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산업전환, 경제혁신
저출생, 언론장악, 지역소멸 등
총선 때 논의할 의제 산더민데
여야 정쟁 속 주판 알만 튕겨대
윤 정부 퇴행적 국정 운영 막고
함께 사는 세상 만들 관심 필요
국회의원 총선거,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 등 역대 어느 선거든 국민은 그 시대를 규정하는 ‘시대정신’을 표에 투영한다. 4월 10일 22대 총선도 시대를 관통하는 의제들을 한 솥에 끓여 녹여낼 용광로가 돼야 한다.
윤석열 정부 3년 차를 앞두고 치러지는 이번 총선은 ‘정권 심판’이냐 ‘정권 안정’이냐를 두고 여야 간 벌이는 정쟁만 가득하다. 이 탓에 입법권을 행사하는 국회의원이 자신의 권한과 임무를 가지고 어떤 시대적 과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 논의는 실종됐다.
우리 사회에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진일보와 함께 기후위기·지역소멸·저출생·양극화 등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쌓여 있다. 총선 때 행사할 소중한 표는 여러 위기와 문제들을 해결하고 ‘공존하며 생존하는 세상으로 전환’을 이루는 거대한 물결이 돼야 한다.
◇인류 공통의 과제 ‘기후위기’ = 갈수록 뜨거워지는 기후위기는 당장 우리 삶 깊숙이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상반기 남부지방은 역대 최장인 227일 가뭄에 시달렸다. 이후 장마에 들자 총 712.3㎜, 역대 최고 장맛비(6월25일~7월27일)를 맞았다. 국지적 집중호우 증가는 충북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 참사 같은 대형 재난을 낳기도 했다. 12월 초에는 전국적인 이상고온을 겪다가 하루 이틀 새 서울 기준 아침 최저기온 영하 10도를 밑도는 한파를 만났다.
그러나 ‘기후’는 정치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은 경제·사회·산업·일자리·불평등·삶의 질 등 모든 영역에 맞닿아 있음에도 말이다. 전문가들은 정치제도와 선거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김찬휘 녹색정의당 공동대표는 “유럽은 1980년대 이후 녹색당들이 생기면서 기후를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자리 잡았다”며 “주로 다당제를 바탕으로 한 연합정부, 100% 비례대표제를 시행하는 점도 기후위기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수 있게 된 이유”라고 했다.
◇기후위기와 노동·산업 의제 = 기후위기는 특히 노동 의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글로벌 기후체제 도래는 급격한 산업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산업전환과 생산 제품 변화에 따른 고용 규모와 질, 고용의 산업별·지역별 배분, 생산방식과 직무 변화를 불러온다.
이런 변화는 노동조건 변화와 실업자 증가, 직업 전환 등 여러 사회적 변화를 불러온다. 생계수단 변화에 따른 노동자 생존 위기도 동반한다. 이 같은 위험은 취약 노동자들에게 집중된다.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한 것도 여기에 있다. 노동자들이 산업전환과 기후정책 결정 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하는데 국회 논의는 구체적이지 못하다.
국내 산업계 전반에 끼치는 영향도 막강하다. RE100이 대표적이다. ‘재생에너지 전기(Renewable Electricity) 100%’ 약자인 RE100은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 100%를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한 전기로 충당하는 운동이다. 가입한 세계 기업은 400개 이상이고, 2022년 7월 현재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하이닉스·롯데칠성 등 21개 국내 기업도 참여하고 있다. 2022년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300개 기업을 조사하니 이미 국외 거래처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제품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받은 기업이 30%에 육박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정책은 거꾸로만 가고 있다. 핵발전 산업 진흥을 이유로 핵발전 비중을 늘리겠다고 공언한다. 핵발전은 RE100 적용 대상이 아니다. 반대로 정부는 태양광·풍력 발전에 지원되는 각종 제도와 예산은 없애고 사실상 고사시키려 혈안이 돼 있다.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미미하고, 주요 산업이 RE100 수요를 맞출 구체적인 이행 계획도 없다. RE100 대신 핵발전을 포함한 CF100을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흐름에 역행하는 방향이다.
탄소중립 이행 핵심인 탈석탄 이행 계획도 부실하다. 기후위기는 이렇게 국가 미래와 국민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만 정쟁에 묻힌 여야는 선거제도, 위성정당 등 의석 늘리기 경쟁에 파묻혀 있을 뿐 이들 문제와 관련한 정책적 대안을 두고 경쟁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지역소멸·저출생과 자치분권 =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지만 추진하는 정책을 보면 ‘대한민국 어디서나 잘사는 지방시대’라는 국정목표가 무색하다.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을 수도권에 몰아주고 이를 위해 국가 운영 대원칙인 수도권 공장 총량 규제를 붕괴시켰다. 수도권 정비계획법도 무력화해 이곳 대학 입학 정원 총량도 풀었다. 고소득·전문직 위주 연구 인력은 수도권 대학이, 생산 인력은 지방대학이 양성케 하겠다며 차별적인 교육관도 드러냈다. 이 탓에 수도권이 비대화·과밀화·집적화하니 수도권 광역급행전철(GTX) 노선을 연장하고 더 늘려 불편을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일극 집중체제’를 더욱 가속화하고 인재 유출, 청년 인구 감소, 저출생으로 이어지는 정책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농촌지역에서 아이 울음소리 듣기가 어렵고, 보건소 의사를 구하는 일마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정부와 여당은 균형발전을 이룰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에도 손을 놓았다. 청년이 지역에 터 잡고 살려면 지방 이전을 바탕으로 한 공공기관-대학-산업 간 유기적 연계로 지역을 살찌워 지방자치단체 ‘2할 자치’를 완화해야 하는데 답보 상태다.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를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흡수 통합하면서 ‘자치 분권’ 의지도 놓았다.
균형발전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는 “국가전략산업을 특정 업종과 특정 지역으로 지나치게 집중해 국가적 산업위험도를 매우 커지게 할 수밖에 없고, 양질의 일자리는 수도권에 집중돼 비수도권 청년들은 교육과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나 수도권으로 몰려들어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은 돌이킬 수 없는 대재앙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렇게 지역소멸과 저출생 대책 논의는 겉돌고만 있다. 이런 사정에는 50대 중년 남성이 주축이 된 국회 구조에도 문제가 있다는 진단도 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해 낸 논문 <인구, 위기인가?>에서 “정책과 현실의 부정합 상태가 20년 가까이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현재 여성 의원 비율이 20%도 안 된다. 행정부는 말할 것도 없다. 중년 남성들이 앉아 저출산 대책을 말하고 있다. (부정합 상태의 원인은) 이런 ‘올드보이’들이 권력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아기 기저귀 한 번 안 갈아봤을 분들이 정책을 해서 그렇다. 문제의 심각성을 못 느끼고 말로만 하는 거다”고 지적했다.
총선 과정에서 다뤄야 할 의제는 여럿이다. 우선 윤석열 정부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8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 ‘방송 3법’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은 우리 사회를 이루는 근간인 노동자·농민 생존권을 무력화하고, 언론 장악을 방지할 제도적 장치 마련을 거부하며 노골적인 언론 장악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간호법’ 같은 의료계 내 처우 개선과 함께 서울과 지방 간 의료 격차를 완화할 지역 의대 신설과 공공의대 설립, 지역에 필수의료 인력 수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지역의사제 도입을 이룰 입법 과제를 관철할 후보를 뽑는 데도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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