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활동 명목 예산 특수업무경비
쪼개기 결제로 검사 회식비로 쓰여
정부 예산 지침 무시·불법 전용 의혹
"검찰 특경비 실태 감사·수사 시급"

<뉴스타파>가 제안한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에는 <경남도민일보>(경남)를 비롯해 <뉴스민>(대구·경북), <뉴스하다>(인천·경기), <부산MBC>(부산) 등 4개 매체가 참여합니다.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 시민행동,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등 3개 시민단체도 힘을 보탭니다. 공동취재 내용은 <경남도민일보> 자체 기획과 따로 정리하겠습니다. <뉴스타파>(newstapa.org)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검찰이 수사 활동에 써야 하는 특정업무경비를 회식비로 사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80만 원이 넘는 회식비를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로 나눠 결제하거나, 검찰 내 동호회 회식비로 특정업무경비를 지출하는 등 예산 불법 전용 의혹이 제기된다.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공동취재단)은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을 비롯한 3곳(대전지검 천안지청·청주지검 충주지청)에서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를 쪼개서 결제한 정황이 나왔다고 25일 밝혔다.

2023년 2월 7일 경기도 파주 한 장어요릿집을 찾은 고양지청 검사들은 이날 회식에서 80만 원 넘게 지출했다. 문제는 이 비용을 일명 ‘쪼개기’를 통해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로 나눠 결제했다는 점이다. 특정업무경비는 수사와 조사에 관련된 업무에만 쓸 수 있는 돈으로 검찰이 정해진 목적과 지침을 어기고 예산을 사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뉴스타파함께센터에서 열린 검찰 특정업무경비 유용 발표 기자회견에서 유용 사례 자료들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뉴스타파함께센터에서 열린 검찰 특정업무경비 유용 발표 기자회견에서 유용 사례 자료들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공동취재단은 이날 검사들이 장어요릿집에서 결제한 영수증 원본 2장을 확보해 분석했다. 실제 결제 금액은 총 85만 2000원으로 45만 2000원은 업무추진비 카드로, 나머지 40만 원은 특정업무경비 카드로 결제했다.

이날 회식은 전입 검사 간담회 명목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특정업무경비 사용 내역에 기재된 내용은 ‘수사 활동 지원’이었다. 검사들의 회식 자리가 순식간에 수사 관련 업무로 둔갑했다.

기획재정부 ‘2023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 지침’을 보면 특정업무경비는 수사·감사·예산·조사 등 특정업무수행에 드는 실경비에 충당하기 위해 지급하는 경비라고 돼 있다. 지난해 검찰이 받은 특정업무경비는 약 466억 1400만 원이다.

당시 특정업무경비를 회식비로 유용한 정동철 전 고양지청장(현 서울고검 형사부장)은 이 같은 지적에 “전입 검사들과 함께 밥과 술을 먹은 것도 수사 활동 지원으로 볼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업무추진비는 한도가 있어서 모자란다”며 “수사 지원비도 수사하는 수사관들한테 격려비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검찰의 특정업무경비 돌려쓰기 행태는 다른 지청에서도 확인된다.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은 지난해 1월 10일 지청 내 음악 동호회 회식 비용을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로 나눠 결제했다.

공동취재단이 입수한 원본 영수증을 보면 천안지청장을 비롯한 동호회 회원 검찰 직원들은 천안시 한 참지집에서 65만 원을 결제했다. △5만 5000원짜리 디너 정식 10인분 △주류 반입 비용 3만 원 △소주·맥주 10병(7만 원) 등을 시켰다.

천안지청장은 당시 40만 원은 지청장 업무추진비 카드로, 나머지 25만 원은 천안지청 특정업무경비 카드로 지출했다. 역시 정부 예산 지침을 무시하고 국민 세금을 불법 유용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에 당시 천안지청장이던 정유미 검사장(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과 천안지청은 구체적인 해명을 거부했다.

정진임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소장은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가 쪼개서 집행되는 실태를 보면 특정 부서나 특정 예산 항목만 살펴볼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보고 문제가 있으면 조치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검찰 예산에 대해 누구도 들여다보지 않고 지적하지 않다 보니 검찰 내부에서는 원칙을 어겨가며 예산을 집행하는 일이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동취재단은 25일 오전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함께센터 지하 1층 리영희 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대한 전면 감사와 수사를 주문했다.

공동취재단은 “특수활동비뿐 아니라 특정업무경비와 업무추진비 오·남용 가능성이 크다”며 “특정업무경비 실태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업무상 배임,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에 대한 수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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