방적

경남-부산 행정통합 진행, 박완수 지사 "행정통합안 조만간 발표"

 경남-부산 행정통합안이 조만간 공개된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12일 기자간담회에서 “경남·부산연구원이 마련한 통합방안이 마무리 단계로 이르면 9월 말이나 내달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발표하겠다”며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가 내달 꾸려져 도민 의견을 들을 것이다”고 말했다.

 

박완수(오른쪽) 경남도지사와 박형준 부산시장은 17일 부산시청에서 회동하고 '미래 도약과 상생 발전을 위한 경남도-부산시 공동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경남도
박완수(오른쪽) 경남도지사와 박형준 부산시장은 17일 부산시청에서 회동하고 '미래 도약과 상생 발전을 위한 경남도-부산시 공동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경남도

◇“주민 배제한 제왕적 사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5월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제안했고, 8월 무산 의사를 밝혔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5월 홍 시장 제안에 화답했고, 홍 시장 무산 결정에는 행정통합 논의를 이어가고자 정부에 통합 중재안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정부가 거들며 급물살을 탔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은 협력 지원을 약속했다. 두 광역자치단체는 2026년 대구경북특별시를 출범하고자 지난달 28일 행정통합안을 도출하기로 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지역사회는 술렁인다. 두 광역자치단체 간 갈등 양상도 보인다. 홍 시장에 대한 비판 목소리는 높다. 박성만 경북도의회 의장은 지난달 도의회 임시회에서 “무릇 정치인의 말 한마디는 바윗덩어리보다 무거워야 하는데 대구시장은 말 한마디가 깃털처럼 가볍고 권력의 쓰임새는 바윗덩어리처럼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도의회는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졸속 추진’, ‘속도전’, ‘시도민 공론화 외면’이라고 지적한다.

야당 공세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행정 통합이 두 달짜리 이벤트인가”라고 지적했고,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은 “그동안 정치적 계산만을 앞세워 무리하게 행정 통합을 추진한 홍 시장과 이 지사는 시도민을 우롱하고 행정력을 낭비한 책임을 지고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누리소통망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 무산 입장을 밝혔다. /페이스북 갈무리
홍준표 대구시장은 누리소통망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 무산 입장을 밝혔다. /페이스북 갈무리

시민단체는 주민 참여를 배제한 행정통합 추진 문제를 꼬집었다. 대구참여연대는 “홍 시장과 이 지사가 시도민 의견 수렴 없이 행정 통합 여부와 절차 등을 결정·추진한 것은 시도민을 우민으로 여기는 제왕적 사고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행태다”고 비판했다.

지역에서는 주민이 직접 행정통합을 이끌자는 제안이 나온다.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등이 참여한 ‘통합 우리 손으로 준비위원회’는 “지역이 수도권에 대응하려면 행정통합은 필요하기 때문에 시군구별 동시 주민 토론회와 시도민 토론 광장을 열고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통합 창원시는 실패 사례”= 하향식 행정통합 후유증은 ‘통합 창원시’ 주민 인식차이에서 드러난다. 2010년 마산시-창원시-진해시 통합은 지역 정치권에서 주민투표를 하지 않고 행정안전부 주민의견조사와 해당 지방의회 의결로 결정했다.

출발은 이명박 정부 기초자치단체 통합추진 정책이었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공약을 냈다. 행안부는 통합 대상 지역주민 의견조사를 했고 통합 모형 중 마창진 통합안 찬성률이 가장 높았다. 당시 지역별 통합 찬성률은 마산 87.7%, 진해 58.7%, 창원 57.3% 순으로 나타났다.

임석회 대구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2015년 한국지역지리학회지 <창원시의 행정구역 통합: 전개과정, 기대효과 및 한계>에서 “마창진 주민 모두와 정치 행위자 절대다수가 한마음으로 통합 창원시를 바랐던 것은 아니다”며 “그럼에도 마산, 창원, 진해가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통합될 수 있었던 것은 주민투표 대신 주민의견조사(여론조사)와 지방의회 의결만으로 통합을 결정해서다”고 밝혔다. 이어 “그 과정에서 지역 출신 국회의원은 적극적인 통합 유도와 강제적인 통합보다 중앙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자율통합이 바람직하다는 홍보가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당시 지방의회도 한나라당이 다수인 상황에서 2010 지방선거 공천권이 걸려 반대를 표명할 수 없었다.

2010년 창원시청 앞에서 통합창원시 출범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경남도민일보DB
2010년 창원시청 앞에서 통합 창원시 출범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경남도민일보DB

임 교수는 통합 창원시는 ‘실패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통합 창원시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자율통합 유일한 사례로, 처음에는 성공적인 행정구역 통합으로 알려졌다”며 “하지만 통합 채 1년도 못 되어 심각한 지역갈등이 야기되어 시의회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하고 급기야 통합 이전의 시 분리(안)이 의결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최초 기대와 다른 통합 효과와 시 청사와 야구장 입지, 지역별 예산비율 등 갈등을 겪으며 성공 사례가 아니라 오히려 가장 문제가 많은 통합 사례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창원시의회·국립창원대는 2021년 9월 통합 10년 후 주민 인식을 조사한 <창원시의 도시 발전방안 연구>를 발표했었다. 창원시민 400명을 대상으로 창원시 지역 간 갈등, 창원시민 만족도 등을 대면 조사했다. 2013년 진행한 창원시민 인식 조사와도 비교했다.

<창원시의 도시 발전방안 연구>에서 진해구 소외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역우선주의 의식 △지역경제 활성화 다툼 △갈등에 대한 지역 간의 형평성 고려 △도시화 수준 차이 △ 삶의 질 차이 5개 항목에서 지역 간의 인식차이가 있었다. 이태근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보고서에서 “2013년 조사 때는 구 마산시 시민인식이 지역 간 갈등과 통합 창원시의 발전에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했지만 이번 분석에선 구 진해시 시민인식이 나머지 지역의 시민인식과는 달리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나타냈다”며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창원시 전체 차원의 사회·경제적 결합은 이루어져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진해구 시민의 소외의식에 대한 창원시의 적절하고도 바람직한 정책 시행이 필요하다”며 “진해구 시민을 반드시 껴안아야 하는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고 조언했다.

사천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12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영호 기자
사천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12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영호 기자

◇경남-부산 행정통합안은?=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자치단체 통합을 둘러싼 갈등해소 방안>에서 “주민의사에 따른 아래로부터 통합추진은 주민정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행정통합은 통합 지역의 주민 간 정서적 일체감 조성이 성공요인이다”고 했다.

진주시 행정통합 논의가 ‘일방적’인 이유는 가장 인접해 있는 지역 간의 대립과 주민 간의 불신감이 증폭되기 때문이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5월 사천시에 행정통합을 제안했다. 중심도시를 진주에 놓고 주변 소도시·농촌과 통합할 때 지역 간 위계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반면 박동식 사천시장은 행정통합을 반대한다. 무엇보다 사천시민은 이미 도농통합(사천군-삼천포시)을 겪으며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정적인 측면을 크게 인식하고 있다. 한국지방정부학회가 2013년에 펴낸 <지방자치단체 행정구역 통합의 성과 평가에 관한 연구-경남지역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사천시민만 도내 다른 지역과 달리 통합에 부정적이었다.

이보다 앞서 경남도는 부산시와 행정통합을 준비하고 있다.

도는 광역자치단체 간 행정통합은 정치논리가 아니라 주민 동의·지지가 관건이라는 점에서 ‘경남부산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가칭)’를 꾸려 조만간 행정통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박 지사는 취임 이후 특별연합을 중단하고 행정통합을 택했다. 도는 부울경특별연합은 광역 사무처리를 위해 기존 자치단체 위에 별도 자치단체를 설립하는 방식이라 수도권 대응 방안이라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행정통합을 내실 있게 준비해 완전한 자치권을 보장받은 선도적 사례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지난해 부정적인 여론 탓에 사실상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경남-부산 행정통합.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가 분위기를 반등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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