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방침에 따라 창원 제2국가산단 등 경남 도내 관련 사업 추진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반면 환경평가 1·2급지 해제 조건부 허용, 일괄 해제 방식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2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창원 그린벨트를 풀어 방위·원자력 융합 국가산업단지 조성 등 20조 원 이상 지역전략산업 투자가 이뤄지도록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전날 울산에서도 비수도권 국가·지역 전략사업 선정 시 △그린벨트 해제 총량 제외 △환경평가 1·2급지 역시 조건부 해제(대체부지 신규 지정) 등 정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창원시 개발제한구역 위치. /창원시의회
창원시 개발제한구역 위치. /창원시의회

◇1년 전 업무보고 그대로 = 이 같은 정책들은 이미 지난해 1월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윤곽이 나온 내용이다. ‘비수도권 전략산업 시 개발제한구역 해제 총량 제외’는 지난 4월 국토교통부 훈령(광역도시계획수립지침) 개정으로 이미 가능해졌고, ‘1·2급지 해제 조건’도 역시 훈령(개발제한구역의 조정을 위한 도시·군관리계획 변경안 수립지침) 개정을 거쳐, 각 시군이 지침을 수립하기만 하면 된다. 이번에 언급되지 않았지만, 시·도지사가 해제할 수 있는 개발제한구역 범위를 30만 ㎡ 이하에서 100만 ㎡이하로 푸는 시행령 개정도 지난해 7월에 이뤄졌다.

개발제한구역은 1971년부터 1977년까지 전국 14개 권역(5397㎢)에 지정됐다가 김대중 정부 집권 이후 중소도시권(춘천·청주·전주·여수·통령·제주권)을 중심으로 대거 해제됐다. 경남 도내 남은 개발제한구역은 총 총 462.3㎢로 분류상 창원권(창원·함안·김해) 248.4㎢, 부산권 164.3㎢(김해·양산)에 걸쳐 있다.

◇지역 전략산업 문턱 낮아져 = 개발제한구역 해제 혹은 규제 완화는 경남권에서 꾸준히 요구해온 의제다. 개발제한구역에 전략 산업 유치를 계획하고 있는 각 지자체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창원시는 동읍·북면 일대 3.39㎢를 지난해 제2국가산업단지(방위·원전 산업) 후보지로 선정했다. 또 진해신항 배후 물류단지 추가 확보도 필요한 상황이다. 김해시는 화목동 일대 평야(14㎢)에 부산시와 함께 ‘동북아물류플랫폼’ 유치에 도전하고 있다.

사업 추진에는 개발제한구역 해제가 필수적인데, 쉽지 않은 과제였다. 광역도시계획에 따라 각 권역 개발제한구역 해제 가능 총량은 고정돼 있고, 해제 잔량이 창원시는 16.821㎢, 김해시(부산권역 구역 한정)는 2.45㎢ 남아 있었던 상황이다. 개정된 광역도시계획수립지침에 따르면 추진 사업들 모두 해제 총량에서 예외를 인정받을 여지가 크다.

또한, 창원시 제2국가산단 후보지는 약 99%가 개발제한구역이고 그 중 20%가 환경평가 1·2급지라 개발 불가지역이었다. 김해시 동북아물류플랫폼 후보지 역시 99%가 1·2급지다. 이런 제약 또한 향후 시군 도시관리계획수립지침 개정에 따라 ‘대체 개발제한구역’만 확보하면 풀릴 예정이다.

진치훈 김해시 도시계획과 팀장은 “동북아물류플랫폼 부지 개발제한구역 중 농업적성도 1·2급지라서 기존에도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의하면 해제할 수 있었지만, 표고·경사·임업적성도 1·2등급지는 어려운 상태였다”라며 “무엇보다 이전보다 해제에 따른 중앙 부처 거부감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국민 아닌 국가 위한 해제’ 비판도 = 반면, 개발제한구역 내 행위제한 완화를 기대하던 지역 주민들은 이번 정부 안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신용찬 전 창원시개발제한구역주민연합회 회장은 “선거를 앞두고 다시 한번 울림을 주려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부분은 없다”라며 “영국 그린벨트처럼 국가가 소유권을 갖거나 사유지 보상을 해주거나, 적어도 자신의 집은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새로 짓게 해주는 등 행위제한 완화 부분은 변화가 없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라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2일 성명을 내고 ”경남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산업단지가 있고, 미분양률도 전국 4위“라며 ”창원 안골산단등 전혀 분양되지 않은 곳이나 도내 광역 토지 이용 방식을 고려할 수 있음에도 왜 개발제한구역이 개발 1순위가 되나“라고 지적했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개발제한구역으로 불편을 겪는 주민들이 있다면, 맞춤식으로 풀 필요가 있다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라며 “그러나 정작 주민들의 민원은 외면해오다가 국가·산업을 위해 환경평가 1·2급지까지 풀겠다는 게 이번 정책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창원권 개발제한구역 중 정말 경사도가 급해 개발할 수 없는 부지 외에는 풀릴 여지가 생긴 것”이라며 “‘반드시 지켜내야 할 지역’이라고 평가받은 곳을 풀고, 동떨어진 대체 부지를 편입하는 일은 무의미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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