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불필요한 갈등·저항 불러 점검"
수도권 중산층 중도·외연 확장 노림수?
김두관 "지방분권 시대적 과제에 역행"
조국 "지역 망해", 진보당 "소득재분배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당 대표에 재도전하면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 검토 의사를 밝혀 시끄럽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종부세는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불필요하게 과도한 갈등·저항을 만들어내기도 했다”며 “제도의 애초 목표와 목적, 제도가 가지고 온 갈등과 마찰이 있다면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주요인으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은 민주당 약점이다. 종부세는 그 핵심 고리이다. 민주당 차기 대권 선두 주자인 이 전 대표에게 종부세 축소·폐지 검토는 수도권 거주 중산층 이상 유권자 위주 중도·외연 확장 마중물로 매력적이다.
문제는 종부세를 축소·폐지하면 지방교부세가 크게 줄어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 재정 타격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국세인 종부세는 지방교부세법에 따라 ‘부동산교부세’ 형태로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에 교부된다. 종부세법에는 ‘지방재정의 균형발전’이라는 목표가 명시돼 있고, 종부세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재정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해왔다. 수도권에서 세금을 걷어 비수도권으로 분배하는 기능을 한다.
국세청이 발표한 2023년 종합소득세 총액은 약 4조 1951억 원이다. 이 가운데 서울(2조 원)·경기(7889억 원)·인천(1552억 원) 등 수도권에서 거둔 비중이 70%가 넘는다. 기획재정부가 2021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부동산교부세 75%가 비수도권에 배분됐다.
윤석열 정부가 2주택자 종부세 세율을 조정하는 등 감세 정책을 펼치면서 ‘부동산교부세’도 크게 줄었다. 이 여파로 비수도권 기초자치단체 곳간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한병도(민주당·전북 익산 을) 국회의원실 자료를 보면 경남 전체 부동산교부세는 2022년 6043억→2023년 3991억 원으로 2050억 원이 줄었다. 군지역은 △합천군 370억→242억 원 △함양군 358억→230억 원 △남해군 350억→226억 원 △고성군 350억→226억 원 △의령군 354억→231억 원 △산청군 353억→231억 원 △함안군 317억→205억 원 △창녕군 348억→227억 원 △하동군 350억→230억 원 △거창군 340억→220억 원으로 많게는 47.2%에서 적게는 14.1%가량 줄었다. 시지역을 봐도 △창원시 340억→230억 원 △통영시 330억→220억 원 △사천시 320억→210억 원 △밀양시 360억→230억 원으로 100억 원 넘게 감소했다.
의령군 관계자는 “(줄어든 교부세 탓에) 공무원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할 판”이라고 밝혔다.
종부세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조차 관료와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6월 12일 국민의힘은 종부세 관련 당정 논의를 진행했는데 예상과 달리 ‘완전 폐지’가 아닌 ‘부분 개편’으로 정리됐다. 기획재정부 2차관을 지낸 송언석(국민의힘·경북 김천) 의원은 이날 회의 뒤 “종부세를 폐지하거나 재산세와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일부에서는 지난해 기준 4조 2000억 원 규모인 종부세를 폐지하면 지방 재원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밝혔다.
민주당 내 비판은 불문가지다. 당 대표 경쟁을 벌이는 김두관 전 의원은 “이 전 대표는 서민과 중산층을 버리고 2.7% 소수 부자만 대변하려는가”라면서 “노무현 대통령 이래 민주당 세제 정책 근간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종부세 검토가 ‘먹고사는 문제’와 어떤 관련이 있나”라며 “지방 재정 종자돈인 종부세 완화는 지방분권이라는 시대적 과제에도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2022년 여야 합의로 종부세 공제액을 12억 원으로 올리고, 공시가격도 현실화해 부담을 지는 사람 수가 대폭 줄었다”며 “그럼에도 또 종부세를 줄이거나 아예 없앤다면 지역은 완전히 망한다”고 썼다. 진보당은 “이 전 대표가 진정으로 먹사니즘을 유일한 이데올로기로 생각한다면 부자 감세가 아니라 소득재분배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양부남(민주당·광주 서구 을)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종부세 자료를 보면 지난해 개인과 법인을 포함해 납부자 상위 1%에 해당하는 4951명이 낸 종부세가 총 2조 8824억 원이다. 부동산 부자 상위 1%가 전체 종부세 결정세액 4조 1951억 원의 68.7%를 차지한다. 이들이 낸 세금은 평균 5억 8000만 원가량이며 보유 부동산 공시가격은 평균 835억 원이었다.
참여연대는 민주당 태도를 위선이라며 질타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가 종부세를 무력화했는데, 종부세 완화 안과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폐지안 모두 민주당 내부에서 흘러나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방재정에 이바지하는 종부세를 폐지하거나 완화하겠다는 것은 부자 감세일 뿐이며 자산격차 완화라는 시대적 과제에 역행한다”고 덧붙였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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